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개막된 15대 첫 정기국회가 13일로 개회 4일째를 맞았다. 경제
난 등 현안이 산더미처럼 생겼으니 의사당이 얼마나 숨가쁘게 돌아갈까
기대하면서 국회로 나가 보았다. 그러나 그동안 의사당 본관에는 적막
만 감돌았다.
이날 마침 국회를 구경한다고 버스를 전세내 온 사람들이 있었는데
텅 비어 있는 거대한 건물만 둘러보고 갔다. 개회전날 하루종일 의정활
동을 공부했고, 당일 저녁에는 화려한 축하공연까지 하면서 문을 열더
니 대체 의원들은 지금까지 뭘 한 것일까. 개회부터 이날까지 일정을
정리해 보았다.
10일 개회식. 오후 2시 대법원장, 총리, 헌법재판소장, 각부 장관들
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의 연설을 듣는 것으로 19분만에 끝났
다. 이어 첫 본회의가 열렸는데 회기를 1백일로 한다는 것과 국감시작
을 9월 30일로 연기한다는 것 등 두 안건을 만장일치로 처리했다. 안건
처리에 걸린 시간은 딱 5분. 그리고는 다시 16일까지 휴회하기로 하고
산회했다.
속되게 말하면 개학식 마치고 다시 1주일 방학으로 들어간 것이다.
하도 비상식적인 일정이라 국회측에 『진짜로 다시 노느냐』고 물었더니
『상임위는 활동한다』고 답했다. 각 상임위에 확인 결과 11일 통신과학
기술위가 열렸고, 12일은 아무 회의도 없었으며 13일에는 정보위와 제
도개선특위가 열렸다. 14일은 토요일이니 당연히 쉰다.
색다른 일정으로는 13일 의정연수원 주관 세미나가 있었다. 「국정감
사의 기본방향과 과제」라는 제목으로 국감의 노하우를 다루는 중요한
세미나로 의원 전원이 대상이고 특히 초선들에게는 중요한 자리였다.
행사장에 가보았더니 의원은 30명쯤 나왔는데 대개 중진급이었고 초선
은 별로 없었다.
국회측은 일정이 이렇게 잡힌 이유를 『휴회 동안 상임위별로 국감대
상과 일정을 작성, 이것을 통과시켜야 하며 또 의원들은 개인적으로 자
료공부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설명을 들으면서 「그런 절차를 위해 개회 직후 다시 1주일 쉬는 것
이 합리적인 시간관리인가, 개회전 까지 한달 가까이 쉬었는데 그동안
의원들은 국사 대신 개인사만 생각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이후 국회 일정표를 보고는 입을 닫을 수 밖에 없었다. 17일 본회의를
마치면 다시 「18∼25일 휴회(결산, 예비비 심사), 26∼28일 추석연휴,
29일 공휴일」로 돼 있었다. 진짜로 하루놀고 하루쉬는 기막힌 일정표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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