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출신이라면 여름철, 논두렁에서 잡은 미끈미끈한 미꾸라지를 호
박잎에 문질러 화덕불에 구워 먹던 기억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눈부
시게 하얀 속살은 어떤 고기와 비교해도 뛰어난 별미였다.

미꾸라지는 늦여름에서 가을 사이에 제 맛이 나는 계절 음식. 한여
름엔 보신탕을 대신하기도 하지만, 여름 내내 더위에 시달린 몸에 원기
를 불어넣는 가을 식품으로도 추어탕만한 것이 드물다.

서울에만도 수없이 많은 추어탕집이 있으나, 감칠맛 나게 독특하게
끓여내는 집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봉은사에서 강남병원 가는 오른쪽
길로 구부러지기 전에 오른쪽에 보이는 「원주추어탕」(주인 김우열·강남
구 삼성동 162의7·전화 <02>543-4553)집은 독특한 조리법과 풍미를 자
랑,손님들 발길이 그칠 사이가 없다. 오전 7시부터 밤 9시반까지 영업하
는데, 언제 가봐도 앉을 자리가 거의 없다.

문을 연지 11년 된 지금까지 손님을 끄는 인기 비결은 세가지. 첫째
즉석에서 개인별로 하나하나 탕을 끓여준다는 점이다. 탕은 「갈아서 추
어탕」과 「통마리 추어탕」 두 종류. 이 중 「갈아서」는 미꾸라지를 미리
삶아 체로 거른 것을 다시 끓여 먹게 해준다. 「통마리」는 생미꾸라지를
그대로 요리해준다. 큰 가마솥에다 한꺼번에 탕을 끓이면 처음과 중간,
끝의 고기 양과 맛이 크게 달라 일관성을 지키기 어렵기 때문이란다. 즉
석 요리를 위해 개인별 뚝배기를 별도로 맞춰놓고 주문에 응하고 있다.

둘째는 순수한 추어만으로 탕을 끓인다는 점이다. 음식 관련 서적을
보면 추어탕은 보통 사골 국물이나, 닭국물에 미꾸라지를 넣고 고아먹는
다고 돼있으나, 이 집에서는 1백% 순수한 미꾸라지만을 쓴다. 그래야 탕
이 식어도 이물감이 없고 느끼하지 않다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맛
을 내기 위해서는 미꾸라지를 아끼지 않는다는 점이다. 손님들이 만족스
러워할 만큼 양껏 서비스한다는 것이 공무원 출신인 주인 김씨의 말.

마지막으로 이 집에서 전통 방식으로 담근 고추장을 양념으로 사용
하는 점을 들 수 있다. 이 고추장은 들깨가루, 산초, 후추 등과 적절히
배합돼 매콤 시원하면서 담백한 맛을 내도록 작용한다는 것.

미꾸라지는 본래 비린내와 해감내가 심하다. 비린내를 어떻게 없애느
냐도 중요한 문제. 살아있는 미꾸라지에 소금을 살짝 뿌려두면 요동을
치면서 뱃속에 든 해감을 게워내며, 살갗에 묻은 오물이 제거된다. 살갗
의 미끈미끈한 성분은 맛을 내는 요소인 만큼 절대로 일부러 벗겨내서는
안된다고 한다. 덜 씻어내거나 푹 끓이지 않을 때 냄새가 난다는 것이
주인의 설명이다.

여기에 미나리, 부추, 토란, 버섯(표고 또는 느타리), 감자를 넣고
끓여먹는다. 값 6천원. 매월 1, 3주 일요일은 문을 닫는다.

미꾸라지는 단백질이나 무기질 등이 풍부한 우수한 영양식이다. 철분
은 1백g 중 4.5㎎으로 시금치(4.2㎎)보다 많다. 칼슘은 뱀장어(95㎎)의
10배 가까운 8백80㎎이나 된다. 비타민B????는 동물 간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0.8㎎.특히 뼈와 내장에 비타민A와 D가 많이 들어있는데, 미꾸라지
는 통째로 먹으므로 전량을 섭취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정력을
돋워주는 강장-강정 식품으로 손꼽히는 것이다. 실제로 미꾸라지들은 물
속에서 뒤엉켜 그룹 섹스를 하며, 섹스 횟수도 2∼3분 간격으로 수십회
를 되풀이하는 등 절륜한 정력을 자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