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산정권 붕괴했어도 언론-인권탄압 여전 ###
### 유신 닮은 상황 속에 경제는 착실히 성장 ###.

체코 프라하에서 브라티슬라바까지 3백98㎞, 발틱 익스프
레스열차로 6시간. 국경을 넘는 동안 차창에 스쳐가는 모습은 두 나라가
불과 4년 전까지만 해도 같은 살림을 했던 한 국가였다는 사실을 확인해
주기에 충분했다. 낡은 스코다 자동차, 오렌지색 벽돌 지붕, 집 근처 작
은 별장등 는 체코와 똑같은 풍경이었다. 그러나 열차가 최종
목적지인 브라티슬라바 라브나 스타니카(HLAVNA STANICA)역
에 들어서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우선 제1이라는 이 역사는 체코 프라하 호레소비체역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시골 마을 역사 규모였다. 길거리를 오가는 슬로바키
아인들의 표정없는 얼굴과 어두운 침묵, 유난히 눈에 많이 띄는 슬로건,
외국인 관광객뿐만 아니라 자동차조차 보기 어려운 한산한 거리 풍경.

체코에서 느끼던 활기와는 전혀 대조적인 의 이같은 모습은
가 아직도 공산주의 체제 아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93년 1월1일로 체코슬로바키아 연방 체제에서 분
리, 각자 독립 국가의 길을 걷고있는 와 체코. 동일한 언어에
똑같은 얼굴을 한두 나라이지만 가까이서 본 브라티슬라바는 프라하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 비밀 경찰 동원 언론 검열, 소수민족 차별 ////.

지난 6월 17일 나토(·북대서양 조약 기구)의 칼스텐 보이트 의
장은 유럽 모든 언론이 모인 가운데 특별 기자회견을 한 적이 있다. 내
용은 구동구권 최대 관심사인 나토 가입에 관한 나토 집행부 방침 설명.

나토 집행부는 기본적으로 나토 가입 문제를 희망국 민주화 정도와 연계
해서 결정할 것이며, 1차 가입 대상국은 97년초에 결정할 수 있다는 것
이 회견 요지였다. 당시 보이트 의장 발언 직후 가장 예민한 반응을 보
인 나라는 . 유럽 언론들이 를 민주화에 어긋나는
가장 대표적인 나라로 손꼽으며 나토 가입 자격이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
다.

공산정권 붕괴 이후 구동구권 국시가 되고있는 자유시장경제와 의회
민주주의라는 관점에서 볼때 는 언제부터인가 이같은 방향에
역행하는 나라로 낙인찍힌 상태이다.

유럽 언론에 비친 부정적 모습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비
밀 경찰을 이용한 언론 검열과 소수민족 차별 등 인권 탄압에 관한 부분.

필자가 인들을 만나보면서도 느꼈지만 인들은 정치
적문제에 관한 한 절대로 태도를 분명히 밝히지 않는다. 이유는 95년 특
별법으로 통과된 「국가 명예에 관한 법률」 때문. 20년전 한국 유신 정권
때 긴급조치법과 비슷한, 언론 자유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법이다. 정부
를 비판할 경우 감옥에 갈 것을 각오해야만 하는 것이다. 인
들의 어두운 침묵은 바로 이런 배경이 있는 것이다.

언론 탄압과 함께 전체 인구 10%를 차지하는 인에
대한 유형무형의 차별도 를 인권 탄압국으로 부각하는 요인이
되고있다. 공식석상에서 말 절대 금지, 인의 어
학습 의무화, 인 공직 배제 등 차별 정책은 대표적 인권 탄압 사
례로 유럽 사회에 알려진지 이미 오래이다. 유럽 언론들은 이같은 비민
주정책과 관련해 그 근본 책임을 최고 실권자인 블라디미르
메치아르 총리에게 돌리고 있다. 메치아르 총리는 원래 89년 체코슬로바
키아 민주혁명 당시 혁명 시발지였던 시민포럼 최고 책임자로 현재 체코
대통령인 하벨과 함께 일했던 민주 화신.

