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0년대초 시설첨단화 말뿐...사후추적장치 없어 책임소재 불명 ##.
북한 잠수함이 우리 해안을 수시간 이상 표류하다 좌초됐으며 여기
서 탈출한 26명의 무장간첩이 육지로 침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군이
이를 미리 감지하지 못한 사실은 우리 해안경비 체제의 문제점을 극명하
게 드러낸 것으로 비판받고 있다.
북한이 대내적으로 심각한 경제난에 직면해 있으며 대외적으로는
미국과의 관계개선 등 국제적인 동정 여론을 필요로 하는 시점에서 이같
이 잠수함까지 동원해 무모한 침투를 해온 것은 바로 우리 해안경비의 취
약성을 간파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지금까지 거의 적발이 되지 않으니까 그동안 마치 내 집 뜰 드나들
듯이 마음놓고 행동해오지 않았겠는가라는 얘기다.
이번 사태로 우리 해안경비체제의 문제점이 분명하게 드러난 데 대
해 군 안팎에서는 크게 ▲90년대 이후 해안 경계작전의 변화 ▲노후화된
레이더 시스템 ▲초병을 비롯한 경계부대원들의 안일한 태도 등 세가지
이유를 들고 있다.
우선 우리 해안 경계의 작전개념은 90년대 들어 크게 변화해 왔다.
과거는 우리의 전 해안선을 따라 ㎞당 ○명의 초병이 할당돼 이른
바 「손에 손잡고」 식의 작전개념으로 24시간 「그물 경계」를 해왔다.
그러나 이같은 경계가 성과에 비해 너무나 인력 낭비가 커 효율성
이 적다는 의견이 군내에서 제기된데다, 해안선 주변 해수욕장 주민과 어
민들이 생존권 요구를 내세움에 따라 90년대초부터 해안경비는 상당히 완
화했다.
고성 통일전망대나 서해안 백령도 등 최전방 해안선을 비롯
경계 취약지구 일부를 제외하고는 철책선을 철거하고 「그물 경계」방식도
대폭 완화한 것이다.
군은 당시 경계태세를 완화하면서 대신 레이더 시설의 첨단화, 수
중레이더, 탐조등, 야간투시경 등 도입을 통한 첨단 감시장비 체제로 「구
멍」을 보완하겠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아직도 해안 감시용 레이더는 표적도 제대로 식별하기 어려
운 구식인데다가 그나마 보완한 장비조차 첨단과는 거리가 먼평범한 기종
이라는 지적이 많다.
군사평론가이자 미국 RSC 레이더시스템제조회사의 한국 자문역으로
일하는 지만원씨는 현재 남한 해안에 ○㎞마다 배치돼있는 「MR 1600」이라
는 육군 레이더의 경우 10년이 넘는 구식기종이 많은데다 일본제 부품 구
입도 여의치 않아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영상이 흐리고 가까운 바다를 떠도는 어선들중 간첩선을 발견하기가 매
우 어렵다는 것이다.
지씨는 또 우리 군이 새로 도입키로 한 국산 해안레이더장비는 쉴
새 없이명멸하는 레이더 자료를 저장하고 녹화하는 「RSC(레이더영상변환
장치:Radar Scan Converter)」라는 장비를 갖추지 못한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지씨는 『은행에서도 강도를 잡기 위해 CC-TV가 설치돼 사후추적이
가능한데 우리 군의 레이더 시스템에는 이같은 사후 추적장치가 없어 감
시를 소홀히 한 초병을 추적해 책임을 지울 방법이 없다』고 했다.
이번 잠수함 및 무장공비 침투사건에 있어 과연 현장 인근 경계병
력 가운데 누구에게 경비소홀에 따른 책임을 어떻게 묻고 처벌할 지에 대
해 아직 군에서는 특별한 언급이 없다.
익명을 요구한 군 관계자는 『이유야 어떻든 코앞에 잠수함이 좌초
된 사실과 무장병력이 해변을 지나 탈출한 사실에 대해서 군은 할 말이
없다』며 『평소 경계태세가 미흡하고 근무 기강이 해이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