「몽구」, 이한 지음,유동환 옮김,홍익출판사간, 7천2백원.

몽. 미숙함, 어리석음, 유치함 등을 나타내는 한자이다. 동서고금
을 막론하고 진정한 학문의 존재이유는 몽매를 추방함에 있었다. 거창하
게 계몽주의란 것도 따지고 보면 세상에 혼재돼 있는 몽매를 내몰자는 주
장에 다름 아니다. 우리의 경우 「동몽선습」과 「격몽요결」이란 것이 있
었다. 조선시대 아이들의 필독서였다.

박세무 지음 「동몽선습」이란 말그대로 「어린이가 먼저익혀야 할 책」
이라 뜻이고, 율곡 이이 지음 「격몽요결」은 「어리석음을 깨우쳐 주는 골
자」라는 뜻이다. 우리의 조상들도 그만큼 몽매추방에 의지를 갖고 있었
다는 뜻이다. 그런데 역자는 이 두권은 우리의 것이라는 장점에도 불구하
고 성리학의 윤리도덕을 주입하는데 주목적이 있었다는 한계가 있다고 지
적한다. 특히 삼강오륜 암기에 머물고 있다는 비판은 핵심을 찌르는 것
이다.

반면 「몽구」란 어리석은 자가 지혜를 구한다는 뜻을 갖고 있다. 이
책은 중국 당나라의 이한이란 재야학자가 집안의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지었다. 이런 점에서는 「천자문」, 「소학」, 「동몽선습」 등과 함께 아동교
육서라고 할 수 있다.

내용은 고대로부터 전해져오는 각종 역사서들에 담겨 있는 일화들
을 일정한 편제에 따라 재구성하고 있다. 이 책은 모두 여덟단계의 문으
로 이뤄져 있다.

제1의 문은 「사람을 부리는 지혜」를 이야기한다. 사람됨의 그릇에서
시작해 올바른 인재활용법에 이르기까지 폭넓게사례들을 이야기한다. 제2
의문은 아랫사람이 갖춰야 할 지혜, 제3의 문은 경쟁에서 이기는 지혜,제
4의 문은 거꾸로 바라보는 지혜이다. 제5의 문은 어버이와 벗을 섬기는
지혜, 제6의 문은 여자가 사람답게 살아가는 지혜, 제7의 문은 아름다운
삶을 위한 지혜, 제8의 문은 세상밖의 지혜이다.

처세술 교과서와는 구별된다. 오히려 성리학 윤리교과서들처럼 어설
픈 교의를 주입하지 않고 있었던 그대로의 선인들의 삶을 보여주면서 스
스로 판단력을 키우도록 유도하고 있다. 당연히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시대
에 배척받았다. 반면 중국과 일본에서 「몽구」는 오랫동안 선인들의 인생
을 바라보는 지혜를 배우는 샘터의 역할을 해왔다.

역자는 성리학의 덧칠을 벗겨내고 찾아낸 동양고전의 다채로움을 직
접 맛보도록 하기 위해 명료하면서도 유려한 문체로 옮겨놓았다. 전혀 한
문을 번역했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매끄러운 문체다. 그리고 대목
마다 오늘날의 시각에서 각각의 이야기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에 대한
안내의 글을 붙여놓아 중-고생들도 얼마든지 쉽게 읽어볼 수 있다.

물론 스스로 몽매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이면 성인이라도 이 책을 읽
어보아야 할 것이다. 가르침과 배움이 없는 시대에 다시금 선현들의 지혜
를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해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