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주 「비영남 후보론」 이후 여대권후보 합종연횡 ###.
고문이 주간조선 인터뷰에서 「비영남 후보론」을 제기
한 직후 한 일간지는 「김논개」란 제목의 한 컷짜리 만평을 게재했다. 김
고문을 진주 남강에서 왜장 목을 끌어 안고 물 속으로 뛰어들었던 논개에
비유한 것이었다. 만평 내용은 김 고문이 우자와 종자로 표시된 두 사람
을 끌어안고 물 속으로 뛰어들고, 그 와중에 바위 위에서는 창자와 구자,
동자 및 용자가 표시된 네 사람이 서로 뒤엉켜 『이제 우리끼리 싸움』이라
며 다투는 장면이다.
물론 이 만평은 김 고문의 비영남 후보론 이후 차기 대통령
후보군 인사들의 반응과 분위기를 희화적으로 은유하고 있는 것이다. 그
자신 영남 출신인 김 고문의 「비영남 후보론」을 고문등 나
머지 영남권 출신 후보군 인사들과 「경선 도전 동반 포기」를 시도하는 것
으로 해석하면서, 당내 대권 경쟁이 나머지 비영남권 출신 인사들간 경쟁
으로 한 단계 압축되고 있음을 암시하는 내용이다. 여기서 비영남권 인사
들은 경기 출신 대표와 고문, 충남 출신 고문과 전
북 출신 정무1장관이다.
이 만평이 실제 여권의 복잡다단한 상황을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묘사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신한국당내에서는 『그럴 듯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그러면서 당내에서는 이 사건을 계기로 당내 대권후보군 인사들
간합종연횡이 어떻게 이뤄질까와 후보군 인사들간 대결 구도가 어떻게 전
개될 것인가에 대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두고 여러가지 전망과 추측들이
나오고 있다. 김 고문 발언으로 그동안 은인자중하며 신경전만 벌여오던
후보군 인사들간 대권 문제가 본격적으로 공개 논의에 부쳐지고, 그걸 계
기로 여러갈래 연대와 대립 구도 윤곽이 어렴풋이나마 드러나고 있는 것
이다.
김 고문의 비영남 후보론으로 야기된 신한국당내 후보군 인사들간 갈
등과 대립 구도는 두 단계로 나뉘어 표출되는 양상을 보였다. 첫번째 단
계는 영남 출신인 김 고문의 비영남 후보론을 두고 나머지 영남권 출신
인사들이김 고문을 공격하는 영남권 내부 공방전으로 진행됐다. 다음 단
계로는 고문이 비영남권 후보군 인사중 고문을 두차례에
걸쳐 공격하면서 영남권과 비영남권간 대립 구도가 형성됐다.
첫번째 단계에서 당내 최대 관심사는 그 자신 영남 출신인 김 고문이
왜 비영남 후보론을 제기했을까에 대한 배경과 김 고문과 다른 후보군 인
사들과 연대 관계에 모아졌다. 이와 관련, 가장 그럴듯하게 나돌았던 것
은 김 고문과 고문의 연대설 또는 연대 가능성에 대한 관측이다.
관측통들은 먼저 김 고문이 비영남 후보론을 제기한 배경과 관련, 『후보
사전 조정을 통한 입지 확보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았
다.
기본적으론 자신의 대권 도전 포기 의사를 명시화하면서 비영남권 후
보론에 탄력을 붙여 영남권 내부 「대표성」을 선점하고, 나아가 비영남권
후보와 연대를 모색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 고문이 비영남권 후보군 인사와 연대를 모색한다는
것을 전제로 가장 유력하게 나돌았던 것이 고문과 연대설이다. 김
고문은 미국 방문을 위해 출국하기 전 이 고문과 한차례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고 김 고문이 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면 한 번 더 만날 예정이
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김 고문은 지난 달 백두산 여행중에 이미
「비영남 후보론」을 거론하며 『다음에는 영입한 사람들중에 누가 해야 되
는 것 아니냐』는 뜻을 피력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문은 김 고문 발언 내용이 주간조선을 통해
알려진 다음날 김포지구당 개편대회에서 「민주 세력과 개발 세력의 연대
론」을 주장, 시선을 끌었다. 그동안 개혁파적 입장에 서 있던 이 고문이
미묘한 시점에서 김 고문을 염두에 두었을 수도 있는 개발 세력 연대를
강조하면서 이것이 김 고문의 비영남 후보론에 대한 「화답」이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된 것이다.
