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관계법 개정을 둘러싸고 노정간 암운이 짙어지고 있다. 정부의 노
동법 개정 독자 추친 방침에 대해 노동계가 「총파업」이라는 극단적인 수
단으로 맞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계가 예고한 총파업은 이제 그야말로 초읽기에 들어갔다. 과연 남
의 나라 일로만 알았던 노동계 총파업이 국내에서도 실제 상황으로 벌어
질수 있을까. 현시점에서는 노동 전문가들조차 총파업 가능성을 확실히
점치지 못하고 있다. 다만 건국 이후 최초가 될 노동계 총파업이 실제로
벌어질 경우 그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
는 것 같다.

우리 노동계는 현재 유일한 합법적 상급 노조인 한국노총(위원장·박인
상)과 신생 법외 단체인 민주노총(위원장·권영길)으로 양분돼 있다. 노
총은 6천5백개 노조, 1백15만 조합원을 확보하고 있어 조직 규모 면에서
는 민노총(9백29개 노조, 50만 조합원)에 앞서나 조직 동원에서는 민노총
이 오히려 우위에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들 두 단체는 노동 운동 조직으로서 각각 보수와 혁신 노선을 지향하
고 있으나 이번 총파업 명분에 있어서는 거의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들 단체의 표현을 빌리자면 「노동법 개악 저지」가 바로 그것이다. 노동
단체에서 말하는 「노동법 개악」은 사용자 편향 노동법 개정을 의미한다.

예를 들자면 정리 해고 및 변형 근로제 본격 도입, 복수 노조 불허,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제3자 개입 금지 규정 존치 등이다.

정부가 관련 부처 장관들로 구성한 노사개혁추진위(약칭·노개추, 위원
장 국무총리)는 11월29일 대통령에게 노동법 개정안을 최
종보고한 뒤 곧바로 입법 예고할 예정이다.

막바지 정리 단계에 있는 정부 안에는 가장 핵심적인 정리 해고와 변형
근로제 도입 등 경영계 요구가 대폭 반영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
동계가 전면에 내세운 총파업 선제 조건은 실제로 갖춰진 셈이 됐다. 그
런 의미에서 「칼을 뺄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선택 카드는 이제 노동계
몫으로 남게 됐다. 판세를 더 정확히 말하자면 노총과 민노총 양대 조직
수뇌부가 이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형국이다.

노동계는 지난 5월 사회적 합의를 통한 노동법 개정을 위해 대통령 직
속 자문 기구인 노사관계개혁위(약칭·노개위, 위원장 현승종 전국무총리)
가 발족한 이후 어려운 고비마다 총파업 경고를 되풀이해왔다. 그러나 지
금까지는 진짜 총파업을 하겠다는 의미보다는 일종의 「엄포용」일 것이라
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즉 한 뼘이라도 「자기 땅」을 넓혀보려는 노동계
의 전략 전술적 목적에서 나온 것으로 이해돼왔다.

반면 총파업에 따른 노정 관계 악화와 사회 경제적 충격을 걱정하는 목
소리도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노개위에서 노사, 공익 3자가
노동법 개정 핵심 쟁점들에 대한 합의에 실패하고 정부가 곧바로 독자적
인 법개정 방침을 발표한 이후 노동계 분위기가 눈에 띄게 사나워지고 있
기 때문이다.

민노총의 허영구 부위원장이 총파업 방침을 발표하면서 『우리 조직 지
도부는 모두 구속될 각오가 돼 있다』고 결연한 의지를 보인 것도 노동계
내부 정서를 대변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노총의 한 고위 관계자는 또 『법 개정을 통해 불이익이 예상된다면 대
다수 근로자들이 파업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한마디
로 「이번에는 정말 장난이 아니다」는 것이 노동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현실 진난이다.

전략적 측면에서 보면 「노동법 개악」 저지를 위한 노동계의 공략 목표
는 정부보다 정치권에 맞춰져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정부가 노동계 표
현대로 「반노동적」 노동법 개정안을 국회로 넘기는 것은 기정 사실로 보
고대신 이번 정기국회 통과 저지를 긍극적 목표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민
노총이 국회 환경노동위의 노동법 개정안 심의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12월 10일을 총파업 돌입 시점으로 잡은 것이나 노총이 정치권과 연대한
정치 투쟁을 선언하고 나선 것도 모두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심지어 노총은 정치권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노동법 개정 투쟁을 내년
대통령 선거 시점까지 연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노동계」 성
향 정당과 정치인에 대해 낙선 운동을 벌이겠다는 노총 전략은 정치인들
이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표」(표)를 무기로 노동법 개악을 저지하
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 실행 여부 관계 없이 개정 일정엔 타격 줄듯 ////.

정치권을 겨냥한 이같은 위협(?)은 접어둔다 해도 총파업은 그 자체만
으로도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이 확실하다. 민노총 산하 , 서
울시지하철, 자동차, 조선 등에다 노총 산하 전력, 철도, 금융, 체신등이
가세하면 그야말로 국내 주요 기간 산업이 총망라된 대세력 집단이 형성
되기 때문이다.

노동법 개정 중요성이나 노동계의 현재 분위기 등에 비춰 노총과 민노
총 지도부가 하부 조직에 총파업 지시를 내리는 상황은 피할 수 없는 것
으로 관측된다. 노동부의 고위 관계자도 『두 단체 지도부를 형성하고 있
는 인사들로서는 조직 운동가로서 생명을 걸고 총파업을 강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조직 수뇌부의 총파업 지시를 하부 조직인 일선 사업장 노조들
이 어느 정도 뒷받침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한 관측도 낙관론
과 비관론으로 엇갈리고 있으나 현 시점에서는 후자쪽이 다소 우세한 듯
하다. 일사불란한 총파업 실행을 어렵다고 보는 사람들은 우선 노총, 민
노총 두 조직 수뇌부의 리더십이 그다지 강력하지 못하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노총은 과거 조직 동원 경험이 많지 않아 총파업이라는 「큰일」
을 해내기에는 현실적으로 역부족이라는 것이 노동계 안팎의 대체적인 분
석이다.

조직 동원력 측면에서 앞서는 민노총의 경우 , 지하철,
금속연맹 등 규모가 방대하고 투쟁 성향이 강한 조직들로 구성돼 있어 결
속력이 공고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다시 말해 조직 운영 목표와 방법이
서로 다른 거대 노조들이 과연 한 덩어리로 조직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극히 회의적이라는 것이다.

총파업에 대한 정부의 강경 대응 방침도 일반 노조원들의 운신을 위축
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비록 일반 노조원들이 전과 다른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고는 하나 과거에 한 번도 경험이 없는 총파업을 조
직적으로 실행하는 것은 우리 노동계 풍토상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결론적으로 노동법 개정의 막판 변수로 돌출한 노동계의 총파업 경고는
비록 실행에 들어간다 해도 불발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현재까지
의 분위기이다. 그러나 국내 노동계 전체가 움직인다는 점에서 비록 부분
파업이 되더라도 산업 생산과 시민 생활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은 분
명하다. 아울러 공권력과 정면 충돌 과정에서 무더기 구속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도 매우 높다.

그럼에도 노동계의 총파업 선언은 이번 정기국회 처리를 목표로 하는
정부의 노동법 개정 일정에 큰 타격을 안겨줄 것으로 전망된다. 표 앞에
서는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 것이 정치권 속성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