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간첩 수색작전이 8일째로 접어든 25일 강릉시청에 마련된 합
동보도본부는 공보장교 2∼3명만 서성거릴 뿐 썰렁한 분위기다. 오전
10시와 오후 3시의 정례 브리핑도 『별다른 상황이 없다』며 취소했고,
추석연휴때 합동보도본부를 해체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합동보도본부를 군 작전상황의 공식 창구로 활용해달라』고 주문하던
초창기 분위기와는 사뭇 대조적이다.

군은 무장간첩이 침투한지 만 하루만인 지난 19일 강릉 시청에 합
동보도본부를 설치했다. 육군 1군사령부와 각 군단 공보장교, 공군과
해군공보장교, 경찰 안기부 기무사 관계자를 파견형식으로 참여시켰다.
해당 분야별로 언론에 적극 브리핑하겠다는 획기적인 발상이었다.

처음엔 취재진의 반응도 좋았다. 북한 잠수함이 좌초됐던 안인진
리대포동에서부터 칠성산 단경골 무장간첩 3명을 사살한 사건 등 전투
자와 작전상황을 신속 정확하게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장간첩 검거작전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군의 대언론
홍보는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브리핑에는 알맹이가 없었
고, 이는 언론의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취재경쟁을 낳았다. 군은 헬기
를 제공해 무장간첩을 사살한 현장을 공개한다고 밝혔다가 취소했다.
예인된 북한 잠수함을 해군기지에서 공개한다고 각 언론사에 통보한
뒤 취소했다가 20여분뒤 다시 공개하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아군 사
상자가 생기면서 발표를 꺼리는 분위기로 바뀐 군은 송이채취 민간인
이 사살된 23일부터는 극도로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듯한 반응을 보이
기 시작했다. 『왜 기밀을 함부로 누설하느냐』는 불만이 심심찮게 터져
나온것도 이때부터다.

국방부는 급기야 23일 각 신문-방송사에 협조공문을 보내 취재진
의 현장접근과 전투요원에 대한 밀착취재를 일체 불허한다고 통보했다.
작전에 방해되며 작전 기밀을 누설한다는 게 이유였다.

합동보도본부 공보장교들은 더욱 말이 없어졌다. 『총소리가 났다』
『교전중이다』는 잇단 민간인 제보의 확인 요청에 『아는 바 없다』 『확
인되지 않고 있다』 『그런 사실 없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파견나와
있던 해군 공보장교의 「철수」를 시작으로 공보장교들은 하나 둘씩 모
습을 감췄다. 한 공보장교는 『아는 것도 없고, 괜히 말 한번 잘못했다
가 위에서 야단이나 맞기 때문』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공보장교들은 『힘이 없어 군의 홍보가 제대
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미군처럼 작전회의에 공
보장교가 참여하고 공보장교 책임아래 대언론 홍보가 이뤄져야 하는데
도 우리는 작전 지휘관 위주로 모든 상황이 전개되기 때문에 대언론
홍보가 실패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공보장교들이 「앵무새」 역할만
하는 한 우리 군의 대언론 홍보 전략은 후진국형으로 남을 수 밖에 없
다는 느낌이다. < 최우절·사회부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