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들어 집필활동이 왕성한 소설가 최윤 장정일 김영현 정찬 신
경숙씨의 자전소설집 「나의 나」(문학동네)가 나왔다. 30∼40대 작가들
의 내밀한 정신세계와 글쓰기에 관한 열정을 살펴볼 수 있는 글들이다.
최윤의 「집·방·문·벽·들·장·몸·길·물」은 어머니의 자궁에서
죽음의 예감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정신세계를 구성했던 공간들을 차례
로 추억하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어린시절 어두운 세계를 형성, 하나
의 간이역 이상이 될 수 없었으며 결국 한계로 작용한 「방」 「문」 「벽」
등을 넘어 자신의 모든 것을 편안하게 풀어놓는 「물」의 마음에 도달하
는 정신의 여정을 보여준다.
아버지가 죽었을 때 『이제 해방이다』고 외쳤다는 장정일의 「개인기
록」은 소년원생활로 얼룩진 어린 시절과 학교-종교-군대등 모든 제도에
대한 거부의 몸짓으로 이어진다. 정찬의 「은빛동전」은 지독한 가난에도
불구하고 탕수육을 사주던 어머니와 갑갑한 현실의 통로를 헤쳐나올 수
있었던 은빛 동전의 추억을 되살리고 있다.
김영현의 「새장속의 새」는 80년대의 어두운 구름을 가슴안으로 끌어
들여 곰삵이는 풍경화이며, 신경숙씨의 「마당에 관한 짧은 얘기」는 그
의 문학적 키워드중 하나인 「그리움」의 정서를 형성하는 속깊은 목소리
를 들려주고 있다.