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턱을 괴고 한쪽 다리를 반대편 무릎 위에 얹은 채 은은한 미소
를 띠고 있는 미륵 반가사유상. 6∼7세기 삼국에서 만들어졌던 독특한 양
식의 이 불상은 일본에까지 대표적 불상으로 전해졌다. 왜 유독 우리나라
에서 미륵 반가사유상이 발달했을까. 씨가 최근 출간한 「한국 불교
미술사」(솔간)는 불상의 기원에서 시작, 서역과 중국 한국 일본으로 전해
진 불교미술을 입체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미륵은 도솔천에서 천인을 위해 설법하다 석가 입멸 후 56억7천만년이
되면 이 세상에 와 중생을 제도할 보살. 대승불교에 의해 미래불로 주목
받던 미륵보살이 우리나라에서는 현실안으로 걸어 들어오는 존재가 됐다.
삼국의 패권다툼으로 전쟁과 긴장 속에 살았던 사람들에게 평화에 대
한 염원과 이상국가에 대한 바람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인도의 미륵보
살상은 주로 정병을 든 입상이나 좌상. 석가가 출가 전 삶의 무상함을 고
뇌하던 모습으로 만들었던 반가사유상이 인도에서 서역, 중국을 거쳐오면
서 미륵보살상으로 변한 것이다.
고려는 불상을 비롯한 조각 예술이 현저하게 퇴조하고 회화적인 아름
다움을 추구한다. 불교예술의 중심으로 떠오른 불화뿐 아니라 청자도 선
과 문양등 회화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했던 것. 저자는 『그 시대의 정신이
조형예술보다 회화적 표현에 적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찬란한 채
색으로 가득한 고려불화는 그 화려함 뒤에 정적이고 나지막하고 신비로운
아름다움이있다. 끊임없는 외침과 변란으로 고통스러운 현실을 당대 예술
가들은 슬픔의 미학으로 승화시켰다는 것이다. 사학과와 대학원
졸업 후 연구실에서 근무했던 씨는 「조선시대 불화연
구」 「신기론으로 본 한국미술사」 등 미술사책을 내왔다. 이 책은 풍부한
불교지식을 바탕으로 각 시대상황 속에서 전개된 우리 불교예술의 발달사
를 정리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인도, 중국, 서역의 불교예술품 사진도
실으면서 비교해볼 수 있도록 한 게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