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자동차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 5대 주력산업 현장보고---.


한국 수출의 기관차격인 전자 자동차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 5대 산업
이 흔들리면서 우리 경제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한때 수출호조를 보이던
이들 주력 산업이 일제히 하강국면에 접어들었고 그에 따라 전반적 수출
감소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과연 이런 경기침체 현상은 언제까지 계속
될까.또 그 원인은 어디 있을까. 산업 부문별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
았다. .

//// "수출할수록 손해" ////.

『영화를 누릴 때 몰락을 대비하고, 완전히 망했다고 느낄 때 다시 흥할
때를 기다려야 한다고 봅니다.』 국내 반도체업계 사람들은 한결같이 이런
심정을 토로한다. 한국 경제를 주도하면서 초호황을 구가하던 메모리반도
체가 공급 과잉과 가격 하락으로 끝을 모를 정도로 곤두박질치고 있으니
오직 불안할까마는, 그래도 다시 밝은 날이 올것을 기다린다는 얘기다.

현재의 반도체 불황은 주된 수요처인 컴퓨터나 통신장비 같은 시스템 시
장이 비교적 견실하게 성장하고 있어 물량 감소는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
으면서도, 단지 가격만 하락하는 가격 불경기(Price Recession) 현상이 특
징이다. 즉 수출 물량 감소보다는, 수출할수록 손해보게 되는 이익 감소가
문제가 된다. 만일 올 2분기와 같은 가격 하락이 연말까지 지속된다면 삼
성전자는 지난해의 절반도 안되는 1조원 순이익도 기대하기 힘들고, 현대
전자와 반도체는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 1분기만 해도 그런대로
짭짤한 흑자를 냈던 국내 업체들은 2분기엔 현상 유지 또는 적자를 낼 것
이 확실시되고 있다.

D램이 최종 조립되는 온양공장에는 요즘 평상시보다 열흘치 이
상 많은 재고가 쌓여있다. 이맘때면 근로자를 위한 각종 잔치가 열리던 기
흥공장엔 요즘 「버블을 줄이자」며 바짝 허리 죄기 운동에 나서고 있다. 삼
성전자는 월 2회 일요일 휴무, 여름 및 추석 집단휴가를 통해 하반기에만
총 15감산할 계획을 발표했고 와 반도체도 생산 능력 확대 계
획을 거둬들였다. 대신 값이 비싼 싱크로너스 D램 같은 첨단 반도체 개발
에 주력하고, 마이크로프로세서를 비롯한 비메모리 반도체쪽 투자를 늘리
면서 체질 개선을 꾀하고 있다.

세계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일본도 덩달아 보조를 맞추었다. 그런 노력
이 조금 효과를 보면서 메모리반도체 가격도 6월22일 현재 약간 오르고 있
다.

올들어 계속 하락했던 B/B율(주문량 대비 출하량 비율)도 5월 들어 처음
으로 상승, 한가닥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 그러나 데이터퀘스터-WSTS-노무
라연구소-SIA같은 세계적 반도체 전문 기관들은 예측이 다소 엇갈린다. 현
재의 불황이 다소 오래갈 것이라는 전망과 내년부터 나아질 것이라는 예측
이 엇갈린다. 그것도 동일한 기관에서 매달 다른 전망을 내놓을 정도로,
반도체 경기는 짙은 안개에 싸여있다.

이에 비해 가전분야는 내수부진이 문제가 되면서 불황 고착화가 빚어지
고있다. 올 상반기 수출은 올림픽 붐과 함께 해외 마케팅 강화로 작년 수
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내수는 국내 경기 위축으로 심각한 부진을 겪고 있
다.
올 상반기 가전 내수시장은 10.7성장하는데 그쳐, 작년의 17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전통 가전제품은 국내 보급률 1백에 육박하는데다, 동남
아산 일제를 비롯한 외국산 제품들이 속속 들어오면서 고전하고 있다. 7월
부터 시작하는 와이드TV 시험방송에 따른 수요 확대도 업계의 과제다. PC
는 내수도 신통치 않은데다 수출마저 계속 최악이다. 올들어 4월말까지 수
출이 3천만 달러로 작년 같은 때보다 50나 줄었다.

