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 해안방어에 구멍이 크게 뚫렸다.
무장간첩을 태운 잠수함이 기관고장을 일으키면서 수면위로 떠올라
최소한 1시간여를 해안선 부근에서 표류하고 있었는 데도 불과 1㎞ 거리
옆에 설치되어 있는 레이더는 이를 체크하지 못했다.
또 시민의 신고를 받은 군 부대 「5분대기조」는 40여분이 지나서야
출동했고, 그나마 즉각 조명탄을 띄우며 수색할 생각은 하지 못한채 한동
안 잠수함에 접근조차 하지 못했다.
군에 따르면 북한 잠수함이 발견된 곳에서 남쪽으로 7백m지점과 북
쪽 2백m지점에는 해안초소가 있었으나 이날은 해안선 1㎞마다 경계를 서
는 B급 근무상태라는 이유로 이들 초소에는 경계병력을 배치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날 잠수함이 발견된 곳에서 서쪽으로 6㎞가량 떨어진 강동
면 모전리 동광주유소 옆에서 이날 오전 0시55분쯤 수상한 남자들을 목격
하고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는 최초 신고자 이진규씨(이진규·36)의 말이
사실이라면 잠수함은 최소한 처음 신고되어 출동하기 한시간전에 이미 수
면으로 떠올라해안에 도착해 있었다고 봐야 한다.
더구나 신고자 이씨에 따르면 잠수함에서는 화재가 난 듯 섬광이
치솟았고 날카로운 소리까지 들렸다.
이날 오후 잠수함 내부에 들어간 해군 특수요원들도 불이 났었던
것으로 보이는 흔적들을 발견, 이씨의 진술을 뒷받침했다.
해안초소 코밑까지 들어온 북한 잠수함에서 지나가는 차에서도 들
을 수 있을 정도의 소음과 불빛을 내고 있었는데도 「초소」와 「레이더기지
」는 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셈이다.
경계에만 실패한 것이 아니었다.
대처방식도 신속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택시 운전기사 이씨가 잠수함을 발견 신고한 시각은 오전 1시35분
쯤.
그러나 군 당국의 「5분대기조」가 출동한 것은 40여분이 지난 2시15
분이었다.
더구나 민간인인 이씨가 현장에서 바로 잠수함이라고 판단한 「물체
」를 전문가인 군인들은 출동한지 「1시간 23분」이나 지난 오전 2시58분에
야 「잠수정인 것 같다」고 판단해 상부에 보고했다.
일선 연대장의 보고를 받은 상급기관의 대처방식도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느렸다.
군은 최초신고접수(1시35분)로부터 무려 3시간25분, 연대장의 「잠
수정 추정보고」로부터도 2시간여나 지난 오전 5시에 가서야 적의 침투가
확인됐을 때 발동하는 대(대)간첩작전조치인 「진돗개 하나」를 1군에 발령
했다.
이 정도의 시간이면 만약 고정간첩이 승용차라도 대기시켜놓고 간
첩들을 수송했더라면 서울 부근까지 도착할 수 있는 시간이다.
군-경이 무장간첩이 침투한 사실을 사건발생 4시간이 지나서야 주
민들에게 알려 주민들이 무방비로 위험에 노출되었던 것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강동면 이장들에 따르면 경찰과 면사무소로부터 『외출을 삼가고 수
상한 차림의 이방인을 보면 즉각 신고하라』는 내용의 연락을 받은 것은
이날 오전 5시40분으로 이때는 이미 많은 주민들이 이 지역 특산물인 송
이버섯을 캐기 위해 산으로 올라간 뒤였다.
한마디로 군대는 바로 코앞을 보지못했으며, 상황판단과 출동에 굼
벵이 걸음을 했다.
이에 대해 합참의 한 관계자는 『현장 주변 해역에는 많은 배가 왕
래하는데다 비록 기관고장을 일으켰다고해도 잠수함이 수면하로 오기 때
문에 레이더로 포착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또 상부에 대한 보고가 늦은
것이 아니라워낙 현장 상황이 긴급해 파악이 급선무인 관계로 선(선)조치
, 후(후)보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