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백한 사고" 주장 군서 무시 ////
/// 동네서 소문난 효자…방송PD 꿈꿔 ///.

『너무 억울해서…. 우리 종욱이 보고 싶어서 어떻게…. 비상걸렸
다고 오지말라고 해서 안갔는데….』.

무장간첩들에게 살해된 표종욱일병(21)의 어머니 박영하씨(50)는
6일 서울 송파구 삼전동 집에서 끝내 혼절했다.

영국 어학연수 후 지난 2일 귀국한 누나 시연씨(25)는 『동생이 휴
가나와 전화통화에서 옷을 사달라고 해 점퍼를 사갖고 왔는데 이
게 무슨 소리냐』며 통곡했다.

무장간첩이 써놓은 노트쪽지가 없었더라면 오히려 영원한 탈영범으
로 몰릴 뻔했던 표 일병이다.

친척들과 동네주민 등은 『종욱이가 서글서글한 성격으로 탈영할 이
유가 없는데도 부대에서는 자꾸 탈영했다고 주장해 이상하게 여겼었다』면
서 『동네에서는 소문난 효자 대학생으로 통했다』고 말했다.

작은 누나 주연씨(24)는 『5일밤 TV에서 종욱이 생일선물로 사준 노
란 돌핀시계가 무장간첩의 소지품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억장이 무너졌다』
고 말했다. 온 가족이 오는 9일 면회갈 예정이었다며 누나는 흐느꼈다.
표씨 부부는 지난달 22일 아들의 「탈영소식」을 듣고 23일 새벽같이 강원
도 양구 2사단 공병부대를 찾아가 자초지종을 들었다.

당시 정 부대장은 『아들이 싸리재 작업을 하다 탈영한 것 같다』면
서 『요즘 병사들이 여자문제 때문에 고민을 많이 하니 친구들을 통해 빨
리 귀대시켜달라』고 말했다는 것.

여자문제도 없었고 집안도 화목해 탈영할 이유가 없다고 아무리 설
명해도 부대장은 들으려 하지 않았다고 했다.

『아르바이트해 모은 돈 1백30만원을 갖고 아버지 핸드폰 사드리겠
다고 했는데 탈영이라니….』 아버지 표씨의 머리속엔 지난 9월초 휴가를
받아 집에 온 아들과 나눈 대화가 자꾸 떠올랐다.

『아버지. 걱정마세요. 여자친구는 아직 없어요』 『전, 방송 PD가 될
래요.』 표씨 부부는 서울로 돌아왔으나 「분명히 사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 표씨는 직장도 팽개친 채 24일과 25일 부대가 있는 양구읍
을 찾아가 이곳저곳을 찾아 헤맸다. 큰아버지 표찬섭씨(60)와 숙모 조
주순씨(55), 고모 표경순씨(55)등이 합류해 주변을 샅샅이 뒤졌지만 헛수
고였다.

부대는 표 일병 수색작업에서 손뗀 지 오래였다. 어머니 박씨는 가
끔 정신이 들면 『종욱이가 차라리 탈영했더라면 살아서돌아왔을텐데…』라
며 표 일병이 대학시절 지은 시를 읽어보기도 했다.

배명중-영동고를 졸업하고 지난 94년 국문과에 입학한 아들
은 유난히 문학을 사랑했었다.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진 어느날/나는 다른 사람이 되고 싶었고
다른 나를 찾고 싶었다/그래서 탄 강릉행 기차…」.

아들의 노트에 적힌 시를 읽다가 어머니는 다시 『종욱이 얘기가 언
론에 보도된 6일 오전까지도 헌병들이 종욱이를 탈영병으로 몰아세웠다』
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표 일병의 방 책장에는 주인 잃은 목민심서, 삼국지, 수호지, 장길
산 등이 가지런히 꽂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