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사를 소설로 녹여낸 「소피의 세계」(현암사간·장영은 옮김)로
일약 전세계적 베스트셀러작가가 된 노르웨이 작가 요슈타인 가아더(45)
의 90년작 「카드의 비밀」(백설자 옮김)이 최근 출간돼 「소피의 세계」붐
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소피의 세계」가 철학사를 소설로 담은 것이
라면 「카드의 비밀」은 철학의 문제들을 소설로 각색한 것이다.

주인공은 한스 토마스라는 소년. 한스는 아버지와 함께 「자기 자신
을 찾겠다고 집을 나간」 어머니를 찾아 아버지와 함께 노르웨이의 항구
도시 아렌달에서 그리스로 먼 여행을 떠난다. 물론 그 여행은 어머니를
찾아가는 여행임과 동시에 철학자들의 고향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기도
하다. 그런데 한스의 그리스행을 더욱 철학적이게 해주는 것은 여행길
에서 이뤄지는 아버지와의 대화. 한스의 아버지는 집나간 어머니 생각
을 할때를 제외하곤 늘상 온세상의 철학적 고민을 일삼는 인물이다.

밤길을 달리다 담배를 피우기 위해 차를 잠깐 세운 한스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말한다. 『우린 아주 미미한 존재에 불과해. 얘야, 우린 낡은
를 타고 아렌달에서 아테네로 달려가고 있는 미미한 레고 인형이
야. 하! 이 완두콩만한 지구 위에서! 저 밖에, 그러니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콩알 밖에는, 수백억개의 은하가 있지.』 대부분 한스는 아버지
의 얘기를 일방적으로 듣는 편이지만 때로는 『우주가 거대하다는 게 반
드시 우리지구가 완두콩만하다는 뜻은 아니에요』라는 식으로 반론을 펴
기도 한다. 이 얘기는 철학책에서 흔히 이야기되는 「우주 속의 미미한
생물체로서의 인간 존재」와 「사유하는 존재로서 우주의 중심인 존재」라
는 거창한 문제를 가아더식으로 용해시킨 것이다. 모두 52장인 이 책에
는 이런 식으로 수수께끼를 풀듯 매장에 담겨 있는 철학의 문제를 읽어
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작가 요슈타인 가아더는 기본적으로 『세상과 인생은 곧 수수께끼』라
는 시각을 갖고 있다. 책의 구성을 트럼프의 스페이드 에이스에서 하트
킹까지 52장으로 안배한것도 이런 시각에서 나온것. 문제는 조커다. 52
장 어딘가에 숨어있을 조커는 「카드의 비밀」을 읽으며 궁극적으로 찾아
내야 할 수수께끼의 해답이자 삶의 숨겨진 비밀이다.

인생을 카드놀이에 비유한 작가의 의도를 먼저 들어볼 필요가 있
다. 『우리는 인생이라는 카드놀이에서 모두 조커로 태어났다.그러나 우
리는 성장함에 따라 조금씩 조금씩 하트나 다이아몬드 클로버 스페이드
가 되어간다. 조커가 영영 없어진다는 말은 아니다. 카드놀이에서 하트
나 다이아몬드 카드 속 어딘가에 조커가 숨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조커에 대해 그는 말한다. 『조커는 결코 어른이 되지 않는
영원한 어린이며 삶에 대한 경이로움을 언제나 잃지 않는다. 이런 점에
서 그는 고대의 위대한 철학자들과 일맥상통한다. 고대 그리스의 소크
라테스도 그 시대의 조커였다.』 그러면서 가아더는 『우리 모두의 내면
에도 조커가 살아있다』고 덧붙인다. 물론 「카드의 비밀」을 통해 조커를
찾고 나아가 자신의 내면에 숨어있을 조커를 찾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현암사는 「카드의 비밀」에 이어 가아더의 청소년 철학동화 「여보세
요? 거기 누구없어요?」도 다음주경 펴낼 예정이다. 이 책은 각각 하늘
정원 집 바다 알 산 밤 모자 등 8개의 상징적 장으로 구성돼있으며, 삼
촌 요아킴이 조카 카밀라에게 자신의 어린 시절에 겪었던 일과 그때 자
신에게 들었던 생각 등을 편지형식으로 들려주는 내용이다. 이 또한 청
소년 뿐 아니라 성인에게도 「조커」를 찾는데 도움을 주는 철학동화책이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