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공부하는 건물위로 헬기가 낮게 날고, 군인들이 탄
트럭들이 빠른 속도로 지나갈 때 고국에서 본 전쟁드라마가 생각나
기도 했어요.』.

북한 잠수함과 무장간첩이 나타난 지 한 달, 강릉시 주
민들은 대부분 평상을 되찾고 있지만 현장에서 「한반도의 긴장」을
느낀 외국인들은 아직 한국에대한 강렬한 인상을 지우지 못하고 있
었다.

강릉시 포남동 「시사영어사 어린이 영어교실」 강사로 이
곳에 와있는 에드워드 푸트씨(23·미국)와 조린 샤퍼(25·캐나다)-
수지 그레이스양(24·캐나다)은 『한반도 상황이 이렇게 위험한 줄
몰랐어요』라며 지난 한 달에 대한 느낌들을 털어놓았다.

공교롭게도 북한 잠수함이 발견된 지난달 18일 서울에 도착한
그레이스양은 『강릉행 비행기가 갑자기 40분 일찍 출발해 다음날까
지 기다릴 수 밖에 없었어요. 얘기를 들어보니 북한 무장간첩들이
침투했고 11명의 시체가 발견돼 강릉시가 통행금지됐다는 끔찍한
소식이었어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바다 건너 부모와 친구들이 신변을 걱정하는 편지를 많이 보내
왔어요.』 강릉의 하루하루가 몹시 궁금해 국내 영자지를 샅샅이 읽
었다는 샤퍼양. 『수업도중 거리에서 다급하게 외치는 확성기소리가
연거푸들려 드디어 전쟁이 발발한 것으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한국
인 친구에게 물어보니 바나나 파는 트럭이었데요』라며 쑥스러운 듯
웃었다.

한국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푸트씨는 역사학을 전공한 젊은이답
게 논리적인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공산주의가 죽었다고들 하지
만 북한과 같은 폐쇄체제 국가가 궁지에 몰려 도발을 해 오면 상당
히 위험하죠. 특히, 지난번 에서 있었던 학생운동과 시기가
일치했다면 상황이 더 악화됐을 거예요.』.

지난 한 달이 숨가뻤다는 이들. 그러나 강릉에서 만난 한국인
친구들과 아이들에 대해 느낀 점은 동일했다. 『민간인 3명이 피살
되는 상황에서도 매우 침착한 것 같았어요. 초등학교 5∼6학년 아
이들이 지도를 펴들고 북한잠수함이 발견된 장소를 짚어주며 잘 안
되는 영어로 더듬더듬 설명도 해줬어요.』 한국에 온 지 한 달이 갓
넘은 이들. 이젠 한국이 「위험한 나라」가 아니라 「친절하고 안전한
나라」라는 인식에 다가가고 있다. 아이들과 여러가지 주제로 얘기
를 해봤다는 샤퍼양은 『수업시간에 영어로 「통일을 원하느냐」고 물
으면 모두 「당연하죠」라고 대답하는 게 참 인상 깊었어요.』라고 말
했다.【강릉=이종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