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의 생물학적 기원 설득력있게 묘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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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통해 자신의 전공분야를 넘어서 일반인들에게까지 친근하게 다가
갈 수 있는 학자라면 그는 축복받은 사람임에 틀림없다. 영국의 동물행동
학자 데즈먼드 모리스는 바로 그런 축복을 누리고 있는 드문 사람 가운데
하나이다. 그는 자연과학자이면서도 뛰어난 글쓰기 능력으로 일반독자들
을 사로잡는데 성공하고 있다. 동물행동학에 대해 별다른 사전지식이 없
는 사람들도 그의 저서는 소설보다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국내에선 「털 없는 원숭이」가 광범위한 호응을 얻은 덕분에 모리스의
저서는 매우 많이 소개된 편이다. 그래서 지금에 이르러선 오히려 어느
책을 먼저 읽어야 할지 망설여야 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최근 출간된
「머리 기른 원숭이」는 그런 점에서 모리스의 동물행동학을 전체적으로 이
해하는 데 적절한 조감도 역할을 해줄 것으로 여겨진다. 왜냐하면 이 책
은 방송국의 6부작 텔레비전 시리즈로 기획된 데서 알 수 있듯이 모리
스가 지금까지 쓴 주요저서들을 농축해서 담고 있기 때문이다.

총 6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의 제1장은 「맨 워칭」을, 제2장은 「털 없는
원숭이」를, 제3장은 「인간 동물원」을, 제4장은 「성적 행동」(국내 번역서
제목은 「접촉」)을, 제5장은 「베이비 워칭」과 「연령대에 관한 책」을, 그리
고 제6장은 「예술의 생물학」을 각각 기반으로 해서 집필됐다. 즉 「머리
기른 원숭이」를 읽으면 사실상 저자의 대표적 7권을 읽은 것이나 마찬가
지의 효과를 거두게 되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가 일관되게 강조하는 것은, 인간이 제 아무리 고상하
고 특별한 체 해봐야 결국 동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저자의 단언에 따
르면 『아무리 날개 잃은 천사로 생각하고 싶어해도 실제로 우리는 서 있
는 원숭이에 불과하다.』 인간 유전자의 98.4% 가 침팬지와 동일하며 인간
을 털복숭이 짐승과 구별시켜주는 유전자는 1.6%에 지나지 않는다는 최신
연구 결과는 이를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단순히 인간이
동물이라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그들의 후예가
오늘날 볼 수 있듯이 지구를 지배하며 거대한 문명을 이룩할 수 있는가에
있다. 우리의 친척인 고릴라나 침팬지가 먼 열대밀림에서 꽥꽥거리고 있
을때, 인간을현대의 문명인이 되게끔 전진하도록 만든 힘은 무엇인가.

저자는 인간이라는 종의 생물학적 초상을 차근차근 그려나가면서 우리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동물적 유산을 고찰하고 있다. 그의 설명은 기발하
면서도 설득력이 있고 드라마틱한 박진감마저 갖추고 있다. 그는 인간의
사소한 몸짓과 표정에서 장구한 진화의 흔적을 검출해내며 사랑 소외 폭
력도시화 인구밀집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기존의 심리학이나 사회학에서
내놓지 못한 통찰을 제시하고 있다.

인간과 동물을 수평축에 놓고 비교하는 데즈먼드 모리스의 논리는 인
간 속에 내재해 있는 자부심과 선입견에 상처를 입히는 면이 있다. 그러
나 그것은 모든 창조적인 세계해석이 직면해야 하는 장벽이기도 하다. 다
만 우리는 인간이 동물이라는 사실의 확인은 인간에 대한 이해의 끝이 아
니라 시작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 시인·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