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0년부터 본격화...여권-다이어트-기근현상이 관심 유발 ###.

음식이 우리 삶에서 차지하고 있는 중요성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
이다.

『먹기 위해 사느냐, 살기 위해 먹느냐』는 물음은 양자택일을 강요한
다는 점에서 틀린 질문이지만 음식의 중요성을 잘 나타내고 있다. 하지
만 서구의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서 음식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이
루어지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라고 할 수 있으므로 그리 오래되지 않
았다. 음식이 지닌 영양가 분석 등의 자연과학적 연구 이외에 음식문화
에 대한 연구가 부진했던 까닭을 몇가지 살펴볼 수 있다.

첫째, 우선 음식이 우리의 삶에 너무나 핵심적이기 때문에 이에 대
해서는 누구나가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태도는 학문
적 연구에 필요한 「비판적 거리」를 마련해 줄 수 없다. 둘째, 음식은
생물학적 영역에 속해있는 것으로 간주되어 음식을 둘러싼 사회-문화적
측면이 간과돼 왔다. 셋째, 음식은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 중에서 사적
영역 혹은 집안의 영역에 속한 것으로 인식돼 왔으므로 학문적 연구의
대상이 될만한 비중을 갖고있지 않다고 여겼다. 이밖에도 연구자 자신
이나 그가 속해있는 서구사회가 음식의 결핍과는 전혀 관계가 없었기
때문에 기아상태를 야기시키는 사회-문화적 측면에 대한 연구를 시급한
것으로 여기지 않았다.

음식문화 연구를 소홀하게 보는 이러한 태도는 1970∼80년대 서구사
회의 변동 및 학문적 관심의 변화와 함께 바뀌게 됐다. 무엇보다도 여
태까지 서구사회를 지탱해 온 기본 가치체계와 원리가 근본적으로 변화
하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면서 근대성에 대한 전면적 성찰이 이루
어지게 됐다.

이에 따라 자연/문화, 인간/동물, 사적인 것/공적인 것, 생물학적인
것/사회적인 것이라는 양분법적 근대 분류체계의 틈 사이에 끼여있던
음식문화에 대한 물음이 가능하게 됐다. 이와 함께 이전에는 너무 사소
한 주제라고 해서 「점잖은」 연구자들에게 외면받아 온 인간의 일상생활
에 대한 여러 측면들이 중요한 학문영역으로 부각되면서 음식문화에 대
한 연구는 새로운 인간이해의 장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또한 페미니즘
의 강력한 영향력으로 인해 이전까지의 「음식과 요리는 여성들의 전담
분야」라는 인식이 무너지게 돼, 음식문화에 대한 보다 폭넓은 문제를
던질수 있게 했다.

한편으로 여러방면에서 여권신장이 이뤄지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다이어트, 음식거부,혹은 병적인 과식 등이 현대 여성들에게 「전염병」
처럼 퍼져가는 현상은 음식문화 연구의 필요성을 절감케 하였다. 그외
에도 문화현상의 중요성에 대한 새로운 인식, 그리고 매스커뮤니케이션
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되는 집단적 기아상태의 처절한 광경은 음식의
사회-문화적 측면에 대한 심층적 인식을 요청하게 됐다.

음식문화 연구의 대체적인 경향은 한편으로 음식을 기호체계로 파악
하여, 각 요소들 사이의 관계와 패턴을 암호해독하듯 찾아내는 연구의
흐름이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음식관습 및 선호성향이 어떻게 역사적
으로 전개되어 왔는가를 살피는 흐름이 있다. 수많은 연구성과들은 이
두 흐름을 양극으로 하여 그 사이에 스펙트럼처럼 위치해 있다고 할 수
있다.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개장국집이 뒷골목으로 쫓겨난 일이라던지, 정
작 본고장에서는 괄시받는 미국의 패스트푸드와 양담배가 우리나라에서
고급문화의 상징처럼 취급받는 일, 그리고 일본인들의 김치생산에 우리
들이 보이는 민감한 반응들은 그냥 지나쳐 넘길 것이 아니라 곰곰이 생
각하고 연구해 보아야 할 중요한 주제이다.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