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인간을 동물에 비춰 이해하는 전통은 서구의 경우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이미 아리스토텔레스도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라고 말한
바있다. 다만 동물과 다른 점이 하나 있는데 그것이 「정치성」이라는 것
뿐이다.

그런데 21세기를 불과 몇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연이어 인간을 동
물에 비춰 이해하려는 소위 인류학적-생물학적 연구들이 「대중화」의 필
터를 거쳐 외국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폭넓게 확산되는 이유는
뭘까. 최근 「최초의 인간 루시」, 「네안데르탈」, 「인간의 시작」 등 인
류학 관련서들이 연이어 국내에서 번역출간된 가운데 다시 한번 미국의
생물학자 재레드 다이아몬드교수의 역작 「제3의 침팬지」(문학사상사간)
가 번역돼 이 질문을 곱씹어 보게 한다.

다이아몬드교수는 이 질문에 대해 상당한 해답을 주고 있다. 기존
의 책들이 「교훈」을 직접 내세우기보다는 배경에 까는 방식이었다면 이
책은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생물학연구를 바탕으로 그는 『인간의 유전형질은 침팬지의
유전형질과 98.4%나 같고 1.6%만이 다른 유전형질로 되어 있다』고 밝힌
다. 결국 인류의 문화사란 이 「1.6%」를 어떻게 활용하며 키워왔는가에
관한 보잘 것 없는 기록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이 「1.6%」에서 언어의 발생이 이뤄졌다는게 다이아몬드교수식 진화
론의 시발점. 그는 자이르의 피그미침팬지를 제1, 침팬지를 제
2, 그리고 인간을 제3의 침팬지로 분류한다. 그러나 인간의 언어능력은
「대약진의 방아쇠」가 되어 인간을 밑도 끝도 없는 진보의 행진으로 몰
아세웠다. 그것을 다시 동물의 관점에서 보자면 인류사는 곧 제3의 침
팬지가 세계의 패자가 되는 과정에 다름 아니다.

이 과정을 연대기식으로 단순재구성하지 않고 단면을 끊는 방식으로
저자는 보여준다. 동물과는 다른 인간의 성행동, 언어와 예술의 탄생,
농업의 시작이 갖는 부정적 측면, 서로에 대한 이리로 변모돼버린 황폐
한 인간군상, 생존마저 위협받게 된 진보라는 신화 등을 딱딱한 생물학
이 아닌, 인류학 문화사 언어학 등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해
부하고 있다.

특히 현대사회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무분별한 환경파괴와 다른 종
족에 대한 말살본성. 호주의 개척자들이 10만명 이상의 원주민을 살해
했고 태즈메이니아종족도 대부분 말살되고만 인류의 잔혹성을 부각시키
는 대목은 실감을 넘어 전율을 느끼게 한다.

당연히 인류 앞에 남아있는 것은 멸종이다. 그럼에도 그는 조심스
럽게 낙관론을 편다. 『인간의 언어능력으로 우리가 처한 환경에 대한
이해를 깊이함으로써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는다면 인류의 장래는
아직도 희망을 걸 수 있다.』 물론 「1.6%」의 유전형질 중 순기능이 역기
능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하도록 해야한다는 너무나 버거운 과제도 함께
주어지겠지만. 지금까지 인류문명사는 역기능이 훨씬 큰 힘을 행사해
왔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