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졸부들 새 가족법 악용, 젊은아가씨들과 「부담없는」 재혼붐 ##.
모스크바 중심가 트베르스카야의 한 공증 사무실. 변호사 알렉산드르
폐레즈스키(35)씨는 결혼을 앞둔 남녀와 상담하고 있었다. 신랑감은 38
세 부동산업자, 신부감은 19세 모델. 이들은 18쪽이나 되는 「결혼 계약
서」조항을 하나하나 검토하고 있었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조항은
『합의 이혼일 경우 양측 재산은 결혼 전 상태로 돌아간다』는 항목. 장시
간토론 끝에 남녀가 합의하고 서명한 뒤 변호사가 공증했다.
지난 4월 러시아 가족법이 개정된 뒤 이같은 모습을 변호사 사무실이
나 공증 사무실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게 됐다. 변호사 가운데는 아
예 페레즈스키씨처럼 「결혼 계약서」 전문이 된 경우도 적지 않다. 페레
즈스키씨는 과거 이혼 전문 변호사였으나, 현재 「결혼 계약서」 작성이
주업무가 되었다고 했다. 옛 가족법은 이혼 때 재산을 부부가 동등하게
분할하도록 돼 있었다. 그 결과 이혼한 남녀가 방 2개짜리 아파트에서
한방씩을 차지하고, 각각 다른 남녀와 결혼하여 사는 코미디같은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 일부 젊은 아가씨들이 돈많고 늙은 남자와 결혼한
뒤, 이혼하는 수법으로 재산을빼는 사기극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그런
데 이혼때 재산 분할 문제를 미리 결정할 수 있도록 가족법이 개정되자
일부 변호사들은 앞다퉈 새 시장에뛰어들었으며, 격변기를 타고 떼돈을
번러시아 졸부들에게 대환영을 받고 있다.
--- 이혼때 재산분할 방법 명시한 계약서, 결혼때 사인 ---.
러시아인들에게 이혼이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통계에 따르면
대도시 거주자들은 이혼율이 50를 넘고 있다. 대체로 일찍 결혼하는 편
인 러시아인들은 그만큼 쉽게 이혼한다. 경제난으로 조혼 풍습이 약간
줄어들고 있기는 하지만, 옛 소련 시절만 하더라도 대학교 3학년 여학생
이면 기혼자로 간주해야 실수없을 정도였다. 이는 별다른 「오락」이 없고,
결혼해야 가족 기숙사나 아파트를 배정받을 수 있었던 사회주의 문화 때
문이었다고 한다. 그래도 과거에는 이혼한 부부가 주택난 때문에 같은
아파트에서 장시간 살아야 하는 일은 있어도 이혼을 둘러싼 재산분배 문
제는 심각하지 않았다. 남녀 모두 직업이 있을 뿐 아니라, 분배할 재산
이라는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황은 변했다. 시장경제가 도입된 후, 시대 변화에 민감한
일부 사람들이 신흥부자로 일어선 것이다. 이른바 「신러시아인」이라고
하는 이들은 일반인의 질시와 선망을 동시에 받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
이 조강지처를 버리고 모델이나 미모의 여비서와 재혼하고 있다. 이들의
고민중 하나가 바로 이혼 때 재산분할 문제. 조강지처를 버릴 때 엄청난
「대가」를 치른 이들은 재혼에 조심할 수밖에 없었는데, 「결혼 계약서」가
법적 효력을 지니게된 것이다.
러시아 대통령 후보인 블라디미르 블린찰로프(50)도 최근 재혼한 인
물이다. 그는 현재 러시아 최고 재벌의 한 사람으로 분류되고 있는데,
역시 20세 연하 모델출신 여성과 재혼했다.
「결혼 계약서」에 대해 성스러운 결혼을 상거래 행위로 전락시키는 일
로 남자에게만 유리한 것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페레즈스
키변호사는 『현대사회는 계이다. 얼마전 18세 청년과 45세 비즈니
스우먼의 결혼 계약서를 공증해 준 것에서 알 수 있듯 남자에게만 유리
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