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주말에 아이들을 데리고 10분 정도 차를 달려 일산 교외의
사슴농장에 갔다.

근처에 사는 집사람 사촌오빠 가족도 함께 가서 사슴, 토끼들에게
풀을 뜯어주고 바로 옆 양어장에서 낚시하는 사람들을 구경하기도 하다가
어른들은 앉아서 한숨 돌리고 있는데 아이들은 바이킹의 축소판으로 생긴
그네 비슷한 것을 타고 노느라고 바쁘다.

갑자기 유치원에 갓 들어간 막내 아이가 흔들리는 그네 위에 버스
차장처럼 매달려서 「오라잇」하고 외친다. 너무나 오랜만에 들어보는 이
외침에 어른들 모두가 잠시 멍해졌다.

어찌 이 아이는 자기가 태어나기 10년도 더 전에 없어진 직종의 사
람들만이 쓰던 고유어를 알게 되었을까? 아무리 할아버지, 할머니가 맞벌
이 부부를 대신하여 손자들을 키우신다지만 말이다.

요즘 세대간의 대화 단절이 심각한 문제라지만 한 세대를 건너뛰어
조손간의 교류에는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인다.

깊이는 차치하더라도 얼마나 주고받은 대화의 양 자체가 많았으면
저런 소멸된 단어까지 전수되었을까? 아버지와 아들 간에는 보통 미묘한
갈등(외디푸스 콤플렉스)이 있어 대화가 성급하게 끊어지곤 하는데 할아
버지와 손자 사이에는 마치 일종의 격세유전인 것처럼 은밀히 전달되는
무엇이 있는지도 모른다.

급격히 변화하는 시기를 살아온 우리 세대지만 더 엄청난 변화를
겪었던 윗세대가 간직하고 전해주고 싶었던 교훈들, 지나간 시대의 아름
다운 전통과 가치관이 한 세대를 건너서라도 전해질 수 있는 것이 3대가
같이 사는 집의 장점이 아니겠는가.

가정의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