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11시40분, 과천 중앙선관위청사 2층 기자실. 「총선실사
90일작전」 실무팀장인 박기수선거국장이 들어서자 카메라 플래시가 일
제히 터졌다.
박국장은 상기된 표정으로 실사결과를 읽어 내려갔다.「현역의원 20명,
본인 또는 회계책임자-선거사무장 고발-수사의뢰」 「15대 총선 출마자
1천3백89명중 81%인 1천1백27명 불법선거비용 추가지출, 29억여원 불법
선거비용적발」….선거비용에 대한 사상 첫 리트머스 시험 결과가 예상대
로 「붉게」 나타난 것이다.
이 시각 쑥대밭이 된 여의도 정가 표정은 극명하게 둘로 갈렸다. 선
관위실사 그물을 어렵사리 통과한 2백33명의 현역의원들은 안도의 한숨
을 내쉬었다. 고발대상 한계선에서 오락가락하다 회생한 한 의원은 『지
옥문턱에서 살아온 기분』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오전 한때 국회
의원회관 의원방에서는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무사한」
의원들의 방이었다.
고발-수사의뢰라는 극형에 처해진 20명의 여야의원들은 너나없이 해
명에 나섰다. 중진인 , 의원측은 『회계책임자의 주의태만』
『정당활동비로 지급한 직원급여가 문제된 것』이라고 했다. 다른 의원들
은 「맑은 하늘에 날벼락」이라고 펄펄 뛰었다. 『나만큼 깨끗하게 선거치
른 후보가 어디 있느냐』(천정배·국민회의) 『누가 음해한 것같다』(박구
일·자민련)고 흥분했다.
「익명」의 항의는 훨씬 더 거칠었다. 고발대상 한 의원은 『당선자 모
두가 선거법을 어겼는데, 이렇게 돌로 개구리잡듯 국민이 뽑아준 국회의
원을 때려잡을 수 있느냐』고 항변했다. 또 한 의원은 『정 그렇게 나오면
선거때 중앙당에서 언제, 어떻게 ×억원의 돈을 내려보냈다는 것을 증빙
자료와 함께 공개하겠다』고 했다.
「진짜 우리만 죄인이냐. 나머지 의원들은 하늘아래 한점 부끄러움이
없다는 말이냐」고 이들은 묻고 있다.
실사결과 발표장의 박국장은 이에 대해 솔직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실사를 통해 15대 총선의 총체적 부정을 1백% 잡아냈다고 보지않습니다.
그러나 현 여건에서 최선의 결과인 만큼 우리 선거문화를 한단계 발전시
키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실사결과 공개후 자기 반성보다는 해명과 떠넘기기에 바쁘고, 안걸린
의원은 웃음이 넘치는 정치권. 이제 이들이 선관위 실사결과를 한차원
높여 돈선거에 쐐기를 박고 나설지, 아니면 오히려 왜곡시켜 「과거」로
돌아갈지 국민들이 눈부릅뜨고 감시할 차례다.
【김민배·정치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