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탈출한 김경호씨 일가 등 17명이 한국에 도착한 9
일 국내의 친척들은 이들을 맞을 준비를 하느라 온종일 부산한 하루를 보
냈다.

국내의 친척들은 50년만에 흩어졌던 가족들을 만나는 감격을 누렸
으며, 이들이 한국 사회에 빨리 적응할 수 있기를 기원했다.

○…50년만의 가족 상봉 직후 형 김경태씨 일가는 경기도
의왕시내소2동에 있는 김원순씨(61·여)의 아파트에 모여 잔치를
벌였다.

경태씨의 동생 경백씨(작고)의 부인 김씨는 『죽은 줄 알았던
시동생이 살아온다는 기쁨에 새벽부터 교회에 나가 기도드렸다』며 『오늘
모든가족이 모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김씨의 집에는 김경태씨 일가 4남1녀중 막내인 김경희씨(작고
)의 미망인 박금자씨(50)가 부산에서 딸과 함께 상경하는 등 8명이 모였
다.

○…김씨의 형인 서울 대조동 대조시장내 김경태씨(70)의 1
평 남짓한 경해한복점은 이날 오전부터 축제분위기.

김씨의 집에는 5분마다 한번씩 전화가 걸려왔고 주위 상인들이 집
을 찾아와 『좋으시겠다』고 인사했다.

밤새 뒤척이다 새벽 2시30분쯤 잠자리에서 일어났다는 경태씨는 동
생 일가의 모습이 담긴 9일자 1면 사진을 어루만지며 『생각보다
살이 좀 쪘구만…, 그래도 금방 알아보겠네』라고 말했다.

김씨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킬 수 없어 새벽 4시반부터 텅빈
시장을 두바퀴나 돌아봤다』며 『동생을 만난다기에 아침밥도 거른 채 오전
9시반쯤 동네 장안이발소에 가모처럼 「1만원」짜리 이발을 했다』고 말했다
.

○…탈북한 김씨의 부인 최현실씨(여·57)의 친척이 살고
있는 서울 중랑구 면목2동 베델의원도 아침부터 들뜬 분위기.

최씨와의 상봉을 앞둔 사촌 최철욱원장(43)은 오전 9시부
터 진료를 시작했지만 걸려오는 전화를 받느라 일손이 손에 잡히지 않는
듯한 모습이었다.

최원장은 『가족들이 건강한 몸으로 도착하게 됐다는 소식을 듣게
돼 반갑다』며 『한국사회에 얼마나 잘 적응할지 가족들이 큰 걱정을 하고
있으며, 정부와 사회단체의 따뜻한 손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씨의 탈출소식이 전해진 직후 모습을 감췄던 최씨의 작은 아
버지 최전도씨(78)는 그간 지방에 있는 딸의 집에 머물다 이날
오후 4시30분쯤 공항에 혼자 모습을 나타냈다.

최씨는 『그동안 미국에 있는 형(최영도·최영도)이 많은 역할을 했
지만 나는 별로 한 것이 없다』며 『형이 이번에 왔으면 좋았을텐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경호씨의 어릴적 친구인 이태원 거주 주민들은 8일 밤 모처
럼 모여돌아올 김씨를 회상하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김씨와 함께 초등학교에 다녔다는 이완성씨는 『세월이 그렇게 흘렀
는데 살아있으니 이런 좋은 소식을 듣게됐다』며 『김씨와 함께 모여 옛날
이야기라도 할 기회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