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야시교수 「동양의학은 서양과학을 뒤엎을 것인가」-----.
「두 아들이 각각 한의사와 약사인 부모는 현재의 한의사-약사분쟁에
서 누구 편을 들까.」 이 질문은 정말 한심한 질문이다. 과 서양
약학의 분쟁은 편들기 싸움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
는 한의사와 약사의 분쟁을 「밥그릇싸움」 내지 편들기 싸움으로 몰아가
고있다. 딱한 상황이다.
일본 소화약과대 하야시 하지메 교수(과학사)의 책 「동양의학은 서
양과학을 뒤엎을 것인가」(보광재간,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기철학분과 옮
김)는 약학대교수가 쓴 론이라는 점에서 우선 이 땅의 한의사-약
사 분쟁 당사자들의 필독서다. 그러나 넓게는 이 땅의 모든 지성인들의
필독서다.
-약학분쟁은 사실 전통학문과 서양학문의 분쟁, 전통문화와
서양문화의 분쟁으로 파악되기 때문이다.
하야시교수의 책은 여러모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에서
는 이 크게 위축돼 있다. 한방이란 용어도 일본에서 을 평
가절하하기 위해 붙인 말이다. 맥진의 경우 「미신」으로까지 치부된다고
하야시교수는 말한다. 오히려 중국과 우리나라 그리고 북한에서는 활발
하게 응용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우리는 소위 「한의대 사태」라는 진
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이 한심한 상황을 타개할 것인가? 길은 하나, 의 현대
화이다. 하야시교수는 과 서양의학의 만남이 서양의학에 의한 한
의학의 병합이라는 형태로 진행돼서는 곤란하다고 말한다. 그것은 서양
의학이 인체에 대한 완벽한 이해에 이르렀을때 가능한 것인데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는 것.
그는 음양오행설에 대한 올바른 이해로부터 이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
낼 수 있다고 본다. 『그리스가 수학을 발견했다면 중국은 음양오행설을
발견했다. 문제는 음양오행설이 인간이라는 소우주에는 들어맞지만 천체
라는 대우주에는 맞지 않는다는 것. 그런데 실제 중국의 과학사는 천체
까지 음양오행설에 끼워 맞추려 하는데서 퇴보가 시작됐고 반면 서양의
과학사는 수학의 도움을 얻어 비약적인 발전을 하게 되었다.』.
이 점을 정확하게 통찰할 때 동양의학의 「과학성」문제를 보는 단단한
시각이 확보될수 있다. 『맥을 잡아도 맥박의 숫자밖에 세지 못하는 서양
의학에 비해 은 수없이 많은 징후들을 분명히 읽어내고 있지 않은
가?』 그러나 저자는 서양의학을 폄하하고 동양의학을 맹목적으로 높이
는 편들기식 논법을 취하지 않는다. 오히려 의 기본골자를 때로는
문답식으로 때로는 테마에세이식으로 알기 쉽게 정리하고 있을 뿐이다.
알아야 편을 들든지 비판을 하든지 할 것 아닌가.
그는 서양과학과 동양의학을 대립적으로 보지 않는다. 『근대과학이 제
시하는 우주상과 중국의학의 소우주상 사이에 어떠한 모순도 없다.』 그
런데 왜 우리는 「사태」를 빚을 만큼 격렬한 분쟁을 벌이고 있는 걸까.
이 책은 이 질문에 대해 절반의 해답을 제공하고 있다. 나머지는 우
리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