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류의 발자취와 문화·문명 유물 722만여점 소장 ###.
대영제국에는 언제나 해가 지지 않듯 대영박물관에는 관람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소장 유물 7백22만여점, 연간 입장객 6백50만명을 자랑하
는 대영박물관(British Museum)은 궂은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명성 그대
로 빛나고 있었다.
지난 6월20일, 도심 그레이트 러셀가와 브룸즈버리가 사이에 자
리잡은 대영박물관을 찾았다. 일제 식민지배의 상징인 중앙박물관 철거가
시작된다는 한국 뉴스를 듣고 「세계의 박물관」인 대영박물관은 어떻게 운
영·관리되는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박물관엔 세계 각국에서 몰려온 개
인·단체 관람객들로 가득했다.
2층 전시실에서 만난 스페인 바르셀로나시 알트 페네데스 중-
고등학교 생물교사 호세 마리아 로파르트(42)씨는 『동료교사 3명과 함께
남녀학생 41명을 이끌고 수학여행을 왔다』고 소개했다. 이 학교의 산드라
에스테베(15)양은 『고대 와 앗시리아, 그리스, 로마, 그리고 서구
및 동양세계 갖가지 진귀한 소장품을 한 자리에서 직접 보게돼 감격스럽
다』며 『엄청난 박물관 규모와 방대한 문화재, 뛰어난 보존·진열 상태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이날 이곳에서 만난 한국 관람객만도 줄잡아 1백명에 이르렀다. 대학
시절 단짝과 함께 배낭여행을 왔다는 강완정(23·부산시 남구 용호동)양
은 『우리 문화재가 동양세계 전시관 2∼3층 사이 북쪽 계단과 입구에 고
작 60여점만 전시된 것이 더 아쉽다』고 했다.
/// 한 의사의 제창으로 1759년 설립 ///.
대영박물관은 자료 수집가로 유명했던 의사 한스 슬론(1660∼1753)경
이 본인 소장 자료를 토대로 박물관을 세울 것을 제창해 1753년 영국 국
회에서 이 소장품 매수를 의결함으로써 1759년 설립, 공개됐다. 창설 당
시는 몬태규 후작의 저택을 임시로 사용했는데, 이 건물은 17세기 루이
14세의 기사들이 세운 프랑스 고성풍으로 영국에서는 진귀한 고건물의 하
나이다. 그 뒤 1820년에서 1850년 사이에 세운 본관이 약 5만5천7백40㎡
(약 1만7천평), 부속건물이 약 3만5천5백15㎡(약1만1천평)이다. 현재 대
영도서관이 건물의 약 40를 사용하고 있으나, 오는 98년 도서관이 세인
트판크로스(현 대영박물관에서 북쪽으로 걸어서 20분거리)지역으로 이사
가면 그 자리에 대영박물관 전시시설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박물관 일반
적운영과 통제는 25명으로 구성된 이사회가 맡는다. 이사 1명은 여왕이,
15명은 총리가 임명하며, 4명은 학계에서 지명하고 나머지 5명은 이사회
자체에서 뽑는다.
대영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조각과 원시민족 예술작품 등 학술적 가
치가있는 고대문화유품들 중 널리 알려진 것으로는 1802년 프랑스에서 얻
은 고고학자료를 비롯해 1806년 수집한 타우네레와, 엘긴의 대리
석조각, J 듀빈이 기증한 수집품, 각지의 능묘에서 발굴한 많은 자료등을
들 수 있다. 독지가 기증품 중에는 그리스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에 있
었던 대리석 조각이 가장 유명하다. 이밖에 소크라테스의 소형상, 페리클
레스의 반신상, 율리우스 케사르 및 로마 제왕들의 흉상, 앗시리아의 날
개달린 황소, 칼데아의 유물 등도 있다.
특히 로제타 지방에서 발견된 로제타 스톤은 오랫동안 난제였던 이집
트 상형문자의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가 되어 귀중품 대접을 받고있다. 그
밖에도 성서의 알렉산드리아 사본, 색슨의 연대기, 마그나카르타, 역사적
인물의 유품, 옛날 인쇄제본 견본 등은 문헌적 사료로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한마디로 대영박물관은 선사시대부터 현재까지 인류문화사에 관련
된 세계 각국 여러 민족의 다양한 유물을 수집·연구·전시하는 것은 물
론, 일반인에게 널리 알리고 책으로 출판하는 역할을 하는 「종합 박물관」
이다.
