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대세는 아마추어 상승시대』 ###
-- 『프로엔 이제 권태증… 적극적으로 일하는 대표 되고 싶다』 --.

대표위원에게는 벽이 없어 보인다. 우선 사람의 벽이
없다. 그는 자신을 아는 누구와도 친근하다. 사고의 벽도 없는 듯하다.
생각이 다른 어떤 사람들과도 말이 통한다. 관운에는 더더욱 벽이 없어
보인다. 이름난 정치학과 교수였던 그가 장관을 맡아 관직
에 발을 디딘 것은 88년. 그 이후 그의 경력을 보자. 대통령 정치특보,
주영대사, 통일부총리, 국무총리, 집권당 대표위원. 『대권에는 뜻이없다.』
언제 어디서나 그가 강조하는 말이다. 그럼에도 그는 지금 의
유력한 대권후보 중 한사람으로 꼽히고 있다. 타 후보진영에서는 특히
그의 이같은 「무욕 타법」이 오히려 사즉필생의 결과를 낳지않을까 경계
하고 있다. 그의 무욕을 의심해서가 아니라, 위로부터 점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8월21일 오후 그를 「탐험」했다.

- 집권당 대표가 어떤 자린지 이제 개념이 서셨겠지요.

『대표를 1백일 하고 얻은 결론은 이 자리가 맡은 사람에 따라 그 역할
과 비중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겁니다. 의전적인 자리나 사무적인 자리가
될수도 있고, 정부 여당의 정책 방향을 결정하고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자리일 수도 있습니다. 총재와의 신뢰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제
개인으로는 여러 면에서 중요한 기회를 부여받은 자리라고 봅니다. 행정
부나 총재 등에 책임을 미루지 않고 맡은 바 책임을 다하려 합니다. 소
극적인 대표보다는 적극적으로 일하는 대표가 되고 싶습니다.』.

- 총리로서 대통령을 대할 때와 대표로서 대할 때, 어떤 차이가 있던
가요.

『총리 때는 역시 정부라는 큰 조직사회에서 일한다는 점에서 공적인
관계가 강했습니다. 대표로서 대하는 대통령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유
연한 대화도 가능합니다. 자연히 얘기의 폭이 훨씬 넓어질 수밖에 없지
요. 특히 제경우는 직전 총리였기 때문인지, 대통령께서도 말씀을 당
에만 국한시키지 않으십니다.』.

- 3김구도라는 현실정치에 직접 부딪쳐 보시니 운신의 폭이 좁지 않습
니까.

『3김 구도하에서 여당대표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지만 여
당대표의 역할 공간도 일정부분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국회 운영면에
있어서는 대표의 판단과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많이 느꼈습
니다. 문제는 일이 잘 안됐을 경우입니다. 일이 조금이라도 안되는 쪽으
로 갈 때 모두 대표의 잘못이라는 마음 가짐으로 일하면 큰 어려움은 없
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 국회개원 파동 때 물리력 행사보다는 기다리는 정치 쪽을 택하셨는
데.

『속수무책의 기다림은 아니었습니다. 내가 읽는 대세와 시대의 흐름을
보고 내린 결정이었지요.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국민의 뜻이 바로 대세였
습니다. 국민들의 그같은 생각이 전달될 때까지 기다려야지, 참지 못하
고 섣불리 덤비면 문제를 더 어렵게 할 수도 있다고 봤던 겁니다.』.

-이창호가 바둑 두듯 수를 확실히 읽고 기다림에 들어갔군요.

『정치기술만을 따지면 저는 문자 그대로 아마추어 수준에 불과해요.아
마추어 스타일로 일을 한 것이지요. 다행히 현재 대세가 아마추어 상승
시대고 국민들이 아마추어를 관대히 보아주기 때문에 일이 잘 풀렸습니
다. 프로에 대해서는, 뭐라고 그럴까…권태증을 느끼는 시기가 된 것
아닙니까.』.

- 대통령께서 이 대표께 국회와 당무 처리 전권을 위임하신 건
실력을 이미 인정했다는 뜻인가요.

