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부안은 참고용...예산-세출위등 토론내용 모두 공개 ###.
미국 국회는 우리처럼 행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심의」하는 것이
아니라 안 자체를 직접 짠다. 국회 소속 CBO(Congressional Budget O-
ffice·의회예산처)가 담당하는데 인원만 2백20여명으로 연구기관 형
태를 갖추고 있다. 물론 정부 예산안도 있기는 있다. 대통령 직속인
OMB(Office of Management and Budget·관리예산처)가 나름의 예산안
을 짜고 대통령은 매년 1월 이를 의회에 제출한다.
그러나 OMB 예산안, 그러니까 우리의 정부안 같은 것은 「참고용」
에 지나지 않는다. CBO가 자체적으로 내린 경제전망 아래 새로운 예산
안을 짜고, 이것을 토대로 의회의 예산안이 굴러가기 때문이다.
우리 국회에서 예산을 다루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와 비
슷한 기능을 하는 곳은 의회 예산위원회와 세출위원회인데, 우리가 예
산안이 통과되는 12월2일까지만 문을 여는 특별위원회인 반면 미국은
1년내내 문을 열고 항상 예산을 심의하고 있다.
미국의 예산심의는 다음 과정을 거쳐 진행된다. 대통령이 제출한
OMB 예산교서를 받으면 상위별로 이를 검토한다. 각 상위는 3월15일쯤
예산위원회에 검토내용을 보고한다. 이때 CBO도 예산분석보고서를 예
위원회에 제출한다. 5월쯤 상임위는 「수권법」을 의결한다. 수권법의결
은 행정부에게 내년 사업을 집행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으로, 동시
에 각 사업의 예산 상한선과 기본방향 등 큰 틀이 정해진다. 행정부가
실제 쓸 수 있는 예산은 세출위원회가 결정하게 된다. 세출위원회는
국방외무 보건 등 13개 소위원회로 나뉘며 예산위원회가 정한 상한선
을 넘을 수 없다. 세출위원회의 의결을 거친 예산안은 하원 본회의를
거쳐 9월15일까지 상원 본회의 의결을 마지막으로 통과하게 된다.
우리가 연말 두달 남짓한 동안 벼락같이 처리하는 것을 미국에서
는 1년내내 연구하면서 하고 있는 셈이다.
또 한가지 차이는 미국 예산은 예산위원회와 세출위원회 회의,
공청회를 거치면서 항목마다 끊임없는 토론이 붙지만, 우리의 경우 편
중예산 등 정치적 논쟁으로 일관하다 「계수조정회의」라고 불리는 예산
안 조정 소위원회에서 최종적으로 결정되고 만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는 각종 회의에 보고서라는 형식으로 기록이 남는 반면 우리의 「계수
조정회의」는 속기록조차 없다. 작년의 경우 11월27일부터 12월2일까지
11명의 여-야의원들이 수십조원의 예산을 움직이는 계수조정 작업을
벌였지만 어떤 내용이 오갔는지는 참석자들 밖에 모르고 있다.
박재창 교수는 『중요한 계수조정회의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상임위와 예결위에서 지적된 사항들이 반영되는지, 정치적으로
굴절되는지 검증하기 어렵다』며 『유권자들이 국회의 예산심의 내용을
추적할 수 있도록 모든 과정이 공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