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학 (35) ++++++++++.
안에서 화전에 관한 논의가 엇갈리자, 교주 최시형은 전라도 삼례에서
접주들의 회합을 소집했다. 이때 호남의 접주들을 고무한 것은, 『이놈의
세상, 딴판으로 뒤집어 놔야 한다. 이것저것 가릴것 없이 곧바로 서울로
진격하자.』 이같은 농민들의 열화같은 갈망이었다. 그러나 그뿐만은 아
니다.
대원군이 동학군의 입성을 학수고대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운현궁의 가신 송희옥, 박완남, 박동진등 세사람이 전봉준의 진영을
은밀히 찾아왔다.
모두 대원군 손자 준용밑에서 심부름을 하는 군관 퇴물들이다.
신식군대를 만든답시고 병력을 크게 줄이는 통에 밥줄이 끊어진 사람
들이었다. 이들은 운현궁의 밀사라고 하면서 전봉준을 찾아 온것이다.
전봉준은 참모를 배석시키고 세사람을 만났다.
『대원위 대감께선 동학군의 강령에 전적으로 찬동하고 계시오이다. 나
라가 이지경이 된 것은 왕비와 왕비의 일가들 탓이며, 나라를 지탱하고
백성을 도탄에서 구제하기 위해서는 천지개벽이 일어나야 할것이오이다.
동학은 서학을 배척하고 있으니 대원위 대감의 소신과 다를바가 없지 않
소이까? 동지들이 힘을 뭉치고 동학군이 서울까지 장정을 한다면, 우리
조선을 새롭게 태어나게 할수 있소이다. 동학군이 한데 뭉쳐 건곤일척의
승부를 걸어야 할때인줄 알고 있소이다.』
대표격인 송희옥의 열변이었다.
『우리가 알기로 대원군은 왜놈들이 권고하여 다시 조정에 나섰다는 것
이오. 대원군의 척왜는 이제 말뿐이오. 우리 동학군의 척왜는 나라와
백성을 건져내자는 것이오. 권력을 잡기위한 술책이 아니오.』.
전봉준은 무척 냉담했다.
권력에 환장한 사람이 대원군이다. 동학군을 이용하여 자신의 권세를
지난날처럼 되찾으려 하고있다. 인재등용이나 신분의 차등철폐, 탐관오
리의 처단 등등은 대원군이 즐겨 내세우는 인심 수람책이다. 하지만 농
토의 분배, 채무의 탕감 등 왕조의 기틀을 와해시킬 대담한 개혁을 감행
할 의사는 터럭만치도 없을 것이다.
대원군이 그중 용심하고 있는 것은 5백년 내려온 종묘사직의 보전이다.
동학군의 이념과는 거리가 멀다.….
『전봉준 장군! 옳은 말씀이오. 하지만 적을 공략하기 위해선 반드시
생각이 같지 않더라도 우선은 힘을 합쳐야 될 것이오. 대원위 대감은 본
디 초야의 서민들과 함께 살아온 분이오. 왜놈을 배척해야 나라를 지탱
한다는 점에서는 여러분과 생각이 일치하고 있소이다.』.
박완남은 전봉준의 흉중을 알고 속맘을 털어놓듯이 말했다.
『여러분이 대원위 대감의 분부를 받았다는걸 뭣으로 거증하겠소?』.
전봉준은 이들을 쉽게 믿을수가 없었다. 백귀야행의 세태이다.
가사 이들이 운현궁 사람이라 할지라도 대원군의 의향을 대변한다는
보증은 없다.
동학군을 분열시키고, 어떤 함정에 빠트리려는 흉계인지도 모를 일이
다.
『하도 중상, 모함이 난무하는 판국이라 합하께서는 우리들에게 신서같
은 것을 주시지는 않았소이다. 지금 일본군은 동학군을 토벌한답시고 상
당한 병력을 남하시키려 하고 있소이다. 일본군의 주력이 평양을 공격하
기 위해 북쪽에 집중돼 있는 이때를 놓지지 말고, 동학군은 기습작전으
로 도성을 공략해야 할것이오. 합하의 신서가 무슨 필요가 있겠소이까?』.
송희옥의 말엔 일리가 있었다.
전쟁의 승패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일본군이 서울방비에 여력이 없
는 사이 승부를 거는 것이 상책일법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