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잠잠했던 체첸에 다시 화염이 뒤덮이고 있다.
지난 6일 새벽부터 총공세를 감행한 체첸반군은 7일 체첸수도 그로
즈니시를 사실상 점령하는데 성공했다. 도쿠 자브가에프 친러 체첸정부
수반은 정부종합청사를 버리고 그로즈니시 북부 외곽의 러시아군 기지로
도주했으며, 정부종합청사를 제외한 거의 모든 그로즈니시 주요거점이 체
첸반군 수중에 떨어졌다.
전화국 중앙역도 체첸반군 통제아래 들어갔는데, 모블라디 우두고
프 체첸반군 대변인은 『그로즈니시의 체첸(반군)공화국의 헌법질서가 회
복되고 있다』고 선언할 정도였다. 상황이 1백80도 반전되자 모스크바는
크게 당황하고 있다.
『체첸 강도들은 이제 남부산속에 갇혀 고사될 수밖에 없다』던 얼마
전의 호언장담이 무색해졌다. 특히 오늘(10일)로 예정된 대통령2기
취임식을 앞두고 잔칫집 분위기가 초상집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죽은」 두다예프의 「기막힌」 대통령 취임 선물을 「살아있는」
에게 줬다』고 한 러시아 언론인은 비꼬았다. 현재 양측에서 발표하고
있는 체첸 전황으로는 상황판단이 불가능하다.
러시아군과 체첸반군은 저마다 전과를 과장, 신뢰감을 주지못하고
있다. 체첸 주재 기자단 12명은 체첸 정부종합청사에 갇힌 채 모스크 바
로 연결되는 단 1회선의 위성전화를 붙잡고 보도를 계속하고 있으나 이
들도 전체상황을 파악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분명한 것은 8일 새벽부터 그로즈니시 외곽에 주둔하고 있는 러시
아군 주력부대가 그로즈니시 재진입을 시도하고 있으나, 체첸반군의 완강
한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는 정도다.
러시아 군사 전문가들은 체첸반군의 목표가 그로즈니시 점령은 아
닐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소수의 게릴라 부대가 도시를 점령,
정규군과 진지전을 벌인다는 것은 상식에 어긋나는 전략이다.
또 그동안 체첸반군의 행태를 분석해 볼 때 그럴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번 체첸반군의 그로즈니시 공세 목표는 정치적 선전
전에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 5월 러시아군의 압도적 화력에 밀린 체첸반군은 인적이 드문
남부 산악지대로 쫓겨날 처지에 놓여 있었으며, 또 두다예프 체첸반군 대
통령의 사망으로 인해 내부분열 요소마저 안고 있었다.
따라서 전열정비를 위한 시간벌기가 필요했으며, 러시아 대통령 선
거를 계기로 러시아로부터 일시적인 휴전을 끌어내는데 성공했다. 전열
재정비에 성공한 체첸반군은 자신들의존재 과시와 대통령에 대한 정
치적 타격을 가할 목적으로 대통령 취임식 직전에 그로즈니시 대공세를
감행한 것이다.
이제 소기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한데다, 러시아 정규군의 대대적
반격이 시작되고 있는 시점에 체첸반군이 무익한 도시 진지전을 계속하지
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체첸반군들은 조만간 다시 산악지대로 퇴각할 것으로 군사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모스크바 지도부는 이번 공세로 체첸문제가
얼마나 어려운 숙제인가를 다시 한번 실감했다.
안보회의 서기는 7일 『체첸반군도 참여하는 전체첸 정치-종
교 대표자 회의를 소집해야 한다』면서, 체첸반군을 제외하고 체첸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스크바의 기존 방식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모스크바=황성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