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람 손을 잡고 여기저기 다녔다. 국회의원이 된후 너댓번 외국
에 나가봤지만 이번만큼 마음이 편한 적이 없었다.』 혹서기를 피해 4박
5일동안 중국에 갔다 6일 귀국한 (재선)의원의 여행소
감이다. 함께 간 12명의 다른 의원들에 대해서도 그는 『모두가 편해 보
이더라』고 전했다. 손의원과 같은 기간동안 당내 「한백회」모임의 일원
으로 역시 중국에 갔다 6일 귀국한 의원도 같은 반응이다.

그는 『17쌍의 의원들이 함께 갔는데 모두들 세상의 풍물을 관망하는
여유가 있어 보였다』면서 『개혁과 사정의 소용돌이속에서 한시도 긴장
을 늦출수 없었던 14대 때와는 정말 다른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96년 8월의 여름은 국회의원, 그중에서도 의원들에게 특별
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정권재창출의 대사가 1년반앞으로 다가왔고,
대권주자들의 보이지 않는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지만 의원들의 표정엔
여유가 가득하다. 이의원은 『총선이 끝난지 사실상 처음맞는 휴식인데
다 여야간 특별한 긴장관계도 없고, 당도 안정되어 있고, 자신의 신변
을 염려할 특별한 이유도 없는, 여당의원으로서는 아주 특이한 정치적
휴식기가 형성된 것같다』고 분석했다. 어지럽게 전개되는 대권경쟁과
관련해서도 의원들은 유유자적이다. 한 의원은 『우리야 마음이 급할게
뭐가 있느냐』면서 『가만히있으면 몸값이 올라가고 우린 그걸 즐기고 있
으면 되는 시기』라고 말했다.

후보군이 9명이나 되고 그들조차 워낙 불확실한 게임을 벌이고 있으
니 역으로 의원들로서는 줄서기 부담이 그만큼 없어졌다는 얘기이다.
그는 『어차피 다음 16대 공천권은 다른 사람에게 있다는 생각도 의원들
이 이눈치 저눈치 안보는데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면서 『여-야
의원들 모두가 마찬가지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올해 8월엔 유별나게 외국에 나가는 의원들이 러시를 이루는 것도
이런 당내외의 환경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특히 올해에는 의원들
끼리 무리를 지어 외유성 여행을 떠나는 일들이 잦은 것도 특징이다. 7∼
8월중 외국에 나갔다 오겠다고 국회에 신고한 여야의원은 7일 현재 1백
15명에 달한다.

김수한국회의장이 20일부터 보름동안 호주와 동남아를 순방하고, 오
세응-김열배부의장이 각각 미국과 동구를 방문하는등 한달새 국회의장
단 모두가 외국으로 떠나는 것도 유례없는 일이라고 한다. 의
한중진의원의 관계자는 『과거엔 이때쯤이면 가자고 해도 몸을 사렸는데
이번엔 먼저 따라 가겠다는 의원이 예정인원의 배를 넘었다』면서 『아무
런 눈치볼것 없다는 심리들이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외유를 떠나지
않고 소리소문없이 콘도나 호텔로 공부하러 가는 의원들도 있다. 유용
태의원은 『내년부터 3년동안은 대선과 새정부 출범으로 여유가 없을 것
이므로, 이번 휴가가 초선의원들에겐 우왕좌왕하지 않고 차분히 의정준
비에 매달릴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