이런 몇가지 정황과 흐름을 두고 관측통들은 김 고문이 고문과
사전 교감이 진행되고 있었거나 아니면 연대를 추진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물론 양측 진영은 이같은 관측과 전망에 대
해 『특별한 정치적 의도없이 한 말일 뿐』이라며 연대설 또는 연대 가능성
에 대해서는 언급을 않고 있다. 그러나 김 고문의 비영남 후보론이 그냥
지나가며 던진 말이 아니라 상당한 무게를 싣고 있다는 정황들이 여기 저
기서 감지되는 것을 볼 때, 당장 드러나지는 않더라도 김 고문과 이 고문
연대설은 여전히 가능성을 남겨 두고 있다는 관측이 많다. 특히 이같은
관측은 김 고문이 비영남권 후보군 인사중 같은 민정계 출신 등 이 고문
외 다른 후보군 인사들과 연대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란 전망이
덧붙여져 설득력이 더해지고 있다.
김 고문과 고문 연대설 또는 연대 가능성이 나돌고 있는 가운
데 그 반대편에서는 김 고문과 고문의 관계 변화에 관심이 쏠리
고 있다. 김 고문과 최 고문은 그동안 비교적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입파의 대칭축에선 당내 중진들로 같은 영남권을
남북으로 나눠 기반을 다져온 관계여서 양진영간 협력 관계가 상당히 긍
정적으로 흘러나왔었다. 연장인 김 고문이 최 고문을 『온산(최 고문아호)
선생』이라고 부를 정도로 친밀감을 유지하면서 당내 대권 후보 추대 방법
론에 있어서도 합의 추대론 등에 의견을 함께 하는 등 상당히 밀접한 관
계를 유지해 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로 이런 두사람간에 아직은 김 고문 발언 이후 공개적인 입장 표명
은 없다. 김 고문이 파문 와중에 줄곧 미국과 일본에 머물러 있으면서 입
장 표명을 유보해 온데다, 최 고문 역시 별다른 언급을 않고 있다. 그러
나 이번 발언으로 그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는 측정하기 어렵지만 사실상
「피해자」 입장에 서게된 최 고문 진영은 일단 불편한 심중을 간접적으로
내비치고 있다. 겉으로는 『대권 문제에 대해서는 늘 그래왔듯이 노 코멘
트』라며 입장 표명을 유보하고 있지만 내심으론 『이 시점에서 꼭 그런 얘
기를 했어야 하느냐』며 불편해 하는 분위기다.
따라서 이들 두사람 기존 관계는 어떤 형태로든 변화가 올 수밖에 없
다는 것이 지배적인 관측이다. 특히 이같은 관계변화는 김 고문이 영남권
을 벗어나 비영남권 인사와의 연대를 추진하는 상황이 가시화될수록 최
고문과 관계 재설정 가능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물론 반대 경우도 상
정할 수는 있다. 장기적으로 상황 전개 여하에 따라서는 두사람이 영남권
공동 대주주로 다시 협력 관계를 강화할 가능성도 없진 않으나 단기적으
론두사람간 원심력이 더 강해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따라서 이상 상황을 압축해 설명하면, 김 고문 발언으로 그동안 영입
파와 당내파간의 대립-갈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신한국당내 대권 후보
군인사간 연대 구도가 당내파와 영입파간에 연대가 추진되고 같은 당내파
나 영입파끼리 서로 대결하는 형국으로 질적인 전환을 하고 있는 양상인
것이다.
그같은 구도의 질적 변화는 비영남 후보론 파문의 2탄인 고문
의 고문에 대한 직접적이고 공개적인 공격을 통해 본격적으로 노
출됐다.