//// 내수 정체, 쌓이는 재고 ////.

자동차 산업은 현재 고비를 맞고있다. 6월 들어 연레적 노사 분규로 생
산차질을 빚더니 이번에는 엔저(저)로 수출전선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
다. 생산 능력은 계속 늘어가는데 내수는 정체, 업체마다 재고 부담을 떠
안고 있다. 메이커마다 차이가 있지만 비인기 차종(소형차) 중심으로 보
통 1개월에서 3개월 정도 재고가 쌓이고있다.

자동차 내수 시장의 경우 지난 89년 45.7성장을 시작으로 지난 93년
까지 두자리 숫자 고도성장을 구가하다, 지난 94년 한자리로 내려앉았고
지난해는 성장을 완전히 멈추었다. 자동차 대중화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입차 판매는 폭발적으로 늘어 지난 5월말까지 작년 같
은 기간보다 무려 46나 늘어났다.

올해 5대 자동차 업계는 3백만대 생산 체제를 갖추고 있지만 내수 시장
은1백60만대 수준에 불과, 수출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형편이다. 그러나
일제차가 엔화 약세로 경쟁력을 회복, 주요 수출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 일본산 자동차 때문에 수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
다. 올들어 지난 5월말까지 미국 시장에 판매된 한국차는 모두 6만9천1백
34대로 지난해 8만3천3백42대보다 17가 줄어들었다.

국내 제작비 상승- 미수출 감소 이중고

의 경우 엑셀 및 엑센트 판매가 지난해 2만2천1백60대에서
올해는 1만8천6백47대로 15.9감소했으며, 전체 판매량은 지난해 4만7천
1백37대에서 3만8천8백32대로 17.6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가 미국 포드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납품하는 아스파이어
(국내 모델 아벨라)는 5월말까지 2만1천92대가 팔려 지난해 3만8백96대에
비해 31.7나 감소했다.

그러나 유럽과 , 동남아시아, 남미를 중심으로 한 수출은 아직
까지 호조를 보이고 있어 미국을 제외한 지역에선 지난해보다 10에서 50
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자동차업계 문제는 국내 제작비 상승으로 수출에서 이익을 남기기 어려
워지는데다, 내수 시장에서는 외국 업체 공략으로 기반을 잠식당하고 있
다는 점이다.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는 꼴이다. 국내 자동차업체들이 해
외공장을 차리며 밖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도 이같은 상황이 작용한 탓
이다. 대신경제연구소는 『지금까지 수출의 원동력중 하나였던 엔화 강세
현상이 엔화 약세로 바뀌면서 자동차 시장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으며, 내
수시장 부진이 겹쳐 전망이 밝지않다』고 분석했다. 산업연구원도 『올해
하반기부터 내수 신장세가 한풀 꺾이면서 재고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
다.

//// "일본에 다 뺏긴다" ////.

『값이란 게 없어요. (원가를) 감당할 수 있는 데까지 지을 수 있으면
짓지만 그나마 물량이 없습니다.』 조선 경기가 어떠냐고 묻자
수주담당 부장은 울상부터 지었다.

조선업계는 올해 최악의 상황을 맞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올들어 5월
까지 조선 수주 실적은 총1백47만5천7백81G/T(총톤수)로 작년 같은 기간
보다 33.2가 줄었다. 올 초 국내 조선업계는 한해 동안 51척,
30척, 37척을 수주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4월말까지 수주 실적은 현대 5척, 대우 9척, 삼성 3척에 불과하다.

이처럼 수주가 크게 부진한 것은 세계 경기 침체로 선박 발주 자체가
줄어든데다 엔저 영향으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그나마 나오는 물량도
거의 일본에 뺏기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해 세계 조선 발주량은
2천1백만G/T 정도로 95년보다 약 18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낡은
선박이 많아 기대를 걸었던 대형 유조선 부문에서는 지난 5월 중순까지
VLCC선 3척을 수주하는데 그쳤고, 벌크선과 컨테이너선은 작년까지 발주
가 많았던 탓에 올 들어서는 신규 발주가 크게 줄어들었다.

