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권단체 변호사모임 지식인단체 종교단체 등 여러 시민운동
단체와 내무부 사이에 심각한 신경전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 이들 16개
단체가 모여 「전자주민카드 시행 반대와 국민의 사적 권리 보호를 위한
시민사회단체공동대책위원회」를 결성하면서 시작된 사태다.

대책위는 『정부가 98년 시행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전자주민카드
제도는 사생활 침해, 정보기관에 의한 국민감시체계 구축의 위험성을 안
고 있다』면서 전면철회 운동을 펼치고 있다.

내무부는 이를 『기술적 이해가 부족한 데서 나온 막연한 반대일 뿐』
이라고 공박하고 있다.

『평소 따로따로 갖고 다니는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의료보험증 따
위를 카드 하나에 모아놓는것에 불과한데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것
이다.

시민단체의 주장이 점차 파장을 불러일으키자 내무부는 지난 30일
과천시민회관에서 「전자주민카드 사업과 관련한 시민단체 및 전문가초청
공동토론회」를 마련했다.

서로의 논리와 주장을 공개석상에서 검증받자는 일종의 「공세」였다.

그러나 이날 행사는 토론회가 아니라 단순 설명회로 바뀌고 말았다. 대
책위쪽 대표들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민단체쪽은 『내무부가 토론
회를 1주일도 채 안 남겨놓고 참석요구를 해와 준비를 할 여유가 없었다』
고 말했다.

이들은 2일 서울 흥사단 강당에서 자체 토론회를 따로 열어 반대입
장을 재정리했다. 시민단체가 공개토론을 기피하는 듯한 모양새로 30
일 행사가 끝난후 내무부는 내색은 않지만 「한번 혼내줬다」고 은근히 고
소해 하는 눈치다.

사실시민단체쪽은 불의의 일격을 맞고 정면으로 대응하지 못함으로
써 한차례 스타일을 구긴 꼴이 됐다. 양쪽의 신경전은 앞으로도 한동안
더 계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누가 자존심 싸움에서 이기느
냐가 아니다.

전자주민카드 사업은 2천8백여억원의 거액이 투입돼 온 국민이 21
세기형 첨단 신분증을 갖게 되는 세계초유의 시도다.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다면 시행에 들어가기 전에 샅샅이 점검해 봐
야 하고, 이번은 그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 일반 시민들
은 무산된 공개토론이 빠른 시일 안에 이루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내무부에게는 어떤 형태의 의문점이든 일단 제기된 것은 성
실하게 설명하는 자세를, 사회운동단체에게는 문제점 하나하나를 과학적
으로 분석하고 파헤치는 「프로」의 모습을 요구하고 있다.

전자주민카드 논쟁은 목소리 큰 쪽이 이기는 관념적인 정치논쟁과
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