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인들의 동인모임인 「21세기 전망」은 15일 저녁 서울 대학로
충돌소극장에서 5번째 동인집 「시의 몰락, 시정신의 부활」 출간을 기념
하는 이색모임인 「읽기의 방식전」을 열었다. 기존의 시 낭송회와는 달
리 자신의 시세계에 걸맞는 퍼포먼스를 직접 연출하기도 하고, 시상을
담은 슬라이드상영등을 통해 90년대 젊은 시인들의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삐삐와 쇳소리, 변기의 물내리는 소리가 1백여명이 자리를 가득 메
운 극장안에 울려퍼지면서, 무대 한 가운데 놓인 대형냉장고 박스를 칼
로찢고 시인 연왕모씨가 튀어나왔다. 속이 빈 스피커통을 머리에 뒤집
어쓴 시인은 괴기한 목소리로 『상자가 실려나온다… 계속해서 상자에
실려나오는 것들을 뜯고 보면 온통 욕망이다… 상자는 상자에 갇힌다.
뚫리지 않는 욕망은 겹겹이 갇혀버린다』(「상자는 구르지 못한다」)고 낭
송한 후 옆에 쌓아놓은 상자들을 발로 걷어차 부숴버렸다.

중국의 고성과 묘지, 현대문명의 잔재들을 뒤섞은 슬라이드를 상영
한 김소연씨는 컴퓨터 화면에서 시를 쓰고, 지우고, 다시 고쳐쓰는 모
습을 담은 영상을 통해 자신의 시세계를 표현했다. 94년 신춘
문예 출신인 심보선씨는 시인을 가리키는 듯한, 노란색을 칠한 남성의
성기를 어린 시절의 흑백사진이나 대학시절 데모현장 곳곳에 배치, 더
넓은세상으로 나아가는 의식세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독자와 시인의 의사소통」이란 측면을 강조한 함성호씨는 기름종이
자락이 선풍기 바람에 날리는 모습을 통해 시인의 생생한 목소리를 세
상으로 토해내고, 대중들과 적극적으로 만나려는 「21세기 동인」의 시정
신을 형상화해호평을 받았다.

2시간 넘게 진행된 행사는 동인으로 활동중인 유하 이선영 윤제림
함민복차창룡 윤의섭씨를 비롯, 동료시인 이윤학 박찬일 정인숙씨 등
이 출연, 다양한 세상읽기의 방식을 보여주었다. 특별출연한 건축가 곽
재환씨는 윤동주의 「또다른 고향」과 함형수의 「해바라기의 비명」을 낭
독하고, 그룹 패닉의 이적씨는 심보선씨의 「피할 수 없는 길」을 기타반
주에 맞춘 노래로 들려주어 많은 박수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