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북한이 심상치 않다. 김경호씨 일가 집단 탈주극 등 「동토의
땅」을 벗어나기 위한 필사적인 탈출 소식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단
순한 시나리오에 머물던 북한 주민들의 대량 탈북사태가 점차 현실로
다가선 것이다.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시한폭탄」이 이미 작동하기 시
작한 느낌이다.

얼마 전 독일 연방정보부(BND)는 충격적인 시나리오를 발표한 바 있
다. 지난 11월20일 독일 알게마이네 신문이 BND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북한에서 조만간 대재난이 발생, 주민 6백
50만명이 중국으로 집단 탈출하는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었다. 당시 공개된 BND 북한 관련 자료는 『멀지 않아 기아 재난이 일어
날 수도 있다는 확실한 정보를 갖고 있다』면서 『이같은 상황에 이르면
주민들은 휴전선을 넘어 한국으로 들어오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단동
도문등 국경도시를 통해 중국으로 탈출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 독일 정보기관 "650만명 탈출 가능성" ////.

최근 사정을 보면 이러한 분석이 「조만간」 현실화될 가능성이 점차 커
지고 있다. 이미 북한주민들이 「탈출」을 목적으로 변경지역으로 모여드
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측 소식통들은 『올 여름부터
북한 주민들이 압록강 두만강 국경지대로 이동하기 시작했다』며 『현재
국경에 몰려든 북한 주민들은 신의주 지역의 2만명을 포함해 전 국경에
걸쳐 7만∼10만명으로 추산된다』고 얘기하고 있다. 이들은 산비탈이나
계곡 등에 비닐움막을 짓고 살면서 탈북 기회만을 엿보고 있다는 것. 이
들 예비 탈북자들 수는강의 결빙기에 맞춰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여서
대규모 탈북 사태로 번질 가능성이 충분하다.

주지하다시피 대규모 탈북사태의 「뇌관」은 굶주림이다. 북한 식량난이
폭발 직전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경호씨 일가족이
도착 후 『북한 식량 사정이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정도이기 때문에
올 겨울 두만강이 얼면 엄청난 수의 주민들이 집단으로 탈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술한 데서도 사태의 심각성을 엿볼 수 있다.

북한 식량난이 이미 위험수준에 육박했다는 징후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금년 봄부터 함북도와 양강도 지방에서 아사자가 속출하
고 있다는 사실은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지난 9월 세계식량
농업기구()와 ()의 발표에 따르면, 현재 북한은 일부
지역에서 이 산정한 1일 적정 식량배급량 4백50g의 절반에도 못미치
는 2백g만 주민들에게 배급하고 있는 형편이다. 또 지난 10월에는 『지난
1년간 북한주민 1천명이 식량난으로 사망했다』는 미 국무부 관계자의 말
이 외신을 탔고, 지난 11월 초 미 국무부 북한 분석관 캔 케뉴네스 박사
는 『북한의 올해 곡물수요는 6백만∼6백50만t에 달해 식량지원 80만t
을 합쳐도 1백70만t이 부족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 7만∼10만명이 이미 국경으로 이동설 ////.

북한 식량난과 관련, 북한 농업전문가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운근
(북한농업연구팀장) 박사는 『북한 식량은 내년 2월이면 바닥날 것』이며
『이후 8백만∼1천만명의 북한 주민이 아사상태에 내몰릴 가능성이 크다』
는 주목할 만한 예측을 했다. 김 박사가 이러한 예측을 하는 근거는 북
한의 올해 곡물 생산량. 김 박사는 북한의 파종 직후인 지난 6월 초순과
수확시기인 9월중순 두 차례에 걸쳐 압록강 두만강 등 접경지역과 휴전
선 일대를 현지 답사, 북한의 올해 작황에 대한 방증 자료를 수집했다.

김박사는 이 연구결과를 지난 11월20일 민주평통자문회의에서 발표했
다. 북한이 자체 발표한 수확량을 제외하고 북한의 올해 작황에 대한 체
계적인 분석은 이 연구가 거의 유일하다.

당시 김 박사가 발표한 「북한의 금년 식량 작황과 최근의 배급실태」라
는 자료에 따르면, 올해 북한의 곡물 생산량은 244만7천t(추정치). 이
수치는 작년과 올해 수해로 인한 농지 감소와 수해 피해, 그리고 최근의
경제난으로 인한 비료와 농약 부족등 제반 요소를 고려해 산출한 수치이
다. 김박사는 『북한은 올해 수해로 모두 1억8천만㏊의 농경지가 유실되
거나 매몰됐고 모두 18만㏊의 농지가 침수되는 등 큰 피해를 입은것으로
파악됐다』며 『작년엔 연간 소요량의 20정도 비료가 공급됐으나 올해는
그나마도 공급이 끊겼다』고 생산량 추정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북한이 올해 곡물 수확량을 3백50만t 정도로 발표하고 있지만
이는 도정 전 조곡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실제 수확량은 우리 추정치와
별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또 『북한의 작년 곡물 생산량
도 2백60만t 내외로 추산된다』며 『수해가 없을 경우 정상적인 생산량이
4백만t∼4백50만t인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타격을 입은 셈』이라고 설
명했다.

발표자료에 따르면, 올해 곡물 생산량은 북한의 다음 양곡연도(96년11
월∼97년11월)에 예상되는 곡물 수요량 6백6만1천t의 40에 불과한 수
준. 약 3백60만t이 부족한 상황으로 산업용, 사료용을 제외한 순수 식
용 소요량(4백38만6천t으로 추정)도 충당할 수 없다. 더욱이 북한이 자
체적으로 발표하고 있는 전체 배급량(95년 인구 2천2백94만명 기준시
4백71만t 필요)과 비교해도 절반 남짓한 수준이다.