/// 『나라 살림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입장료 무료 ///.
대영 박물관의 직제는 크게 학예 연구분야 부서 10개, 과학연구 부서
2개, 비서실, 중앙사무국, 공공섭외 봉사부로 나눠져있다. 학예연구 분야
부서로는 화폐-훈장 연구부, 부. 민족학부, 그리스-로마부. 중세·
근세부, 동양부, 일본부, 선사및 로마시대 영국부, 인쇄회화부, 서아시아
부가 있고, 과학연구 분야 부서로는 과학연구부, 보존처리부가 있다. 총
직원 1천1백12명 가운데 학예연구직 2백60명, 과학연구·보존처리직 1백
29명, 행정직 및 섭외 교육 지원인력이 7백23명이다. 특기할 것은 유물을
전담 관리하는 유물관리부 대신 각 분야별 학예연구 전문 부서가 각각 제
분야 소장품을 직접 관리하는 체제. 예산은 대부분 정부 지원금에 의존하
는데 나머지는 후원금, 기부금, 특별전 입장료 등으로 충당한다. 대영박
물관은 무료 입장인 대신 관람객들이 자발적으로 일정액을 박물관 건물
입구 모금함에 기부할 수 있다.
입장료와 관련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70년대 초반 한때 에드워드 히
드가 이끄는 보수당 정부는 밀어닥치는 재정난에 못이겨 한 사람에 10펜
스(약 1백20원) 씩의 입장료를 받도곡 했다. 그러나 아무리 나라살림이
어렵다고해도 국민대중의 문화재 접근을 경제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곤란
하다는 비판이 고조되자 74년 봄 재집권한 해롤드 윌슨의 노동당 정부는
다시 무료 입장으로 환원시켰다.
대영박물관이 자랑하는 고유한 전시방법과 보존처리 기법은 어떤 것일
까.
진열 전시 비결은 단순-명쾌하면서도 생생하게 배치, 관람객들이 일목
요연하게 구경할 수 있도록 하는데 있다. 이와 관련, 한국전시실 담당 큐
레이터 제인 폰탈씨는 『각 부서, 담당 분야마다 전문 인력이 관계 문헌및
자료를 토대로 최적의 분류-전시 기법 등을 심사숙고, 「살아 숨쉬는 박물
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금속과 종이, 돌, 세라믹 등 유물
종류와 특성에 따라 전시 형태를 달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물 보존-처리는 복원보다 옛 것을 그대로 보존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귀중한 인류 문화재인 만큼 일단 훼손하면 비록 현대적 기법으로
복원한다고 해도 그 가치는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물을 현상
태로 보존-유지하는 쾌적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종류와 성질에 따라 온도
와 습도, 조명 등을 각각 달리하고 있다. 보존처리부 수석 책임자 질리안
로이(여)씨는 『희귀 서적과 필사본·회화는 산화·부식을 막기 위해 전시
케이스에 넣거나 각종 처리를 하고 있고, 미이라는 안정된 보존을 위해
관에 넣으며, 재질이 구리인 경우는 부식을 막기 위해 증류수를 사용해
청녹을 일으키는 염소 성분을 제거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 대규모 증·개축으로 「제2의 도약」 준비중 ---.
대영박물관은 거의 매주 국내외 특별전을 개최하고 있다. 오만, 요르
단, 지역 등을 포함한 국내외 발굴, 학술조사, 국제 학술세미나등
도 수시로 갖고 있다. 각종 강연회와 자료 대여 등을 통해 다양한 사회교
육 활동도 하고 있다. 대영박물관의 또다른 자랑거리는 68년에 발족해 28
만명을 헤아리는 대영박물관회 회원들의 재정 지원과 자원봉사활동. 이들
은 틈틈이 시간을 쪼개 후원금·기부금 모금에 나설 뿐 아니라 유물을 구
입해 기증하거나 학술조사활동, 박물관 주최 문화활동 등에 재원을 지원
하기도 한다. 박물관회 기능 가운데 으뜸은 박물관 자원 봉사제 운영 지
원. 89년 대영박물관회를 통해 조직된 자원 봉사자들은 현재 1백20여명.
