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르농쿠르, 서 교향곡 전곡 지휘 ###.

지난 11월 16일부터 23일까지 뉴욕의 카네기 홀에서는 교향
곡 9곡 전곡이 연주됐다. 지휘자 니콜라스 아르농쿠르가 「챔버 오케스
트라오브유럽」을 이끌고 일주일간 펼친 이번 연주는 1987년 비엔나 필
하모닉이 교향곡 전곡을 연주한 이래 오랜만에 시도된 전곡 연주
여서 더욱 관심을 모았다.

16일에 4번과 5번, 17일에 6번과 8번,19일에 1번과 3번, 20일에 2번
과 7번 그리고 23일 9번 연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 이번 연주회는 16-
17-23일의 표가 일찍부터 매진될 만큼 음악애호가들의 호응이 대단했다.
매 연주때마다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에 쏟아지는 함성과 기립박수, 수없
이 계속되는 커튼 콜은 뉴욕에서 그렇게 흔한 일은 아니었다.

원래는 첼로 주자였던 지휘자 아르농쿠르는 1929년 태생으로
오랫동안 음악학을 공부한 사람이다. 특히 초기악기와 음악에 대한 연
구로 중요한 업적을 쌓은 지휘자이다. 9세때에 첼로를 시작한 그는 비
엔나에서 공부했으며 52년부터 69년까지 비엔나 심포니의 주자로도 활
약했다. 1953년엔오리지널 악기를 가지고 연주하는 앙상블 「비엔나 컨
센투스 무지쿠스(Vienna Concentus musicus)」를 설립해서 1957년, 18세
기까지의 레퍼토리를 가지고 첫 연주회를 가졌다. 62년부터는 바흐의
브란덴버그협주곡들을 오리지널 악기로 연주하기 시작했으며 나중엔 헨
델의 메시아까지 레퍼토리를 넓혀갔다.

그는 88년 영어로도 번역된 「오늘의 바로크음악」등 여러 권의 저서
도냈다. 그는 또 이번에 협연하는 「챔버 오케스트라 오브 유럽」과 녹음
한 교향곡 전곡 레코드로 「그라모폰」의 「올해의 레코드상」, 「독
일레코드 평론가협회상」등 수많은 상을 받았다.

연주여행을 싫어하는 성미 때문에 18년만에 다시 뉴욕 무대에선 그
는 지휘대 없이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같은 높이에 서서, 지휘봉도 없이
두손으로 지휘를 했다. 특히 이번 연주들은 옛날 맛도 나면서 현대의
맛도가미된 그런 연주였다. 밸브가 없는 옛날 트럼펫이 사용되었으나
트럼펫 본래의 아름다운 소리는 오히려 더 정확하고 아름다웠다. 모든
관악기들이 각기 반주할 때는 물론, 코드만 잡고 있을 때도 한음 한음
살아 있었다. 현악기에선 거의 비브라토를 쓰지 않고 음의 색깔을 넣을
필요가 있을 때만 조금씩 사용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비브라토가 화
려한 다른 연주들과는 확연히 다른 감칠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아르농쿠르는 음악의 역사를 중시하는 연주자답게 작곡가의 의도를
되살리는 작업을 완벽할 정도로 되살려냈다. 그리고 전체적인 구성은
물론 악보의 프레이즈 마다에도 세심한 신경을 썼으며, 프레이즈와 프
레이즈 사이에도 간격을 두어 음악의 구석구석까지를 끄집어내 맛보였
다. 그것은 더할 수없이 절도 있는 리듬과 템포와 음색이 이루어졌을
때만 이 가능한 것인데 아르농쿠르는 그것을 이루어낸 것이다.

보수주의로 선회해가고 있는 시류와 맞물려 음악세계도 점점 음악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추세이다. 그 선두주자가 아르농쿠르인 셈이
다. 그동안 음악은 물질문명의 발달과 더불어 무조건 크고 화려한 연주
만이 최고로 대접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음악 본래의 예술성을 추구하
는 진짜 예술가들에겐 악몽같은 세월이었을 것이다. 겉멋은 없어도 음
악 본래의 조그만 아름다움에 탐닉하는 이들에게 이번 아르농쿠르의 연
주회는 그같은 갈증을 채워주었다.

이번에 아르농쿠르와 함께 연주한 「챔버 오케스트라 오브 유럽」은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앙상블 중의 하나로 손꼽히며 1981년 창단되었다.
뮤직 디렉터없이 자기들 스스로 활동하고 있는 이 악단은 클라우디오
아바도를 예술고문으로 추대해 협조하고 있고, 지난 10여년간은 아르농
쿠르와 깊은 관계를 가지고 활동해왔다. 15개국에서 선발된 50명의 단
원들로 구성돼 있는 이 앙상블은 1년에 150일만 함께 모여 활동하고 나
머지는 각자 솔로나 챔버 뮤직 혹은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한다. 아르농
쿠르와 만든 교향곡전곡 레코드로 그라모폰이 주는 「이 해의 음
반상」을 수상한 여세를 몰아 94년엔 잘츠브르크 음악제에서 연주하기도
했다. 금년 시즌에 슈베르트교향곡 전곡을 연주할 예정이고, 아르농쿠
르와 브람스교향곡 전곡도 연주하고녹음할 계획이다. 한편 아르농쿠르
는 필하모닉과도 브람스교향곡 전곡을 레코딩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