그러나 8년이 지난 현재 메치아르 총리는 「의 히틀러」 「나
폴레옹을 꿈꾸는 중부 유럽의 돈키호테」 등 별명을 가진 인물로 변해버
렸다. 구동구권 수반 중 가장 독재적 성격이 강한 국수주의자로 부각돼
통합을 지향하는 유럽 언론이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있는 것이다. 메치아
르총리는 또한 타협에 인색한 특유의 독선적 성격 때문에 현
대통령 미카엘 코박과 사사건건 부딪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두 사람
불화는 결국 94년 코박 대통령이 총리 불신임투표를 주도, 한때 메치아
르가 총리 자리에서 쫓겨나는 상황으로 번지기도 했다. 와신상담 후 재
기한 메치아르 총리가 코박대통령을 몰아내는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당연한 결과. 국정이 제대로 돌아갈 수가 없는 것이다.

//// 중화학공업 비중 커 국가주도 정책 효과 ////.

한편 체코인들 대부분은 메치아르 총리의 이같은 성격과 관련, 체코
와 분리의 근본 원인이 민족지상주의를 외친 메
치아르에게 있다고들 말한다. 92년 체코와 분리 독립 소식이
알려질 당시 체코슬로바키아인 대부분은 큰 충격으로 받아들였다는 것.

제2 발칸화를 우려한 하벨 대통령 단안으로 국민투표 없이 두 나라가 딴
살림을 차리긴했지만 메치아르의 분리 독립 주장은 당시 체코슬로바키아
전체 국민 정서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는 것이 체코인들의 생각이다.

구동구권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중 하나는 건설 붐. 갑자
기 몰려든 투자가와 관광객을 위한 증개축 붐은 분명 구동구권 변화를
상징하는 모습이다. 는 그러나 그러한 일반적인 변화 흐름과
는 별 관계가 없는 나라로 비쳐진다. 지난 6월에 문을 연 맥도널드 햄버
거, 독일 자본으로 세운 K-MART 백화점 등 몇몇 건물만이 눈에 들어올
뿐 전체적으로 볼 때브라티슬라바는 과거 공산당 시절 모습과 별다른 변
화가 없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듯 에서는 와 체코 어
디에서도 볼 수 있는 부동산 관련 기업을 찾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개
방분위기를 느끼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외형적인 모습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으로 볼 때 슬로바
키아는 의외로 구동구권 중 가장 착실한 모범생으로 손꼽히고 있다. 95
년기준으로 인플레 6.1%, 경제성장률 7.4%,실업률 13.7%. 통계상으로 드
러난 경제는 구동구권 그 어떤 나라보다 좋다. 체코와 분리
독립 이후 유럽 국가 대부분이 경제 부진을 점쳐왔다는 사실
을 고려해볼 때 의 이같은 경제 성장은 주위를 놀라게하기에
충분하다.

는 현재 메치아르 총리의 비민주적 정책으로 해외 자본이
이웃나라보다 월등히 적은 상태. 이러한 악조건에도 불구, 가
착실히 발전하고 있는 이유는 메치아르 총리가 추진하고 있는 국가 주도
경제정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있기 때문. 완전 자유경쟁에 맡기는
체코 시장경제 정책과는 대조적인 상황이다. 메치아르 총리가 이같은 정
책을 펴는 이유는 경제 구조가 체코와 달리 주로 규모가 큰
중화학공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브라티슬라바는 원래 제2
수도이자 구체코 주력 산업인 철강 기계제조업 화학시설 등이
집중된 공업단지.

//// 노동력·지정학적 위치 등이 전망 밝게 해 ////.

유럽 경제학자들은 그러나 가 최근 이룬 경제 성장이 결코
메치아르 총리의 탁월한 경제 정책 결과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
다. 5백30만명에 지나지 않는 인구에 산업 시설이 집중된 상황에서 국가
가 개입할 경우 그 결과는 단기적으로는 좋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생각은 물론 메치아르 총리의 비민주적 통치 행태에 대한 불만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평가로 볼 수 있다. 국영기업 사유화 과정에서 메치
아르 총리 측근이 기업 책임자로 임명되는 점 또한 경제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주원인 중 하나이다. 그러나 과정이야 어떻든
현재 는 경제적으로 볼 때 구동구권 중 가장 안정적인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독일에 필적한다는 수준 높은 노동력, 체코와 보
다 싼 임금, 우크라이나 등 구소련권과 유럽을 이어주는 유리한 지정학
적위치 등은 분명 경제의 미래를 밝게하는 요소들이다.

