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밤낮으로 지속되는 가마솥 더위가 시민들의 일상 생활을 바꿔놓
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것으로는 한밤의 기온이 섭씨 25도를 웃도는 열대야가
계속되면서 심야 피서인파가 늘어 밤에 북적대야 할 주택가가 텅텅비는
공동화 현상.

이 때문에 한강시민공원과 주택가 인근의 약수터 주변 등은 한낮에
뜨겁게 달궈진 집을 빠져나와 새벽녁까지 돗자리를 펴놓고 가족 단위로
밤을 지새우는 시민들로 떠들썩하다.

더위에 약한 노인들이 외출을 삼가하면서 대낮에 노인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평소 하루평균 1천5백여
명의 노인이 탑골공원을 찾았으나 폭염이 본격화된 이달들어 내방객 수
가 평소의 절반인 7백∼8백명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말했다.

냉방시설을 잘 갖춘 종로서적, 영풍문고, 교보문고 등 시내 대형서점
들은 책도 보고 더위도 피하려는 `얌체 피서객'들로 영업에 지장을 받을
정도라며 푸념하고 있다.

종로서적 매장직원 김모양(20)은 "최근들어 방학을 맞은 학생 손님이
크게 늘었으나 매출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며 "서점을 피서지로 활
용하려는 손님이 많아 죽을 지경"이라고 귀띔했다.

한여름에도 시원한 바람이 가득한 백화점의 경우도 손님이 끊이지 않
고 있지만 뙤약볕을 감수하며 쇼핑을 해야하는 남대문 등 재래시장에는
손님의 발길이 주춤해졌다.

역시 냉방장치가 비교적 잘 돼 있는 은행 및 증권사 객장 등에는 길
을 가다 한낮의 불볕 더위를 잠시 피하기 위해 특별한 용무없이 들르는
손님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서초지점의 김현수대리(32)는 "별볼일 없이 사무실 소
파에 앉아있다가 그대로 돌아가는 손님이 꽤 많다"며 "더위가 손님을 몰
고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더위를 피해 많은 시민들이 서울을 벗어나 도심 교통 소통이 한결 원
활해진 가운데 택시 승객이 크게 늘었다.

모범택시 운전사 이규남씨(42.서울 강북구 수유1동)는 "더위를 감수
해야 하는 버스나 계단을 많이 오르내려야 하는 지하철 이용을 포기하고
과감하게 택시를 타는 손님이 부쩍 늘었다"며 "차도 잘 빠지고 손님도 많
아 1년 내내 여름 휴가철만 같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는 곳에서 일해야 하는 세탁소 업주의 대부
분이 이달초부터 4∼5일 일정으로 휴가를 떠나 빨래를 세탁소에 의존하
는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이밖에 외근부서 직원들이 앞다퉈 휴가를 떠나는 바람에 외근직 사원
의존도가 높은 업종들은 일손이 모자라 곤욕을 치르고 있으며 아파트 베
란다에 수영복을 입은 `미녀족'들이 출현하는가 하면 찜통 더위를 이기지
못해 점잖은 체면에 아이스크림을 손에 든 어른들의 모습도 요즘 도심에
서 손쉽게 접할 수 있는 풍경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