『제가 대통령을 만나면서 느끼는 건 생각보다 정치를 생각하실 시간이
적다는 거 예요. 남북문제나 해외관계 등을 생각하고 처리하는 시간이
훨씬 많습니다. 때문에 그 말씀은 대통령께서 큰 방향의 정치를 깊이 생
각할 수 있도록 제가 업무부담을 좀 덜어줬으면 좋겠다는 뜻이었다고 봅
니다.』.

- 주례 보고 때 당무 얘기는 어느 정도 비중있게 다뤄집니까.

『당무는 일부고, 국정방향 등 좀더 큰 문제에 대해 당의 의견이나 제
가 보는 국민의 생각 등을 말씀드립니다. 예컨대 어제도 한총련 사태를
어떻게 처리해야 되느냐가 주종을 이뤘지요.』.

- 대권후보들의 동향에 대해서도 얘기가 오갑니까.

『그런 일은 없습니다.』.

- 그렇다면 이 대표도 대권주자의 한사람으로 보고 있는 것 아닙니까.

『그런 건 아니고… 대통령께서는 대권논의 자제 당부는 하시지만 특정
대권주자에 대한 얘기는 하시지 않습니다.』.

- 대통령께서 얼마 전 「독불장군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말씀을 하셨는
데 사전에 들은 말씀이 있었습니까.

『전혀 없었습니다. 아시다시피 13개 새 지구당위원장과 새 당무위원 임
명장 수여식 자리에서 그 말씀을 하셨는데 처음에는 다들 무슨 말씀인가
긴장했지요. 요점은 결국 여당의 제일 큰 힘은 단결이라는 점을 강력히
강조한 뜻이었습니다. 지금 의석수가 겨우 과반수인데 야권 공조라는 압
력도 받고 있고….』.

- 대통령 말씀의 표현과 내용이 너무 지나쳤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우리 대통령의 특징 중 하나가 강하게 표현하시는 건데, 엊그제 말씀
도 예외적인 것은 아니잖아요? 』.

- 대권후보들을 겨냥한 말씀으로 해석되고 있는데요.

『아니, 전체 당원들에게 하신 말씀으로 봐야 합니다. 그 자리가 새로
입당한 분들을 맞는 자리 아니었습니까. 이걸 뭐, 그렇게 무슨 특정 개인
을 향한 표현으로 받아들일 것은 없습니다.』.

- 「정당생활의 최대 덕목은 구성원의 언행을 통일하는 것」이라는 말씀
도 하셨는데 민주정당 정신과는 역행하는 것 아닙니까.

『아니, 그렇게 얘기하는 것은 바람직한 해석이 아니라고 봅니다. 민주
정당에 있어 자유로운 의사발표나 토론이 중요한 것은 당연합니다. 당연
한 얘기를 굳이 총재께서 할 필요가 없지요. 당에 새로 들어온 사람들에
게 당의 결속된 힘을 보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말씀이지,
민주성과는 아무 관련도 없어요.』.

- 대권논의의 한계를 분명히 해주시죠.어느 선까지 말하면 됩니까.

『구체적으로 정리할 문제도 아니고… 우리 당에서 대권주자로 논의되는
분들 각자가 저보다 더 잘 알고 계십니다. 뭐, 그런 것 때문에 큰 문제가
생긴 일은 없다고 생각해요.』.

- 다시 묻겠습니다. 후보선출 시기나 방법 등 절차에 관해 의견을 개진
하는 것은 대권논의가 아니라고 봐도 됩니까.

『…. 뭐 지금, 그 얘기하는 것을 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죠. 그런데 당
으로서는 지금 딴 얘기할 게 많다 이겁니다. 대충 내년 여름 근처에 가면
뭐가 있을 텐데, 그 얘기가 자꾸 중진의 입에서 나오면, 언론이나 국민의
관심이 자꾸 그쪽으로 갈 수밖에 없고, 그러면 바람직하지 않다는 거지요.
당중진들 생각도 예외없이 같아요.』.

- 당무회의의 제청 또는 8개 시·도에서 각 50인 이상 대의원의 추천을
받도록 한 당의 대선후보 등록 규정대로라면 사실상 자유경선이 불가능하
지 않겠습니까.

