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풍자극 「비언소」( 작 박광정
연출)에는 5명의 배우들이 무려 60여가지의 역할을 소화해내고 있다. 각
장면마다 배역이 달라지지만 유일하게 세 장면에서 일관성을 가지고 등
장하는 인물이 있다. 「비언소의 여왕」을 연기하는 홍일점 오지혜. 그는
무대에서 「는 우리땅」을 개사한 「변소주제가」까지 신나게 불러가며
관객들을 웃게한다.

『이어지지도 않는 짤막짤막한 스토리를 연기하는게 새로운 느낌입니
다. 「지하철 1호선」에서도 역할 바꾸기는 많이 해봤지만 지금과는 전혀
달랐어요.』 조그만 체구에 앙팡지게 자기 몫을 챙겨내는 그의 모습이 시
원스럽다. 당돌하게 때론 수줍게, 거친 모습까지 보여줄 수 있는 것도
「비언소」에서만의 특권이다.

『남자들을 실컷 팰 때가 가장 신나요. 나이가 훨씬 많은 제작자 명계
남씨도 저한테는 꼼짝 못합니다.』 성추행당하는 여자역만 맡으면 기운이
펄펄, 상대배우들은 곤욕스럽게 한다.

연극배우 부부인 윤소정의 피를 이어받은 오지혜는 매일 집에
오다시피한 연출가 오태석씨를 삼촌으로 알 정도로 연극은 생활 그 자체
였던만큼 이 길로 들어선게 너무도 당연할 수밖에 없었다.

『저에게 연기는 환상이었죠. 어머니의 커튼콜이 얼마나 멋있었는데요.』
91년 극단 자유의 「따라지의 향연」에서 퓨페라역을 시작으로 부지런하게
경력을 쌓기 시작한 그는 극단 연우무대의 「날 보러와요」에서 미스 김
역으로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끼」가 넘친다는 소리를 듣는 오지혜는
서울연극제출연도 포기한 채 당분간 「비언소」에만 전력할 생각이다.

『무슨 역을 꼭 해봐야지 하는 생각은 한 적이 없어요. 누구와 하느냐
가 제일 중요하죠. 될 수 있으면 우리의 정서에 잘 맞는 창작극을 했으
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