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국가예산규모 71조6천억원과는 별도의 숨겨진 국가재정이 있
다. 지방자치단체 예산, 각종 기금, 정부투자기관 예산 등이 여기에 해
당한다. 「나랏돈」의 범위에 포함되면서도 국회 심의를 받지 않는 항목들
이다.

이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것이 기금이다. 기금은 예산회계법에 따라
국회 심의를 거치지 않고 대통령이나 주무부처 장관의 승인만으로 운용
계획이 확정돼, 국회예산심의의 대표적인 사각지대로 불린다. 전체 36개
정부기금의 97년도 조성액은 모두 1백3조5천8백억원에 이르러 61년도 도
입이후 처음으로 1백조원을 넘는 등 공룡화하고 있다.

또 자치단체 예산은 관할주민들이 낸 세금과 각종 자체사업이윤으로
편성, 연말에 지방의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된다. 96년도에는 15개 시-도
와 2백30개 시-군-구에 모두 47조2천4백98억원이 책정됐다. 18개 정부투
자기관의 예산은 96년도에 57조4천2백여억원이었다. 그러니까 이 3가지
국회와 상관없는 재정항목을 합치면 대략 2백8조원으로, 내년도 국가예
산규모의 약 3배에 달하는 셈이다.

국회가 끼어들 여지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기금에는 정부가 출연
하는 돈이 있어서 해당 부처 예산심의때 출연금부분과 관련해 살펴볼 기
회가 있다. 출연금은 97년 기준으로 27개에 모두 7천5백여억원이다. 또
자치단체예산과 관련해서는 내무부가 96년에 지방교부금과 지방양여금,
국고보조금 등으로 6조7천억원정도를 지급했으며, 정부투자기관에 대한
정부출자금은 9개 기관에 1조1백여억원이다. 이 부분을 심의하면서 국회
는 나머지 부분까지도 정책질의형식으로 들여다 볼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