브라티슬라바 한가운데는 중동부 유럽의 젖줄, 다뉴브강이 흐른다.

공산 체제 당시에는 「붉은 다뉴브」로 일컬어지며 이웃 에서
불어오는 자본주의 바람을 막는 국경선으로 활용됐던 이념 장벽 다뉴브
강. 인들이 두나강이라고 부르는 다뉴브강은 그러나 최근들어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최대 무역 파트너인 오스
트리아와 국경 무역을 주도하는 비즈니스 마당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
다. 브라티슬라바에서 빈까지는 불과 63㎞. 다뉴브강을 따라
배로 갈 경우 1시간이 약간 더 걸리는 거리이다.

다뉴브강을 오가는 수많은 배들은 바로 경제 발전을 상징
한다.

가 수도를 브라티슬라바에 잡은 것도 다뉴브강을 이용, 빈
의 풍요를 하루라도 빨리 따라잡겠다는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슬로바키
아인들은 스스로를 「유럽의 하트」(HEART)라고 부른다. 심장처럼 중요하
다는 의미와 함께 슬라브와 유럽간 갈등을 사랑으로 풀 수 있는 유일한
나라라는 뜻으로도 해석될수 있는 말이다. 네이션 빌딩(NATION BUILDING)
방법으로 슬라브식 전체주의적 민족주의를 채택, 21세기를 향해가고 있
는 . 유럽의 곱지않은 시선에도 불구, 에서 마주
한 다뉴브강은 내일을향한 힘찬 심장 박동 소리로 가득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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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티슬라바 백화점
주말이면 싼 물건 사려는 인들로 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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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티슬라바 중심지 스프타이스카가에 있는 독일계 백화점 K-MART…
슬로바카아내 최대규모 백화점인 이 건물은 주말이 되면 이방인들로 가
득찬다. 백화점앞에 늘어선 W번호 자동차 주인들이기도 한 이들은 이웃
빈에서 온 사람들. 국경을 넘어 브라티슬라바까지 쇼핑하러
온 손님들이다.

이들이 사는 물건은 치약 콜라 맥주 휴지 신발 소시지등 생필품에서
부터 그릇 컵 운동용품 필름에 이르기까지 백화점에있는 물건 전부. 백
화점측은 독일말이 가능한 점원들을 배치,멀리서 찾아온 손
님들의 즐거운 쇼핑을 돕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인들이 국경을 넘으면서까지 브라티슬라바를 찾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물건값이 싸기 때문. 대체로 빈의 20∼30%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빈에서 10달러 수준인 맥도널드 햄버거 세트는 에서
는 3달러정도. 빈에서 5달러 하는 말보로 담배는 에서 1달러
50센트. 스위스에 이어 유럽에서 두번째로 물가가 비싼 빈 시민들 귀가
번쩍 뜨이지 않을 수 없다.

또 한가지는 「멀리하기엔 너무나 가까운」 공간적 거리 때문. 빈에서
브라티슬라바까지는 63㎞. 자동차로 1시간이 채 안걸리는 거리이다. 물
론 돈 많은 자본주의 나라 인은 무비자로 언제든지 슬로바키
아로 들어올 수 있다. 이국적 분위기와 브라티슬라바식 음식맛을 만끽
한뒤 자동차에 물건을 가득 채워 귀국하는 1일 국외 쇼핑. 토-일요일마
다 떼로 몰려드는 쇼핑객 수는 한달 평균 2만명 정도. 백화
점과 주변에 이들이 뿌리는 돈은 95년 한해만 해도 10억달러 정도. 관
광객의 관심을 별로 끌지 못하는 지만 국외쇼핑을 즐기는 내
실있는(?) 빈 손님 덕분에 전체 관광 수입은 구동구권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다.

고물가에 시달리는 소비자들 불만을 이용, 재빨리 값싼
쇼핑 마당을 마련한 . 주말 브라티슬라바 백화점에서 볼 수
있는 장바구니 장사진은 가 나름대로 익혀가고있는 자본주의
적응 현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