이들은 약3년간 엄격한 연수를 통해 양성돼 박물관 안내·예약 지원, 새
로수리한 전시실 전시에 대한 일반 안내, 야간 개관 안내, 교육 프로그램·
세미나 등 안내와 다과제공 지원, 시각장애자 관람 지원 등을 맡고있다.
대영박물관측은 밀레니엄 사업의 일환으로 현재 대영도서관 중앙독서
실을 개축하고 주변 안뜰에 대형 투명 유리시설을 갖추는 등 대규모 증-
개축으로 「제2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은 일반인 출입을 막고 있는
커다란돔 모양의 중앙독서실은 카를 마르크스가 「자본론」을 집필한 곳으
로도 유명하다. 「대영 박물관 심장을 열어보이는 작업」 「제2의 루브르미
술관 공사」로 일컫는 이 공사는 98년부터 2003년까지 자그마치 3천만 파
운드(약3백60억원)가 들어가는 대역사. 박물관측은 이곳을 초현대식 전시
실과 함께 서점가, 레스토랑 등 편의-여가 시설을 갖춰 전세계인들이 친
근하게 접근할 수 있는 명소로 가꾼다는 야심찬 구상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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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시실 새단장 기대하세요』…큐레이터 제인 폰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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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98년 대영도서관이 이사가고 나면, 현재의 지도 박물관 자리
130여평에 번듯한 상설 한국 전시실을 꾸밀 계획입니다.』.
대영박물관 동양부 학예원 소속 한국 전시실 담당 큐레이터 제인 포
탈씨는 지금까지 한국은 이곳에서 변변한 전시 공간이 없어 푸대접받아
왔으나, 머지않아 어디에 견주어도 손색없는 훌륭한 전시실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탈씨는 『한국의 국제교류 재단으로부터 전시실 설치와 관련, 2백만
파운드(약 24억원)지원을 약속받는 등 제반 준비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대영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한국 관련 유물과 회화·인쇄 문
화재는 신라시대 금귀걸이, 고려시대 상감청자, 조선시대 나전칠기 등
임시 전시하고 있는 65점을 포함해 약 1천점. 포탈씨는 『그러나 상당수
가 상대적으로 가치와 질이 떨어져, 보완 수집이 필요하다』며 『한국 전
시실 개장에 맞춰 귀중한 한국 유물·회화 등을 기증받거나 구입해 멋진
전시 공간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역사와 문화는 이웃 중국과 일본에 비해 독특한 성격과
연원을 갖고 있는데도 서구인들은 물론 아시아인들조차 그 차별성을 제
대로 인식·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신라 불상의 온화한 미
소와 유려한 선, 고려 청자의 독특한 상감 비법, 한국화의 여백미, 그리
고 세계최초 인쇄술 등 한국이 자랑할만한 독보적 문화 유산은 수없이
많다』고 열거한 뒤 『이같은 사실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전시 활동과 함
께 안내책자 제작·배포, 학술강연 개최, 시청각 자료 마련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나가야 할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한국의 「국립중앙박물관 철거」 문제와 관련, 『지도층 일부
와 상당수 한국민들의 「일본 잔재 지우기」 정서를 이해못하는 것은 아니
지만 아픈 역사의 기억과 현장을 보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며 『다
른 곳으로 옮겨 복원, 후대를 위한 「산 교육장」으로 만들면 어떻겠느냐』
고 되물었다.
폰탈씨는 케임브리지 대학 거튼 칼리지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80∼81
년 북경 대학에서 중국 고고학을 전공했다. 84년 한국 예술 특별전을 계
기로 한국통이 된 그는 지금까지 다섯 차례 한국을 방문했고, 94년 9월
부터 작년 5월까지 한국어학당에서 한국어를 공부하기도 했다.
<=유석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