『의견만 들어두는 것으로 하죠. 아직까지 당내에서 그런 문제를 제기한
사람이 없습니다.』.

- 「대권에 뜻이 없다」는 이 대표 말씀은 대권후보를 시켜줘도 않겠다는
뜻인가요.

『그 문제는 자꾸 얘기 안하는 게 좋겠는데… 여태까지 누누이 강조한
문제여서… 지금 제가 대권후보로 나갈 생각은 없습니다.』.

- 그 말씀에 대해 대통령께서는 어떤 반응을 보이시던가요.

『아무 말씀 없었어요. 대체로 내 자세가 좋은 걸로 평가하고 계신다고
생각했습니다.(웃음)』.

-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강력한 대권후보로 꼽히는데요.

『그런 것은 아니고…내가 지금 솔직히 말해 개인 입장에서 멀리 내다본
것은 아니고… 금년 정기국회를 그럴듯하게 잘 넘겼으면 좋겠습니다. 당
이 단합하여 별 말썽이 없이 금년을 넘기면 제 소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 학계, 관직에 이어 당과 국회까지 잘 이끌면 그야말로 자격있는 대권
후보가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거북해하며) 그때 가서 볼 일이고… 사실 인재가 많은 것이 우리 당
의 강점인데, 그분들의 경륜이나 경력은 상당합니다.』.

- 장관 한번 하자고 학계를 떠나 관직에 오셨을 것 같지는 않은데요.

『조금 순진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각분야의 학자 등으로부터 브리핑을 받을 때 통일분야에 대해 제가
몇번 설명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이 교수가 직접 장관을 하면
어떻겠느냐』는 제의가 있었지요. 어쩌면 통일을 상당히 앞당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 욕심 때문에 정부에 들어왔었습니다.』.

- 이 대표께서 대권후보로 거론되자 건강·병역 문제 등의 얘기가 돌고
있는데, 악성 루머인가요.

『미국 유학당시 과로로 폐렴이 생겼는데 폐결핵에서 비롯됐다더군요.그
부분만 잘라내면 문제없다고 해서 오른쪽 폐 가운데 일부분을 잘라냈습니
다. 55년도였으니까 벌써 40년이 지났습니다. 물론 지금은 어떤 심한 운
동을 해도 상관없습니다. 건강도 좋고. 병역문제는 국방부 허가를 받아
유학갔고, 68년 귀국해 동사무소와 국방부에 신고하고 신체검사까지 받았
습니다. 나이가 만 34세라 너무 많다며 제2국민병으로 등록시키더군요.그
렇지만 병역의무를 못한 게 미안하더라고요. 그래서 2년 이상 매일 아침
일찍 육사에가 정치학 개론을 강의했지요.』.

- 김 대통령과 알게 된 것은 언제쯤입니까.

『70년대는 둘이서만 만난 일은 없었던 것 같고 80년대 김 대통령이 야당
당수로서 이 사람 저 사람 만나 얘기를 들을 때 한두번 만난 것 같습니다.

자주 뵌 것은 장관 때일 겁니다. 4당체제 아래서 제가 만든 한민족
공동체 통일방안을 들고 야 3당 총재들을 찾아다녔지요.』.

- 그 정도인데 이렇게 중용하시는 건가요.

『저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우리 대통령께서는 본인이 좋아하는 사람은
점수를 후하게 주는 경향이 상당히 있는 것 같아요. 그 반대면 크게 감점
하는 경향이 있죠. 다행히 제 경우는 점수를 후하게 받은 것 같습니다.』.

- 총재와는 어떤 관계지요.

『73년 위드로 윌슨 연구소 연구원 시절 김 총재도 한국에 돌아가지 못하
고 거기에 있었습니다. 김 총재가 답답함에 이 사람 저 사람과 모여 밥도
먹고 할 때 저도 여러 번 자리를 함께 했지요. 김 총재의 처남인 씨
와 나는 동창이에요. 그런 인연 등으로 지금까지 그럭저럭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 유연하고 대화형인 이 대표의 정치적 특성은 한국적 정치상황에서는
오히려 리더십이 약하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는데요.

