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호씨가 스트라빈스키 작곡 「봄의 제전」을 우리 춤사위로 융화
시켰을 때 동서의 공통점은 샤머니즘이었다. 산 제물을 신에게 바치는
「봄의 제전」의 기둥 줄거리는 그런면에서 서양의 관객들에게는 특별한
체험이었을 것이다. 지난 10월, 러시아 로스토프 연극 페스티벌에 참가
한 연희단 거리패가 「햄릿」(이윤택 연출)을 들고 나가 무당의 접신 장
면이나 배우들의 색다른 호흡법 등을 통해 절찬을 받았듯이.

의 3대 비극의 하나인 「오셀로」가 우리 춤으로 안무되기
는 처음이다. 대본을 쓴 차범석씨 역시 동양과 서양의 만남을 주안점으
로 삼았고, 춤에 나오는 배경을 부족국가 시대로, 무어족이었던 오셀로
를 「무어랑」으로, 데스데모나는 사라비 등으로 주역과 조역에 우리식
이름을 주었다.

국립 무용단 정기 공연에 해외 명작을 번안해 올리는 것에 대해 찬
반도 나옴직하다. 이번 공연에 안무 주역을 맡은 국수호단장의 「오셀로」
에 대한 개념은 다르다. 서양의 희곡이든 우리 창작이든 세계 무대로의
지평을 열자는 각오이다. 천마도가 나오고, 탈춤이 선보였던 「햄릿」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그런면에서 「오셀로」의 스펙터클한 무대와 춤극의
지향, 그리고 60년대 극단 신협시대 이해랑씨가 맡았던 이야고 역을 발
레리노가,데스데모나 역에 김현자씨 등을 초빙한 것은 그만큼 작품의
질을 높이려는 의도가 보였다.

서무 장례행렬은 11장까지 그간의 음모, 질투, 광란, 고뇌의 장면
이 오셀로와 데스데모나의 죽음으로 끝나는 전말을 암시한다. 3장 침실
의 2인무, 전승을 다짐하는 8장의 전투무, 특히 9장 바닷가 성벽에서
이야고의 밀고로 아내와 캐시오의 불윤을 오셀로가 상상할 때 김현자-
윤상진의 농염한 안개속의 듀엣, 12장 오셀로의 광란이나, 촛불을 든
「죽음의 그림자」 실루엣 이동무대 등은 춤극답다.

비극의 골격이 워낙 단단하니까 그 위에 색칠만 한 게
아니냐는 회의적 시각도 있지만, 창작 부재 대안으로 이만한 결실을 맺
은 작품 선정의 용기와 그리고 무엇보다 국립무용단 역대 단장이 못해
낸 과감한 실험에 대한 성과도 외면해서는 안된다. 춤에서 멀어져가는
관객들을 다시 춤무대로 끌어들여야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섭씨의 미술(절 덧문의 꽃 문양 내실과 바닷가 배 모형), 조석
연씨 작곡은 특히 아다지오(2인무 때) 첼로 선율이 출중했다. 국립 발
레단, 창극단까지 참여한 「오셀로」 초연 무대, 동서양의 만남과 그 「만
남의 요리」가 비록 덜 익었다고 해도 베자르가 「가부키」와 만나고, 킬
리얀이 「하이쿠」 몇 행으로 작품을 남겼듯 앞으로 동과 서의 교류는 빈
번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