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스톡홀름의 한 광고회사 중역인 수잔 풀상씨(33·여)는 입양
아 신세로 한국을 떠난 지 30년만에 당당한 커리어 우먼으로 돌아왔다.
친부모를 찾고 싶어서였다. 입양아의 불행에 대한 왜곡된 호기심을
견딜수 없었다는 수잔. 그녀는 어려움을 딛고 홀로서기에 성공한 모습
으로 한국을 찾고 싶었다고 했다. 『스웨덴에서도 입양아에 대한 관심이
많아요. 한국인이면 으레 입양아라고 생각하지요.』 「입양아」란 꼬리표
를 떼기 위해 그녀는 늘 경쟁해야 했고 남들보다 한발이라도 앞서나가
야 했다.
수잔의 양부모는 지난 67년 서울을 방문, 4살짜리 그녀를 데려갔다.
스웨덴 공항에 내리면서 카메라 플래시도 받았다. 「입양 1호」 세대였기
때문에 스톡홀름 시장이 직접 마중나왔다고 한다. 그러나 수잔의 양부
모는 그녀의 「출생 비밀」을 철저히 숨겼다. 한국에서 버려진 뒤 스웨덴
으로 왔다는 사실을 홀로 배워나가야 했다.
15세가 되던 해 수잔은 집을 나왔다. 주말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모았다. 18세에 고등학교를 졸업, 패션업체들과 고급 의상 부티크
의 영업을했다. 마케팅 학교도 졸업했다. 의류 구매사업을 벌이기도 했
다. 지금은 광고회사의 자금을 담당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수잔은 앞만 보며 달려왔다. 금융회사를 경영하는 스웨덴 남편을 만
난 것은 12년전. 8세와 4세 딸 둘을 뒀다. 그야말로 남부러울 것 없는
스웨덴 중산층이지만 그녀는 늘 마음 한 구석이 아팠다.
수잔이 뒤를 돌아보게 된 것은 최근이다. 초등학교 2학년 큰딸에게
자신이 옛날에 겪었던 혼란이 찾아왔다는 것을 발견하고 나서다. 딸 친
구들이 「너희 엄마는 어디서 왔니, 왜 다르게 생겼니」라고 묻기 시작했
고, 수잔은 아이들에게 들려줄 자신의 이야기가 없다는 사실이 당황스
러웠다고 했다. 남편과 의논한 끝에 휴가를 내고 한국행을 결심했다.
그동안 연락을 끊었던 양부모에게 입양서류를 건네받았다. 기록에는
생년월일이 63년 11월13일. 한국 이름은 김기란으로 적혀있었다.
1주일전 처음 한국땅을 밟으면서 수잔은 충격을 기대했다. 그러나
지금 그녀는 무척 편안하다고 한다. 『마치 오랫동안 살던 곳 같아요.부
모님이 아니라면 먼 친척이라도 만나고 싶어요. 어린 딸들에게 들려줄
엄마의 이야기를 찾아야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