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가 태어나고 아내가 산후 조리를 끝낼 무렵이 되자 첫째의 응
석이 늘어만 갔다. 혼자서 잘 먹던 밥도 제 엄마가 꼭 먹여줘야 했고
목욕도 애기처럼 씻겨줘야 했다. 4년동안 혼자 누려왔던 가족 사랑을
뺏기는 느낌이었나 보다. 그러나 아내는 당장 둘째 우유 주랴, 기저귀
갈아 주랴, 아무래도 첫째에겐 소홀해지고 첫째의 투정에도 짜증이 늘어
가는 것 같았다.
그러다 둘째 백일이 채 되기도 전 어느날 우리 가족은 전기를 마련
하기로했다. 둘째는 외할머니께 맡겨놓고 첫째와 우리 부부는 주말여
행을 떠났다. 마침 아내와 만난지 꼭 10년이 되는 날도 다가와 우리
부부의 추억이 묻어있는 으로 길을 잡았다. 예전과 다름 없이
설악은 조용하고 맑고 아름다웠다.
피자와 햄버거만 좋아하는 첫째에게 싱싱한 오징어회도 먹이고, 케
이블카도 타고, 오색약수터에서 바위틈으로 솟아나는 약수도 떠마시고,
저녁에는 20년이 다 된 고물 트럼펫을 꺼내 잘 나지도 않는 나팔소리를
들려주며 고등학교 수학여행때부터 지금까지 아빠와 의 조우에 대
해서, 그리고 엄마와의 만남, 첫째인 네가 태어났을 때 기쁨과 동생의 의
미에 대해서도 긴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이야기해줬다.
『동생이 네 사랑을빼앗아 가는 게 아니라 우리 가족의 사랑이 그만
큼 늘어 나는 것이란다.』그날 밤 오랜만에 첫째는 엄마 아빠 사이에서 두
사람 팔을 나란히 베고 아주 행복한 모습으로 자리에 누웠다. 그리고
아주 의젓한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가 동생때문에 바쁘니까 이제 나 혼자 머리 감을 거야.』 돌아
오는 길 첫째는 동생 선물로 분유 한통을 골랐다.
< 이원익·한의원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