고문이 지난 9월6일 밀양지구당 개편대회에서 고문이
평소 주창해 온 「패거리 정치 청산론」을 비난함으로서 비영남 후보론을
계기로 촉발된 당내 후보군 인사들간 갈등이 영입파간 대결로 비화한 것
이다. 바로 이 시점을 전후해 당내에서는 대권 후보군 인사들간에 두 가
지 대칭축이 형성됐다는 관측이 나왔다. 기본적으로 대권 게임이 영입파
내부 경쟁과 당내파 내부 경쟁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영입파와 당내파 인
사들이 서로 연대를 모색하는 국면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이번에는 고문과 고문간 연대 가능
성과, 박 고문과 범민주계 연대 가능성을 점치는 관측들이 나돌기 시작했
다. 실제 그같은 상황에서 얼마전 박 고문의 한 측근과 최 고문의 측근이
만났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이같은 전망은 더욱 시선을 끌었다. 관측통들
은 두사람의 지역적 연고가 같은데다 최고문은 원내에서 일정한 지분을
갖고 있고, 박 고문은 원외에서 일정한 대중적 지지 기반을 갖고 있어 서
로보완 관계에 있다는 점을 들어 연대가능성이 높을 것이란 관측을 하고
있다. 관측통들은 특히 박 고문이 「패거리 정치론」을 걸어 고문을
비판한 것이 그동안 은연중에 「영입 인사 불가론」을 주창해 온 민주계 일
각의 정서를 대변하는 측면도 있어 최 고문을 중심으로 한 범민주계 재결
속과 맞물려 상당한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한다.
이와 함께 아직 가능성은 적고 구체적인 조짐이나 움직임은 감지되고
있지 않지만 박 고문이 고문 외 다른 후보군 인사들과 심정적으로
공동 대응축을 형성할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됐다. 박 고문이 고
문을 고문의 말을 빌려 「군계일학처럼 행동한다」고 비난한 것이 당
내에 일정한 반향을 일으켰다는 얘기들이 흘러나온 점등을 들며 이같은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으나 아직은 큰 무게가 실려 있지는 않아 보인다.
이런 구도하에서 비영남권 출신 중 대표와 고문, 김덕
룡 정무1장관 등에 대해서는 타후보군 인사들과의 연대 관계를 두고 아직
은 그렇다할 관측이나 분석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 상대적으
로 조용한 행보를 해 왔기 때문인지 이번 파문의 와중에서는 특별한 움직
임이 없었다. 이 대표는 일단 당대표로서 사태 추이를 관망하면서 우선은
당내 파란을 수습하는데 주력했고, 고문은 이스라엘과 프랑스 등
을 방문한 뒤 9월9일 귀국, 이번 사태에서는 일단 한발 물러나 있었다.
그러나 고문도 당내에서 나름대로 일정한 세력을 확보하고 있어
어떤 형태로든 연대 관계를 모색하고 있을 것으로 보이나 현재로선 구체
적인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고 있다.
또 장관도 박 고문의 고문 공격 등 일련의 분란속에 일
본에 머물면서 고문과 오랜 시간 만나 깊은 이야기를 나눠 새로운
연대관계를 모색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았으나 구체적인 전망이
나 분석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다만 김 장관의 경우, 지난 총선을 통
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인 위원장들과의 관계를 상당히 두텁게 해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것을 기반으로 당분간 상황을 관망하면서 대
세가 어느 정도 형성됐을 때 본격적인 행보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이상과 같은 내 차기 대통령 후보군 인사들간 합종연횡에 대
한 구도는 일단은 9월9일 당 지도부의 경고성 자제 요구 발언으로 다시
잠복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리고 이 구도는 대통령이 귀국한 뒤
어떤 대응을 할 것이냐에 우선 1차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
대통령이 귀국 후 이번 사태에 대해 아무런 언급없이 넘어가면 다시 물밑
으로 잠복할 것이고, 공개적이든 비공개적이든 언급을 할 경우에는 그 구
도가 또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 과정에서 각 후보 진영에 대해
김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에 따라 당내 대권 구도는 또 한차례 큰
변화를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