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북한 주민 3명의 합동귀순기자회견은 그
동안 잇따라 북한을 탈출한 다른 귀순자들의 입을 통해 알려졌던 북한의
식량난 실태와 그에 따른 생활의 변화, 북한군 및 반체제 동향을 거듭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이날 회견에서 역시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은 식량난이 가중되면서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고수하던 북한에서 자본주의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상업이 번창하고 있다는 최승찬씨의 증언이다.
귀순당시 개성 석비레벽돌공장의 자재인수원으로 근무했던 최씨는
정부당국의 식량배급 중단 등으로 식량난이 심화돼 생계유지가 곤란해지
자 많은 사람들이 장사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과거에는 생필품을 장마당(시장)에 내다팔면 단속대상이 됐지만 최
근에는 생필품은 물론 개인이 만든 밀주, 떡, 빵, 엿 등 돈이 될만한 것
은 무엇이든지 거래되고 있다는 것.
이에 따라 개성시의 경우 과거 1개소에 불과했던 소규모의 장마당
이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목마다 마구 생겨나기 시작, 최근에는 장마당
이 5개소로 늘었다.
북한이 현재 대외개방이 추진되고 있는 나진.선봉 지역이 심화되고
있는 식량난을 해결하는데 관건이 될 것이라고 주민들에게 선전하고 있다
는 증언도 관심의 대상.
최씨는 "지난해와 올해초 나진.선봉지역이 개방되면 식량문제가 해
결된다. 당장은 어렵지만 허리띠를 졸라매고 극복해 가면 잘 살수 있다
는 특별교양을 받았다"고 말했다.
북한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북한이 나진.선봉지역을 사회주의 경제
체제로 크게 침체된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계기로 삼아 보겠다는 강한 의
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북한군이 유사시 특수부대를 아군으로 위장시켜 남한 후방지역에
투입, 남한사회를 교란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춰 놓았다는 사실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확인됐다.
38항공육전여단 출신인 최씨(93년 7월 상사 제대)는 특수부대인 38
항공육전여단의 경우 아군의 맹호부대와 열쇠부대 마크가 부착된 전투복
등을 한사람당 한세트씩 지급하고, 국군과 미군이 사용하는 장비 및 조직
등에 대해 연간 30시간씩 교육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특히 이 부대는 유사시 남한의 여군이나 처녀로 가장, 침투시키기
위한 `여자강하(낙하)소대'를 운영하면서 AN-2기를 이용한 낙하훈련과 남
한말씨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는 것.
이와 함께 북한은 겉으로는 대화를 외치면서 기습남침을 위한 전력
을 강화하기 위해 일반부대보다 특수부대를 더 우대하고 특수부대 전력을
대폭 증강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최씨에 따르면 월급이 일반부대의 경우 하전사가 3원50전, 중사가
7원50전, 상사가 8원인데 비해 특수부대는 하전사 7원50전, 중사 35원,
상사 65원으로 현격한 차이가 있다.
더욱이 김정일은 지난 5월 "저격, 경보 등 특수부대는 무조건 야외
훈련을 실시하라"는 등의 지시를 내리는 등 특수부대의 훈련에 큰 관심
을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견에서는 식량난 등 사회불안이 확산되면서 북한에서 반체
제 사건이 자주 발생하고 있음도 드러났다.
귀순전까지 양덕 지방자재공급소 자재인수원으로 근무했던 고준씨
(29)에 따르면 지난 94년 초께 평남 성천군 및 양덕군 등에서 "김일성.김
정일 망할 날이머지 않았다," "청년들이여 때는 왔다. 일어나 싸우자"는
내용이 담긴 전단이 살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북한 당국은 이 사건을 `320호 사건'으로 이름짓고 대대적인 수사
를 벌여 주모자를 검거, 처형하고 확산되고 있는 반체제 움직임을 근절
하기 위해 주민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북한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지난 3월말께 원산 조선소안에 건설된
`김일성 영생탑'이 누군가가 설치한 폭약으로 완전 폭파됐다는 귀순자
정순영씨(37.미용사)의 증언을 상기하면서 공식적으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북한에서 반체제 운동이 확산되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