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 대도시에서 붐비는 곳이 영화관만은 아니다. 온 상가가
철시하고 행인조차 뜸한 거리가 그간 명절연휴 도시모습의 전부인 양
비쳤지만, 이젠 얘기가 다르다.
핵가족화가 더해가면서 아예 귀성처를 잃은 사람들, 교통체증으
로 미리 귀성하거나, 부모가 서울로 역귀성한 경우…. 먼 여행도 떠
나지 못한채 도시에 남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대도시의 추석도 바쁘다.
, 관악산 등 서울의 명산들은 「명절 특수」를 맞는다. 설에도
등산객이 적잖았던 터라, 날 좋은 추석에는 서울 전경을 즐기는 가족
등산객들로 웬만한 휴일보다 북적일 것이라는게 등산로 주변 상인들
예측이다. 긴 연휴 소일거리나 외식장소를 찾는 이들을 겨냥해, 대규
모 식당들 대부분이 연휴 내내 정상영업을 하고, 호텔들은 승마에 수
상스키까지 얹은 「추석 패키지」 상품을 내놓고 있다.
「프라이데이」나 「토니 로마스」 「시즐러」 「베니건스」 같은 서구
식 패밀리레스토랑들은 이번 연휴 나흘동안에도 문을 연다. 작년 추
석만 해도 추석당일 오전만 손님이 뜸할뿐 나머지는 평일보다 손님이
오히려 많았기 때문이다.
「프라이데이」 이명헌 영업담당 차장은 『작년 추석 연휴때 지점
별 영업실적이 평일보다 1.5배 많았다』며 『해가 갈수록 추석 손님이
늘어나는 추세여서 올해엔 식재료를 평상시의 갑절로 준비해놓고 있
다』고 말했다. 호텔 식당도 대목이다. 서울 은 작년 추석
때 문을 닫았던 뷔페식당과, 추석날 아침 문을 닫았던 스 그릴까
지 올해는 모두 정상영업하기로 했다. 서울 신라-롯데-호텔
도 전식음매장을 연휴 내내 연다.
추석 연휴를 호텔에 투숙해 보내려는 사람들도 적지않다. 추석 연
휴가 대표적인 비수기인 호텔측이 할인가로 방을 내놓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적극적으로 연휴를 즐겨보려고 찾아든 손님도 만만찮다. 서
울 인터컨티넨탈호텔은 그런 수요를 겨냥해 호텔 숙식에 승마와 수상
스키를합친 「추석패키지」를 상품으로 내놓았다.천희경 판촉실 과장은
『추석 패키지상품으로 예약된 방이 71개에 이른다』며 『당일 찾아오는
손님까지 감안하면 훨씬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 르네상스
호텔도 올해 처음 추석 패키지상품을 내놓았다. 지금까지 예약된 방
은 70여개. 김병설상무는 『지난 설날 패키지상품을 이용한 사람들이
뜻밖에 많아 이번 추석에도 운영한다』고 말했다.
『추석 연휴를 이용해 집안 일에서 벗어나 오붓하게 허니문 기분을
다시 내보려는 젊은 부부 예약이 많다』는 게 호텔측 설명이지만, 뜻
밖에 노부부도 적지않다고 한다. 교통사정때문에 지방에서 거꾸로 자
녀집으로 올라온 부모를 집에서 모시지않고 호텔에 묵게 하는 경우다.
등산을 계획하는 사람중엔 평소 가족을 돌보느라 자기 시간을 내
기 어렵던 주부들이 특히많다. 밀양 시댁에 추석 이틀전날 내려가 추
석날 올라올 예정인 맞벌이주부 씨(35·서울 종로구 구기동)는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과 28일 아침 에 오르기로 했다. 『귀경길
이 가장 한가한 명절 당일 올라오면 최소한 연휴의 마지막 하루는 건
지는거죠.』 각자 싸온 송편과 부침을 나눠먹으며 그동안 쌓인 이야기
를 나눈다는 새로운 명절연휴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