엔저가 주요인… 덤핑 수주 나서야할 판

일본 조선업계 재기도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 4월 한국과 일본은
노르웨이 해운사인 P&O사가 발주한 6천6백TEU(20피트 컨테이너)급 대형
컨테이너선 4척을 놓고 맞붙었으나, 한국이 9천6백만 달러를 제시한 반면
일본 IHI사는 9천4백만 달러를 제시해 일본의 승리로 끝났다. 일본측이
금융 조건에서도 유리해 한국 기업은 「완패」할 수밖에 없었다.

이종승 연구위원은 『과거에는 한국 조선업계가 일본보
다 5정도 싸게 내놔야 경쟁할 수 있었는데, 이제 오히려 일본이 싸게내
놓으니 수주 경쟁에서 이길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은 이밖에 지난해
10월 에버그린사가 발주한 4천2백TEU급 10척을 일본 중공업에 내
준 것을 비롯, NOL사의 4천9백TEU급 2척, 의 4천9백50TEU급 2척, 씨
랜드의 4천TEU급 4척등 판판이 일본 업체에 뒤졌다. 이처럼 일본이 수주
전에서 공격적일 수 있는 것은 엔화 가치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일본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일본 조선업계는 끝났다』는 비관론이 공공
연히 나돌았으나, 이제는 정부가 인위적으로 가동을 제한한 설비를 모두
가동하자는 의견이 나올 정도로 자신만만해졌다. 반면 한국은 설비를 대
규모로 증설한데다, 중공업계의 조선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아 운신 폭
이 매우 좁아졌다. 국내 조선업계는 하반기에도 수주가 부진할 경우는
98년 이후 일감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덤핑 수주에 나서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 바닥 경기 회복될까? ////.

『철강 경기는 지금이 바닥입니다. 하반기부터 좀 나아지지 않을까요?』
의 수출담당 최종두부장의 기대섞인 반문이다.

올들어 지난 5월말까지 철강제품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33.4줄
어들어 국내 수출증가세를 한자리수로 끌어내리는데 가장 큰 「기여」를 했
다. 내수경기도 밝지않다. 국내 철강수요 증가율은 15.4증가에서 10.6
로 떨어졌다. 국내외 경기 침체에 설비 증설에 따른 생산 증가까지 겹쳐
재고도 95년 하반기부터 늘어나기 시작, 작년 같은 기간보다 46.4나 늘
어났다.

침체된 철강 경기는 폭락한 국제시세를 통해 실감나게 읽을수 있다. 동
남아에 수출되는 핫코일(냉연강판) 가격은 작년말 t당 4백 달러 수준이던
것이 최근에는 3백20∼3백30 달러로 떨어졌다. 최근 중국과 일본 간 핫코
일 구매 협상도 가격 때문에 결렬됐다. 지난 6월초 중국의 구매기관인 중
앙오금공사 담당자들은 하반기 철강 수입물량 협상을 위해 일본을 방문,
일본 고로 업체들에 t당 3백50달러에 받던 핫코일 가격을 2백75달러로 내
려달라고 요구했던 것. 1백20만t이란 대규모 물량을 놓고 벌인 협상이었
지만, 일본은 『t당 3백30달러 이하는 곤란하다』고 버텼고, 결국 지난 6월
15일 협상이 결렬돼 중국 담당자들이 귀국해 버렸다.

최 부장은 『중국과 일본의 협상은 난항이 예상된다』며 『일본이 중
국 요구대로 값을 내리면 다른 시장에도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고 우
려했다.

주시장 중국 저가품 과잉으로 가격경쟁 심화

중국 열연시장의 경우 컨테이너, 강관 등 철강재 대량 수요처인 산업경
기가 부진한 가운데 국내산과 저가 수입재 공급과잉으로 가격경쟁이 심화
되고 있다. 또 냉연시장도 6월 이후 유럽과 산 저가품 수입이 급증
해 가격이 떨어지는 추세다. 일본도 동남아 시장 확보를 위해 저가격 정
책을 펴고 있다. 철강 전문가들은 미국과 일본의 경기가 살아나고 있어
올 하반기 수출경기가 다소 호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나 중국과 유럽
의 경기가 썩 좋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은 여전히 부담스럽다. 국내 철강
경기도 밝지않다.

