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할머니 이번에도 또 당선됐어요?』 일요일 아침 식탁에서 둘째
녀석이 할머니에게 응석을 떤다. 번번이 반장선거에서 떨어졌던 둘째는
할머니의 「3번째 연임」을 대단한 일로 여긴다.

어머니는 이사온 뒤 줄곧 5년동안 노인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이젠
힘에 부쳐 그만두겠다고 몇차례 고사했지만 그때마다 받아들여지지 않
는다고 가볍게 푸념도 하신다. 아마도 작년부터 도진 관절염 때문에 거
동이 불편해더 욱 그러실 것이다. 할아버지 몫인 회장 자리는 벌써 3번
이나 바뀌었고 총무와 감사도 몇차례 교체됐지만 부회장 자리 만큼은
요지부동이다.

하지만 어머니는 완강히 거절치 않는 것으로 보아 아직도 애착이 많
으신 것 같다. 나도 내심 싫지 않다. 흔히 노인이 돼서 무언가 소일거
리가 있으면 괜찮다고들 하는데, 하물며 동료들을 위해 봉사하는 「출입
처」가 있으니 더욱 좋은 게 아닐까.

칠순을 훌쩍 넘기신 나이 탓에 근력이 예전만은 못하지만 덕분에 생
활은 활기가 있어 보인다. 간혹 노인회에서 불협화음이라도 있는 날이
면 그날 저녁 집 전화통이 바빠진다. 중재자 역할도 하게 되는 것이다.

감투가 남을 위해 헌신해야 하는 자리인줄 아는 큰아이는 직책에 아
예 관심이 없다. 반면 둘째는 얼핏 힘있어 보이는 감투를 무척 얻고 싶
어했다. 두 아이에게 「할머니의 연임」은 좋은 교훈이 돼준다. 나는 아
이들에게 말한다. 『너희들도 할머니처럼 두루두루 친구를 사귀고 남을
위해 무엇을 베풀 것인지 항상 생각하며 행동해라.』 옆에 있던 아내도
한마디 덧붙인다. 『반짝 인기 얻어 어쩌다 반장하면 뭐하니. 주위 사람
들로부터 인정을 받아야 진짜 리더가 될 수 있는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