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치페이가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반드시 좋은 것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한국 기성세대의 돈내는 방식이 더 합리적일 수 있다
고 생각합니다.』.

불문과 크리스티앙 피앙 교수(Christian Pihen·46)는 지난
88년 한국에 온 이후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 유럽인들에게 몸에 밴
더치페이가 한국에서는 아직 생소한 문화이며, 식당 등에서 한 사람이 한
꺼번에 돈을 내는 것이 결코 어색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는 한달에 4∼5차례 동료 교수, 한국인 친구, 학생 등과 함께 대
중음식점이나 맥주집을 간다. 초대를 받아 「손님」으로 갈 때가 대부분
이어서 다른사람이 돈을 내는 경우가 많지만 자신이 계산할 때도 종종 있
다. 물론 일행이 함께 먹고 마신 비용을 혼자서 지불한다.

『얼마나 따뜻하고 좋아요? 과다한 비용이 아니라면 한 사람이 부
담하는 것도 무방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에 「빚」을 갚을 기회를 가지면
자연스레 균형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한국에서도 세대별로 돈내는 방식에 큰 차이가 있다는게 그
의 지적이다. 기성세대는 대부분 개인이 모두 계산하는 「전통적인」 방
식을 따르고 있는 반면, 젊은층에서는 더치페이 문화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는 얘기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지역에서도 신세대의 돈내기 문화는 비슷하다
고 한다. 그는 이같은 추세를 개인주의, 더 정확히 표현하면 이기주의
적인 의식구조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한다.

자기중심적인 사고에 젖어 생활할 경우 단돈 1원도 양보하지 않으
려 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자연스럽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필
요로 하는 회식자리가 돈 몇푼때문에 딱딱해지는 것이다.

『돈내기 문화는 그 사회의 인간관계를 그대로 반영하죠. 아무리
세대가 변해도 한국의 고유문화를 좋은 방향으로 보존하고 발전시키는 것
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그는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인들의 생활상과 재미있는 얘깃거리
등을 묶어 단행본을 발간한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