『자기만 옳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지혜를 모아야지
요. 국가경영도 많은 지혜를 어떻게 가장 효율적으로 모아 생산성을 높이
고 실패 가능성과 위험부담을 줄이느냐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 스타일이
시대 흐름에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강한 리더십이란 것은 책임을 질 각오
냐 아니냐는 데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책임에 대해 항상 신경을 쓰되,
그외에는 국민들의 선택에 맡길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 이 대표에게 적이 없는 것은 늘 「예스」라고 대답하기 때문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가능하면 타협을 통해 끌고 가는 게 좋지 일방적인 승리나 패배는 좋지
않다고 봅니다. 국법질서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든가, 중요하고 큰 문제에
있어서는 「노」할 것은 단호하게 「노」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대단하지도 않
은 일에 확고함만 보이려고 하는 것은 구시대적이고 뒤떨어진 방식입니다.
저도 물론 정말 중요한 일에 관해서는 확고한 입장을 취할 준비가 돼 있습
니다.』.

- 1년4개월 남은 대통령 선거까지 당 대표로서 성취하고 싶은 목표가 있
다면.

『우리 당이 주축이 돼 정치의 모습을 국민이 선택하는 진정한 새 정치로
바꾸는 데 공헌을 하고 싶습니다. 나아가 국민들이 「이 사람들에게 나라를
맡기면 잘 운영하겠지」하고 믿을 만한 여당을 만들어 보겠다는 것입니
다.』.

- 경제공부를 열심히 하시고 있다는 소문입니다.

『나보다 경제를 잘 아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으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당
내에서도 경제문제 모임이 가장 많아요. 경제가 잘 풀리지 않으면 다른 아
이디어들은 공염불로 끝날 위험이 있어요.』.

- 경제문제에 대한 특단의 조치가 발표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더군요.

『과거와 같이 선거를 앞두고 특정지역이나 부문에 이것저것 아쉬운 것을
지원하는 임기응변식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대선이 있다 하더라도 마땅
히 선택할 것은 하고 대가를 치를 것은 치르고 고통을 분담해서라도 국민
들과 함께 가는 새로운 경제정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 현 대통령 재임기간 중 남북관계에 획기적 돌파구가 만들어질 전망이
있다고 보십니까.

『획기적이라는 말은 아주 조심스럽게 써야 합니다. 남북관계는 상대가
있기 때문에 예측이 쉽지 않습니다. 잘못된 예측은 기대만 상승시키고 정
치적으로 일을 어렵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김 대통령 임기 중에도
변화의 가능성은 꽤 있다고 봅니다. 북한의 상황이 아주 어렵게 돼 있어
북한 체제가 어떤 형식으로든 새 환경에 적응하려는 시도를 않을 수가 없
습니다. 그 시도가 활발히 진전되면 대화나 협상 가능성도 높아지겠죠. 그
가능성에 항상 대비하고 준비해야 할 겁니다.』.

- 정치학 교수 입장에서 「정치인 」의 평점을 매긴다면 몇학점을
주시겠습니까.

『시험이라도 한번 봐야 점수가 나오는 것 아닙니까. 아직 한학기도 안갔
습니다. 이번 정기국회가 끝나고 나면 학점을 매겨보도록 하지요.(웃음)』.

그에 대한 대통령의 믿음은 각별한 것으로 소문 나 있다. 대권
후보는 사실상 김 대통령의 의중에 달려 있으며, 그는 대권후보군 중 유일
하게 매주 김 대통령과 마주 앉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김 대통령과 그의
관계는 현재 어떤 고도에 있을까. 그와의 인터뷰는 내심 여기에 초점을 맞
추었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유연한 대화가 오갑니다.』 『당무는 일부
고, 국정방향 등 좀더 큰 문제를 말씀드립니다.』 『제 경우는 점수를 후하
게받은 것 같습니다.』 별일 아닌 듯 술술 쏟아져 나온 말들이지만, 그의
「경쟁자」들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주간부장/정리 홍석준 정장열 주간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