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제 시책들이 각 경제 주체의 합심 노력이 뒷받침되어 차질없이
추진될 경우 98년에는 1인당 GNP(국민총생산)가 1만4천 달러대에 이르고,
경상수지는 GNP의 8수준인 50억 달러 내외 흑자를 기록하며, 소비자물
가는 연평균 3.7에서 안정되어 「통일 한국」에 대비한 경제적 기반이 구
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민 정부 출범 당시 정부가 「경제 이정표」로 제시했던 「신경
제5개년계획」(93∼97) 보고서중 「우리 경제의 미래 모습」은 이렇게 장미
빛 청사진으로 그려졌다. 경제정책 운용상 거의 불가능하다는 소위 「마
의트라이앵글」로 불리는 「고성장, 저물가, 국제수지 흑자」라는 세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겠다는 것.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우리 경제는 정상 궤도를 완전히 이탈, 표류
중이다. 「신경제 5개년 계획」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채 악화일로를 달리
고 있는 것.
/// 「96년 21억달러 흑자」 전망이 사상최대 적자로 ///.
「신경제 5개년 계획」기간중 96년도 3대 거시지표(전망치)는 「7대 성
장, 3대 물가안정, 국제수지 흑자 전환(21억 달러 흑자)」였다. 하지만
성장-물가-국제수지의 세마리 토끼중 성장을 뺀 물가와 국제수지 두마리
토끼는 이미 오래 전에 사정거리 밖으로 달아나 버렸다. 연간 3대로 안
정 시키겠다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4년 이후 한번도 4.5이하로 내려
가지 않았으며, 국제수지는 흑자 전환은 커녕 만성적인 적자국으로 전락
하고 말았다. 결국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다급해진 김 대통령은 지
난 8월8일 경제팀을 전격 경질,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궤도를 이탈한 거시경제 지표=정부는 집권 첫 해인 93년 경상수지
적자를 14억 달러로 줄이고, 94년을 흑자 전환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한
「적자 제로 달러의 해」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후부터는 본격적인 흑
자시대를 구가, 95년 흑자 9억 달러, 96년 흑자 21억 달러를 거쳐 김 대
통령의 임기가 종료되는 98년에는 53억 달러 흑자를 기록하겠다고 전망
했다. 하지만 집권 첫 해에만 3억8천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을 뿐 그이후
계속 급격한 적자 커브를 그리고 있다. 94년 45억3천만 달러 적자, 95년
89억5천만 달러 적자에 이어 올해에는 적자 규모가 1백억 달러가 넘어설
것이 확실해지고 있다.
「성장, 물가, 국제수지」라는 세마리 토끼중 민생에 가장 영향을 미치
는 물가도 이미 궤도를 이탈한지 오래다. 첫 해에만 목표치(4.9)를 약
간 밑돈 4.8를 기록했을 뿐, 94년부터 항상 목표치에서 크게 떨어져 있
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4년 6.2(목표치 4.3), 95년 4.5(목표치
3.7)를 기록하고, 올해는 연초 억제 목표선 4.5조차도 달성이 불투명
한 상태이다. 올들어 이미 선진국에서는 디스인플레이션(제로 인플레이
션)을 구가하고 있는 상황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인 모습이다.
기업 채산성과 직결되는 생산자 물가의 경우도 신경제 설계도에는 93
년 1.8, 94년 1.8, 95년 1.7, 96년 1.6등 1대로 그려져 있다. 반면
실제 생산자 물가는 93년에만 1.5로 목표치를 밑돌았을 뿐, 94년 2.8,
95년 4.7로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정부는 다행히도 「성장」 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성공했다. 지난 3년
동안 경제성장률(GNP기준)은 93년 5.8(목표치 6.0), 94년 8.4(목표치
7.1), 95년 8.7(목표치 7.2)를 기록, 목표치를 넘어섰다. 이 덕분에
96년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를 돌파할 것이란 목표(96년 1만53 달러)
보다 1년이나앞서 「1만 달러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한마리 토끼(성장)
를 잡기 위해 다른 두마리 토끼(물가와 국제수지)를 놓치고, 지나치게
힘을 낭비했다. 잠재 성장률을 웃도는 성장은 곧 물가와 국제수지 부담
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궤도이탈 원인=당초부터 너무 낙관적인 전망이라는 반론이 제기됐
다. 자율화방침과 배치되는 생필품 가격 상승 억제, 공무원 및 대기업
임금 동결 등 신경제 기본 전제인 「고통 분담론」이 어느 정도 뿌리를 내
려 오래 지속될지 의문시됐기 때문이다. 강제적이고 직접적인 통제 효과
가 5년 내내 지속되기 어렵다는 이유로 연 3수준의 물가 안정 전망은
너무 안이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당시 경제 여건으로 봤을 때 기업 경영
을 혁신하고 투자를 늘리며, 생산성을 높이는 일들이 계획대로 이뤄질지
도 매우 불투명했다.
결국 고통 분담론이 실패하면 「인플레 둑」은 무너지고, 이를 계기로
성장과 국제수지는 목표 전략을 수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 각종 경제 지표, 모두 적신호.
1차관보(경제정책담당)는 『내실을 다지지 못해 경
쟁력을 상실하고, 꾸준히 올라가는 임금을 잡지 못한 것도 궤도 이탈 원
인』이라고 말했다. 그외 ▲일부 품목 중심으로 수출 구조가 형성, 일부
품목 의존도가 너무 높았다는 점 ▲나름대로 개방 속도를 조절하지 못하
고,당초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개방이 진행된 점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시대가 예상보다 빨리 오면서 소비 성향이 커진 점 등도 우리 경제
가 궤도를 이탈한 원인 중 하나인 것으로 지적됐다.
◆현재의 경제 상황=그동안 감소세를 보이던 수출 증가율이 지난 7월
중에는 급기야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경상수지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
나고 있다. 「수출 5인방」이라 불리며 지난해까지 수출을 주도했던 반도
체,석유화학, 철강, 섬유직물등 4개 품목이 수출 전선에서 퇴조 현상이
뚜렷하다. 반도체 수출단가가 개당 10달러 떨어질 때마다 경상수지 적자
가 30억달러씩 늘어난다고 한다. 소비 고급화와 해외여행 바람속에 무역
외수지 적자도 급증, 무역외수지적자가 무역수지 적자규모를 육박하고
있다. 소비자물가는 지난 7월까지 4.2나 상승, 연말 억제선(4.5)에 바
짝 접근해 있다.
지난 6월부터는 산업생산이 가파른 하강곡선을 그리면서 재고율-제조
업 평균가동률-실업률등 각종 성장지표들에도 빨간 신호등이 커졌다. 경
상수지, 물가, 성장이 동시에 위협받는 형국으로 돌변해 버렸다. 거기다
경기가 본격적인 하강국면에 돌입하면서 기업들이 감량경영에 돌입, 실
업자가 늘고있다.
◆위기를 탈출할 묘안=전임 경제팀이 「고비용-저효율」이라는 대책을
내놓으면서 장기적인 돌파구를 마련했던 데 비해 - 경제팀
은 아직 색깔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아직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해 우리
경제 현황에 대한 총체적 재점검에 들어간 상태이다.
하지만 세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묘안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
최근 한국을 다녀간 () 연차협의단은 『경상수지 적자
보다는 성장과 안정쪽에 더 무게를 두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의 조언은 경상수지 적자가 일시적이라고 판단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
고 한다. 따라서 경상수지 적자가 계속된다는 가정하에서는 의 조언
도 의미가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