북한의 올해 곡물 생산량으로는 이 산정한 1일 적정배급량도 감당
할 수 없다. 기아를 면하는 최저선인 4백50g을 공급받기 위해서도 모두
3백83만t의 곡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 올 생산량 240여만t… 수요량의 40수준 ////.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북한이 올해 생산량 중 상당부분을 금년의 식량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이미 소비했다는 점. 발표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6∼7월에 생산된 약 10만t의 감자와 8월10일부터 나온 풋옥수수 등
적게는 50만t에서 많게는 1백만t의 곡물을 8∼10월 사이에 소비했다는
것이다. 북한은 올해 10월까지 총 1백50만t의 식량이 부족했으나 지금까
지 80만t의 곡물만 대외지원이나 도입 등으로 충당됐기 때문에 올해 생
산량 소비가 불가피했다는 것. 이를 감안하면, 북한이 다음 번 양곡연도
에 1인 적정 배급량 4백50g을 배급한다 해도 내년 2월이면 식량이
바닥날 것이라는 게 발표자료의 추정이다. 북한 주민들이 지금 일부 지역
에서 시행되고 있는 「하루 2백g」이라는 초인적인 배급을 인내하면 이 기
간이 연장될 수 있겠지만, 이러한 한계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김 박사의 예측에 따르면, 이러한 한계상황에서는 8백만∼1천만명의 북
한 주민이 아사 직전에 내몰릴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텃밭을 통해 어느
정도 자급자족이 가능한 7백∼8백만명의 농민, 북한정권 핵심세력인 1백
20만명의 군인과 3백만명의 평양시민, 시·군의 특수계층 20만명, 그리고
중국과의 거래가 용이한 변경 주민들을 제외한 나머지 북한주민들은 그야
말로 죽음의 기로에 설 수 있다는 것이다. 「수백만명의 대량 난민」 가능
성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현재 북한정권은 주민들을 먹여살릴 능력을 이미 상실했다는 것이 전문
가들의 지적이다. 북한 체제의 근간인 식량배급 체제가 와해됐다는 것이
다. 주식인 옥수수의 60가 암시장에서 공급되고 있고,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한 「식량 여행」이 북한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다. 송영대 전 차관
은 『북한의 붕괴를 4단계로 상정할 때 현재 북한은 1단계인 식량, 생필품
공급체제 와해 단계는 이미 끝났고 2단계인 정보통제가 무너지는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장기적으로 볼 때 북한의 붕괴는 이미 시작됐
다』고 진단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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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제1루트 혜산·회령
중국 국경 감시 심해지자 러시아 국경도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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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식량난에 부딪친 북한 주민들의 주탈출구는 중국 국경이다. 중
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압록강 또는 두만강을 넘어야 한다. 북한과 중국
을 가르는 압록강과 두만강은 각각 7백90㎞와 5백21㎞. 두 강은 하류로
갈수록 강폭도 넓고 수심도 깊어지지만 상류쪽은 강폭도 좁고, 지역에
따라서는 걸어서 건널 수도 있다고 한다. 특히 겨울이 되면 꽁꽁 얼어붙
어 탈출이 더욱 용이하다.

북한은 탈북자가 많아짐에 따라 지난 94년부터 국경 경비대뿐만 아니
라 인민무력부 군인들까지 국경선에 배치하고 있다. 또 중국 국내까지
북한 기관원들이 파견돼 탈북자들을 붙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휴전선 길
이의 5배가 되는 국경선을 물샐 틈 없이 지킨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 대개 경비병이 2백여m마다 1명씩 배치돼 국경선을 지키고 있으나
야음을 틈타 국경을 넘는 탈북자가 늘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탈북의 주요통로는 중국과 국경지역에 설치된 해관
(세관) 부근이다. 해관이란 북한주민이 중국과 무역을 하거나 친지를 방
문할 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으로 압록강변에는 신의주, 만포, 혜산
지역에 있고, 두만강변엔 회령, 삼산봉, 남양, 샛별, 방천 등지에 있다.

감시 눈길을 피하려면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는 것이 좋다. 이 때문에
일단 해관 지역이 탈북의 1차 경유지가 되는 것이다. 이중 가장 많이
이용되는 통로는 혜산과 회령. 최근 몇 년간 탈북자들의 경로를 살펴보
더라도 이곳이 가장 많다. 혜산 건너편인 중국 장백현은 조선족 자치현
이어서 조선족 도움을 쉽게 받을 수 있다. 중국어가 통하지 않아도 별
어려움이 없고, 연길까지는 10시간이면 걸어갈 수 있다. 회령에서 국경
선을 넘으면 삼합. 이곳은 곧바로 산속으로 연결돼 은신하기에 좋다고
한다. 이번에 탈북한 김경호씨 일가족도 회령에서 두만강을 넘는 방법을
택했다.

러시아와 경계선인 두만강의 나진과 선봉 지역 방천도 주요 탈출로 가
운데 하나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쪽으로 탈출하는 북한 주민이 늘어나면
서 중국쪽 국경선에 감시가 삼엄해져 탈북자 가운데 일부는 상대적으로
경비가 허술한 러시아 국경을 이용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중국 국경을 넘은 탈북자들은 연길이나 장춘 등지를 거쳐 조선족이 많
은 흑룡강성으로 숨어들거나 대련으로 가 밀항을 시도하기도 한다. 최근
엔 베이징과 심천을 거쳐 으로 들어가 남한으로 가는 루트가 활용되
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