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도 어느덧 사위어 가는 팔월 하순이다.
여름내 지쳤던 몸에 신선하게 생기를 불어넣을 식단으로 쌈을 꼽을 수
있다.
요즘 시중에 나와있는 호박잎과 갖은 야채에 짙은 강된장을 곁들이면
입맛 당기는 화려한 식탁이 된다. 쌈은 이제 일부러 밖에나가 사먹는 별
미가 된 터이지만, 갖가지 야채를 깨끗이 손질만한다면 손길 갈 것은 된
장뚝배기와 쌈장 정도이니 집에서 준비하기 그리 어려울 것도 없는 기운
차리기 메뉴다.
여름철 쌈에서 뺄 수 없는 야채가 호박잎과 양배추. 더구나 양배추는
요즘 어린아이 머리통만큼 큰것도 2천원 안팎이니 한꺼번에 한두통을 삶
아서 냉장고에 넣어뒀다 차게 식혀 그때 그때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간편
한 재료다.
호박잎은 줄기와 잎사귀 뒷면을 손질한 뒤 어른 손바닥만큼 큰 것은
반을 갈라, 작은 것은 그대로 찜통에 쪄서 찬물에 헹궈 냉장고에 식힌
다. 양배추도 절반, 또는 4분의 1 크기로 잘라 빳빳한 기가 가시게 살짝
삶아 식혀둔다.
잎이 작은 조선 상추를 작은 것으로 골라 사서 깨끗이 씻어 물기를 빼
두고 요즘 많이 먹는 치코리도 잎과 대가 세지 않은것으로 씻어둔다. 깻
잎도 연한 것으로 고르고 머위, 쑥갓, 실파를 함께 준비한다. 다시마를
살짝 데쳐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식혀둔다.
맛있는 강된장을 끓이는데는 된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그마한 뚝
배기에 짜지 않은 재래식 된장을 두 숟가락 넣고 멸치, 감자, 풋고추,마
늘을 넣어 잘 섞은 뒤에 물을 한 컵 붓고 자갈자갈 끓인다. 국물이 흥건
하지 않게, 된장 자체가 끓도록 하는 게 요령. 밀가루가 주원료인 일반
판매용 된장으로는 절대 맛을 낼 수 없다. 구수하고 짙은 맛을 좋아하면
먼저 쇠고기를 주사위 모양으로 큼직하게 썰어 파 마늘, 간장으로 살짝
주물러 양념한 뒤 참기름을 한방울 쳐서 볶은후 그 위에 된장과 다른 재
료를 넣고 끓인다.
쌈장이야말로 집집마다 다른 맛을 내는 자랑거리다. 강남구 청담동의
토속 음식집 「토담골」에서는 멸칫가루를 섞는 게 비결. 재래식 콩된장에
멸칫가루, 양파즙과 고춧가루를 넣어 맛을 낸다.
매운 맛을 좋아한다면 고추장과 섞는 쌈장도 좋다. 고추장 된장을
1대1로 섞는 경우, 마늘 간 것을 취향대로 넣으면 톡쏘는 자극적인 쌈
장이 된다. 파도 다져 넣는다.
마른 새우 간 것, 다시마 가루를 넣는다는 집도 있다. 어느 쪽이든,
구수한 맛의 원천인 아미노산을 보충한다는 원리다.
< 밥 >
더운 밥을 쌈으로 먹는 것은 우선 물리적으로 어렵다. 한입 가득 쌈
을넣고 입 안에서 굴려먹기에는 찬밥이 제격이다. 달고 부드러운 흰쌀밥
보다는 툭툭하게 씹히는 맛에 구수하고 씁쓸해서 야채와 잘 어울리는 보
리밥, 율무밥 등 잡곡밥이 잘 어울린다.
굴비를 구워 살을 발라서 쌈 바구니 옆에 놔두면 간맞추기나 별미로
최고다. 돼지고기를 고추장 양념해 곁들이기도 하나, 너무 기름진 것이
약간 흠. 마른 새우 볶음이나 쇠고기 장조림, 멸치젓이나 창란젓 등 평
소 두고 먹던 밑반찬 정도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