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마르크의 「개선문」을 읽은 사람이라면 몇번이나 등장하는 칼바도
스란 술에 호기심을 가졌으리라. 주인공이 그렇게 즐겨 찾고 아껴마시
고 모든 생활에 연관지었던 칼바도스란 술은 도대체 뭘까. 칼바도스는
프랑스 서북부 노르만디에서 생산되는 알콜 도수 40∼42%의 사과 술이다.

포도주의 나라 프랑스지만, 노르만디의 거친 토양과 북해 바람 불
어오는 기후는 포도 재배에 적합지 않았으므로 그 지방 사람들은 자생하
던 볼품없는 작은 사과로 추운 날씨에도 견딜 수 있는 독주, 칼바도스를
발명했다. 맛있는 사과로는 칼바도스를 만들 수 없다는 것도 재미있다.

큼지막하고 수분이 풍부한 골든 딜리셔스나 그래니 스미스 같은 품
종은 칼바도스 생산에 적합지 않다. 프랑스 정부는 조그맣고 향기좋은
노르만디 토종 사과 위주로 칼바도스 생산용 48가지 품종을 정해놓았다.

센강 하구 근처 구네뷔으(Gouneville) 고지가 칼바도스 주산지다.

제일 중요한 것은 원료인 시드르(cidre·우리 나라에서 설탕물 탄
산 음료를 사이다라고 부르는데, 진짜 사이다는 사과즙 발효 음료로, 우
리 사이다와는 거리가 멀다). 가을에 수확한 사과로 시드르를 만든 다음
최소한 1개월간 발효시킨 후 증류는 3월에 시작한다.

우리 나라에서도 좋은 소주는 3번 증류한다는데, 고급품으로 치는
패이도쥐(PAYS D'AUGE)는 코냑 방식으로 2번 증류한 것. 다른 곳에서
는 1회 증류하는 아르마냑 방식을 사용한다. 어느 것이든 증류할 때는
장작불을 땐다.

증류 직후에는 무색투명하고 거칠고 독한맛으로 마치 소주같은데,
이를 참나무 술통에 장시간 보관하면 호박색의 투명한 부드러운 술이 나
온다. 통 속에서 익으면서 해마다 약 2.5∼4%가 증발한다. 노르만디
사람들은 이렇게 없어지는 양을 「천사가 마신다」고 부른다.

별이나 사과가 3개 그려진 보통 수준의 칼바도스는 2년간 참나무통
에서 숙성한 것. 「Vieux」나 「Reserve」는 최소 3년, 「V O-very old」
나 「Vieille」는 최소 4년, 「V S O P-very special old pale」는 최소 5년
간의 숙성기간을 거친 것을 표시한다.

「Extra」 「Napoleon」 「Hors d'Age」나 「Age Inconnu」는 최소 6년 이
상 묵은 것이다. 코냑 마시는 것처럼 손바닥으로 잔을 데워 식후 술로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