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댄스 음악의 앞날에 태풍경보가 내렸다. R.ef로 시작해서
, , DJ DOC까지 댄스음악의 적자가 왕위를 계승해온 것이 올
여름 가요계였다. 가을은 물론 겨울까지 댄스음악의 위풍당당한 행진곡
은 계속 울려퍼질 것 같았다. 하지만 가을의 문턱에 선 시점에서 댄스
왕조는 역성 혁명의 위기를 맞았다. 포지션, 코나, 육각수 등이 주도하
는 발라드의 공세가 워낙 거세 추풍낙엽의 신세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댄스에게는 더더욱 반갑지 않은 소식이겠지만 10월이면
과 의 신보가 발매된다. 발라드의 왕좌 등극은 이제 시간 문제인
것이다.
/// 노래방 최고 애창곡인 포지션의 「후회없는 사랑」 ///.
대개 9월 중순쯤부터 발라드 바람이 부는 법인데 올해는 그 시기가
앞당겨졌다. 때이른 발라드 강세 현상에는 이유가 있다. , 룰라,
R.ef, DJ DOC 등 인기 댄스그룹들이 한여름에 앨범을 집중 발매한 까닭
에 댄스 진영은 후속타 불발로 고전할 수밖에 없게 된 것. 발라드가 예
전보다 더 좋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우선 편곡이 다채로워진
점을 들 수 있다.현악기와 건반악기에만 의존했던 예전과 달리 요즘 발
라드곡들은 리듬 파트에도 무척 신경을 쓴 흔적이 보인다. 또다른 특징
은 슬프기보다는 화려하다는 것. 찬바람이 슬슬 불며 인기가 급상승하
고있는 코나의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의 경우 영화음악
처럼 웅장하면서도 화려한 맛을 갖추고 있다는 평이다.
현재 차트 5위권에 올라 있는 곡중 발라드 곡은 3곡이다. 포지션의
「후회없는 사랑」, 코나의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육각
수의 「다시」. 이 중 포지션과 코나는 발라드라는 한 우물을 파고 있는
순수 혈통으로 볼 수 있다.
포지션. 가요계에서 확고한 포지션을 차지하고 싶어 그룹명을 「포지
션」으로 정했다고 한다. 「사랑과 우정 사이」라는 애잔한 발라드곡으로
인기를 끌었던 피노키오의 기타리스트 안정훈(25)과 댄스음악을 지망했
지만 고음 처리가 워낙 탁월해 록 보컬리스트로 전향할 수 밖에 없었던
임재욱(21)이 지난해 10월 결성한 그룹이다. 이들의 데뷔앨범은 ,
, , R.ef의 신보가 격돌했던 지난4월 발매됐다. 꾸준히 방
송망을 탔음에도 불구하고 도매상들이 빅4의 앨범을 선호하는 바람에
소매상에 앨범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았던 이른바 「신인의 쓰라림」을 맛
보기도 했다. 차트 10위에서 15위권을 맴돌던 이들의 타이틀곡 「후회없
는사랑」은 8월 중순부터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가 급기야 8월 마지막
주 1위 후보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공식 통계는 아니지만 현재 노래방에서 가장 많이 부르는 곡이 「후
회없는 사랑」이라고 한다. 애절한 멜로디와 누구나 공감할수 있는 가사,
어쿠스틱 기타 연주로 시작해서 일렉트릭 기타가 멜로디를 이끌다가 다
시 어쿠스틱 기타로 마무리를 지으며 상큼한 여운을 남기는 절묘한 구
성이 돋보인다는 평. 약간 탁한 듯하면서도 호소력 있는 임재욱의 보컬
또한 일품이다.
높은 인기에도 불구하고 본인들은 「후회없는 사랑」보다는 다른 곡들
에 더 애착이 가는듯했다. 앨범 수록곡 「너에게」와 「널 기억하며」에 자
신들의 필이 더 잘 실린 것같다며 이곡들 대신 「후회없는 사랑」만이 부
각되는 현실이 마냥 못마땅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앨범 전곡이 천편일률적으로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
이들은 『신인이기 때문에 한곡 한곡 대중적으로 갈수밖에 없었다』며 『2
집에서는 반드시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 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팬들
은 TV에서만 볼 수 있었던 이들의 탄탄한 연주와 보컬 실력을 10월22일
부터 대학로 라이브 극장에서 열리는 첫 콘서트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
이다.
/// 시원한 라틴 풍 사운드 들려주는 코나 ///.
넘실거리는 파도소리를 타고 게스트 싱어 의 고혹적인 코러스
가 흘려 퍼진다. 규칙적인 룸바리듬이 귓가를 때리며 남성 보컬의 멜랑
콜리하면서도 끈끈한 목소리는 듣는이를 이국의 정취와 우수에 젖게 만
든다. 바로 올해 발표된 가요곡 중 가장 이채로운 곡으로 꼽힐 만한 코
나의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이다.
그룹명 코나는 어로서 '시원한 바람'이라는 뜻. 93년 데뷔 이
래 레게와 펑키 등 청량한 사운드만을 고집해왔다. 이들의 음악을 듣노
라면 코발트 빛깔이 떠오른다. 부드럽기는 꼭 뭉게구름 같은데 어느 면
에서는 라틴 음악의 정열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느낌도 든다. 리더 배
영준(27)은 영화광.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블루 벨벳」을 보고나서 「우
리의 밤은 당신의낮보다 아름답다」의 멜로디를 착안해냈고 출신
의 귀재 안드레이 쥴랍스키의 영화 「나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에서 힌트를 얻어 독특한 제목을 끄집어냈다. 그는 퓨전과 펑키의 신봉
자이기도 하다. 보컬을 맡은 정태석(25)은 미국의 헤비 메탈 그룹 스키
드 로의 세바스챤 바하를 동경하는 록 보컬리스트. 취향이 전혀 달랐던
이들은 한국 최초로 본격적인 여름음악을 해보자는 선에서 타협을 봤다.
하지만 초여름에 발매된 이들의 앨범은 여름을 조용히 보낸 후 초
가을에 들어서야 빛을 보기 시작했다. 여름을 아쉬워하는 이들이 많은
탓일까? 음악적 완성도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 전반적으로 경쾌하면서
장난끼가 느껴지는 이들의 앨범은 독창성이 강하게 느껴진다. 자연음과
풍이 기조를 이루면서 펑키 음악의 신나는 분위기도 잃지 않고 있
는 것. 가사도 사랑타령에만 빠져 있지 않다. 「TV는 살아 있다」는 TV가
한심한 시청자에게 들려주는 야유를 담았고 「스파이더맨의 위기」에선
청소부등 사회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애환을 표현했다.
이들 외에 조관우를 연상시키는 귀곡성의 소유자 의 「어떤 가
요」와 「나만의 그대 모습」으로 뛰어난 가창력을 보여준 서준서 등이 차
트 상위권을 넘보고 있다. 발라드의 왕위 계승식은 언제쯤 열릴까? 전
문가들은 , 조규만, 김동률, 김광진, 고찬용 등 쟁쟁한 작곡가들
이 참가할 예정인 의 2집과 「마지막 약속」으로 와 올 상반
기 가요계를 양분했던 의 3집이 발매될 오는 10월쯤으로 잡고 있
다.
『발라드가 결국엔 댄스를 이길 것입니다. 상반기에 댄스 신인그룹들
이 워낙 많이 등장했기 때문에 하반기에는 반대 급부로 발라드가 뜰 수
밖에 없습니다.』 육각수의 「다시」를 작곡한 주영훈(27)씨의 예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