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이란 고생은 다 하고 어딜 간단 말이냐. 불쌍한 내 새끼야 이리
온나. 내 새끼야. 내 새끼야….』.
14일 오전 10시 서울 광진구청 1층 광장. 여대생을 성폭행하려던 치
한을 뒤쫓아가다 범인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진 최성규씨(32·서울 광
진구 중곡1동)의 영결식이 「광진구민장」으로 치러졌다. 서울경찰청 악대
가 연주하는 「애니로리」가 무겁게 울려 퍼지는 가운데 한 송이 흰국화를
헌화하던 최씨의 어머니 차금진씨(61)는 마침내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아이고 내 새끼야, 이 어미는 어찌하라고…. 이제 좀 살 만 해졌는
데….』.
지난 85년 여름 내린 큰 비로 강동구 하일동에서 채소농사를 짓던 비
닐하우스 20여동을 불어난 강물에 모두 떠내려 보내고 남편 최영효씨
(당시 52)는 화병으로 세상을 버렸다. 최성규씨는 차씨가 의지해 오던
장남이었다.
하얀 소복을 입은 최씨의 부인 조미숙씨(30)는 시종 검은색 손수건으
로 얼굴을 감싼채 하염없이 흐느끼고 있었다.
최씨의 가족들이 다니던 군자교회 신종한목사(40)는 『고인은 한알의
헌신의 밀알이 되어 땅에 묻혔지만 국민의 가슴 속에 희생과 봉사의 많
은 열매로 맺어질 것』이라고 기도했다.
이날 영결식에는 시민 1천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최씨의 영전에 정부
포장, 표창장, 광진구청장과 청장의 표창장 등이 수
여됐고, 대통령을 비롯 각계에서 조화를 보내 고인의 의로운 죽음
을 기렸다.
주위의 통곡소리에 아랑곳 않고 고모 최미경씨(36)의 품에 안겨 새근
새근 잠들어 있던 최씨의 딸 예지양(2)이 운구차에 오른 것이 오전 10시
45분쯤. 잠시 후 쇼팽의 장송곡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최씨의 시신을 실
은 운구차는 장지인 경기도 고양시 용미리 공원묘지를 향해 먼길을 떠났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