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값을 서로 내겠다고 나서는 모습을 처음 봤을 때는 정말 놀랐
습니다.』.
그랜드 객실담당인 영국인 이사 마틴 반 칸씨(32·Mar-
tinvanKan)는 한국의 돈내기 문화는 어느 나라에서도 보기 힘든 독특한
문화라고 말했다. 칸씨는 유럽 대학생들의 돈내기 문화를 예로 들었다.
『유럽 대학생들도 한국 학생들처럼 대부분의 학비를 부모에게 의존
합니다. 그러나 용돈까지 의존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죠. 스스로 벌어
용돈을 써야 하는 사정을 서로 잘 알기 때문에 각자 음식값을 따로 계산
하는 더치페이가 생활화돼 있습니다.』.
칸씨는 이때문에 한국에 처음 와서 남들이 돈을 내겠다고 나서는
것을 봤을 때 아주 당황스러웠다는 것.
칸씨는 『한국에서 살고있는 대부분의 외국인들은 남이 내가 먹은
것까지 같이 계산하면 다음에는 자신이 내야 하는지, 만약 그렇다면 같은
종류의 음식을 대접해야 하는지, 혹시 뇌물성 접대는 아닌지 아주 혼란스
러워 하게된다』고 말했다.
칸씨는 『유럽에서도 「내가 낸다」 문화는 있지만 이는 비즈니스 관
계에만 국한된다』고 설명했다.
누군가가 식사에 초대하면 그가 「돈문제」를 책임진다는 것. 이런
경우 다른 사람이 돈을 내겠다고 나서면 실례를 범하는 것이된다. 직장
선배가 후배들의 밥값을 책임지는 것도 유럽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다.
『한국에 살게 된지도 2년반이 넘어 이제는 저도 지갑을 먼저 꺼내
는데 익숙해졌습니다.』.
칸씨는 『한국은 내가 살아본 11번째 나라』라며 『여러 나라의 문화
를 접해봤기 때문에 「내가 낸다」는 식의 한국문화에 쉽게적응한 편』이라
고 말했다.
칸씨는 오히려 『한국의 돈내기 문화는 없어져서는 안되는 좋은 풍
습』이라고까지 말했다.
『한국인처럼 평생동안 지속되는 우정을 간직하는 사람들을 보지 못
했다』는 칸씨는 『돈을 먼저 내겠다고 나서는 것도 동창간의 유대가 강하
고 그런 사이일수록 돈에 구애되지 않고 인간적으로 사귀겠다는 의지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매번 자기가 내겠다고 나서는 것은 바보나 하는 짓이겠지
요. 한국 사람들도 그러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칸씨는 『한번 돈을 내
고 나면 지갑은 빌때가 많지만 그래도 한국은 정을 느끼고 살기에 좋은
나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