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오후 2시에 시작되는 국회 본회의 30분쯤전 146호실에서 열리
는 여당의 의원총회나, 그보다 30분쯤 먼저 예결위 회의장에서 열리는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합동의총」의 풍경은 판에 박은 듯이 거의 똑같
다. 은 대표의 인사말에서 원내총무의 보고로, 야당은
국민회의와 자민련 총무의 협상보고로 시작된다.

주제도 거의 비슷하다. 『왜 우리의 주장이 정당한가』라는 설명은 언
제나 『상대방은 모든 것이 그르다』는 결론으로 끝난다. 뒤따르는 것은
『따라서 우리는 끝까지 우리 주장을 관철시켜야 한다』는 독려와, 그날
의 행동지침이다.

여야 지도부는 이 과정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리와 상
대편 주장에 대한 방어논리를 주지시킨다. 국회법에 정해진 개원일이
강제규정이냐, 훈시규정이냐로 여야가 논란을 벌일때 양측의 의총은
법과대학 강의실을 방불케했다. 당내 율사의원들이 동원되고, 듣지도
못했던 헌법이론들이 등장했다.

최근에는 「검-경중립화」가 여야협상의 핵심쟁점이 되자 여당에서는
『국회개원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문제를 정치공세차원에서 들고 나오
고 있다. 절대 들어줄 수 없다』는 비판으로, 야당에서는 『검-경중립이
안되면 공명선거는 절대 이뤄질 수 없다』는 정당성홍보가 주조를 이뤘
다.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장이어야할 여야의 의총은 어느샌가
당지도부가 결정해 놓은 전략을 시달하는 작전상황실로, 전쟁터로 나
가는 소속의원들의 투쟁심을 독려-고취시키는 의식화 장소로 변질됐다.

3주간의 파행국회 와중에서 은 9차례의 의원총회를, 국민
회의와 자민련은 10차례의 「합동의총」을 열었다. 그러나 그 19차례의
회의장에서 「당론」에 딱부러지게 이의를 제기한 이는 사실상 한명도
없었다. 다른 생각을 가진 이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집단의 논리가 여
야의 의원총회장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