주요 수요처인 강관, 컨테이너, 조선, 건설, 컬러강판, 스테인리스 등
이 모두 경기 부진으로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내수 수주전
도 유례없이 치열해졌다.

강원산업 고재형 상무는 『기본가격은 내리지 않았으나, 어음을 받고 팔
면서 현금가격으로 준다든지, 물량을 얼마 정도 팔면 인센티브를 준다든
지하는 업체들이 있어 실제 판매 가격은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원종해 부장은 『조선, 강관이 어려우나 큰 무리는 없고, 자동차가
작년보다 소폭이나마 나아지고, 건설경기도 다소 좋아질 조짐을 보일 기
미여서 올 하반기에는 전반적으로 나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 신-증설 경쟁, 공급과잉 초래 ////.

90년대초 삼성 현대를 비롯한 재벌기업간 신-증설 경쟁으로 된통 홍역
을 치렀던 석유화학업계가 또다시 휘청거리고 있다. 이번에는 국제 경기
하락등 외부 요인이 작용해 그 반향도 쉽사리 가라앉기는 힘들 전망이다.

조짐은 작년말부터 보이기 시작했다. 북미·유럽 경기 부진으로 남아돌게
된 석유화학 제품이 동남아 시장에 덤핑 수출되고, 주요 수입국인 중국의
수요 감소로 국제가격이 하락세를 보인 것. 올들어 석유화학 제품 수출은
합성수지를 중심으로 크게 증가했으나 정작 이익은 남기지못하는 실속없
는 장사로 분석되고 있다. 올 상반기중 수출 물량은 13이상 늘어났으나,
수출가격이 하락해 금액 기준으로는 오히려 작년 상반기보다 3이상 감
소, 석유화학업계의 수익성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연초 반짝했던 석유화학 수출은 지난 4월 이후 가격과 물량 면에서 모
두 하강국면으로 돌입했다. 주요 제품인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 수출
가격은 4월중 t당 9백5∼9백10 달러에서 6월에는 8백35∼8백40 달러로 8
이상 떨어졌고,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은 9백10∼9백20 달러에서 8백60
달러로, ABS는 1천1백50 달러에서 1천60 달러로 하락했다. 특히 중국이
수입관세인하에 따른 세관단속을 강화한데다, 중국 수입업자들이 외화 부
족으로 수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상대적으로 원자재인 석유화학 제품 수
입이 위축되고 있다.

국내 경기 침체 계속땐 부진 피할 수 없어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지난 92년 신-증설 러시가 마무리된 이후 한때 국
내시장 공급 과잉으로 중국 및 동남아 시장에서 덤핑판매로 출혈수출도
감수해야 했으나, 일본 기업들을 밀어내고 중국과 동남아 시장을 장악하
는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워낙 높아 중국이
수입을 줄이면 덩달아 불황에 빠지는 부작용을 빚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
국내 재고가 거의 바닥을 보이는 8월 이후에나 석유화학제품 가격 하락이
주춤해질 것으로 보고있다.

세계 경기 호전, 잇따른 외국 석유화학 공장 사고, 일본의 고베 지진과
엔화 강세 등으로 지난해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유례없는 호황을 겪었다.

8대 석유화학업체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5천3백여억원으로 94년의 1천
2백억원보다 4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올해는 이런 호황을 기대하기는 힘든 실정이다. 석유화학산업은
섬유 자동차 등 각종 산업동향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있다. 최근 국내경제
가 하강국면으로 들어서면서 석유화학제품 내수가 둔화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경기 침체가 지속될수록 석유화학산업 경기도 위축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국내 유화업계는 석유화학의 기초원료인 나프
타분해 공장을 경쟁적으로 증설할 기세여서 90년대초와 같은 공급과잉 우려
가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